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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인터넷 게시글 밑에 남길 수 있는 짧막한 글을 의미한다. 덧글, 코멘트, 리플, 답글 등으로 불리며 특정 이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양방향적 속성’을 지닌다. 지난 2007년 발표된 이재신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부교수의 논문 ‘온라인 댓글이 기사평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르면 뉴스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독자들의 기사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의 이 같은 영향력은 댓글을 통해 특정 이익을 추구하려는 현상을 발생시켰고 ‘댓글 알바’라는 신종 직업도 탄생 시켰다. 댓글 알바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며 인터넷 여론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댓글 알바의 심각성은 지난 2012년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이 직원들을 동원한 ‘대선 댓글 여론조작’에 나선 정황이 드러나 국가·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2015년 2월 서울고등법원의 유죄 판결로 인해 국가기관에 의한 댓글조작이 처음으로 인정됐고 댓글 알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시리즈로 대한민국 여론조작의 중심에 있는 ‘댓글 알바’의 실태와 문제점 등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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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댓글 아르바이트는 주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댓글 알바들은 대형 포털사이트 뉴스란과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조직적인 관리를 통해 활동하기 때문에 그 존재 여부를 알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은 댓글알바 실태를 취재하는 기자와 제보자(사진 왼쪽)의 인터뷰 장면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이로 인해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고 여론조작성 게시물 혹은 댓글을 작성하는 ‘댓글 아르바이트(이하·댓글알바)’의 운영 주체, 운영 시스템 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일종의 개인 부업 방식으로 운영됐던 방식과는 달리 현재 댓글 알바는 고도화된 매뉴얼에 따라 조직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발전하는 댓글 공작 시스템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정보를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바이럴 마케팅’ 제재 속 음지화 된 여론 조작 행위 ‘댓글’ 성행
‘댓글알바’는 주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라는 이름 하에서 이뤄진다. 물론 정상적인 바이럴 마케팅은 음지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댓글알바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하지만 다양한 계기로 바이럴 마케팅이 점차 변질되면서 두 단어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2000년대부터 주목 받기 시작한 바이럴 마케팅은 온라인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상품을 홍보하도록 만드는 기법이다. 자연스럽게 제공된 정보가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나가 기업·제품의 신뢰도 및 인지도를 상승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바이럴 마케팅은 각종 커뮤니티뿐 만 아니라 포털사이트 지식 검색, 실시간 검색어, 포스트, 연관검색어, 기사 댓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졌다. 과거 바이럴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던 분야는 블로그와 카페였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을 계기로 바이럴 마케팅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공정위는 대가를 받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및 개인 블로그 등에 특정 상품의 추천 글을 올릴 때 상업적 광고임을 명확하게 밝히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상업적 광고와 일반 후기 글 사이의 혼동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2014년에는 ‘표준문구’를 도입해 해당 개정안을 더욱 강화시켰다. 같은 해 오비맥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카페베네, 씨티오커뮤니케이션 등 4개 업체는 해당 지침을 어겨 총 3억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 바이럴마케팅 대행사들은 ‘실시간 이슈키워드 대응’ ‘평판 관리’등의 항목으로 자신들의 ‘댓글 알바’ 활동을 광고한다. 이들 업체들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대기업 등 다양한 광고주로부터 일감을 수주를 받는다. 고용 방식은 일시 계약과 장기 계약으로 나뉜다. 사진은 모 바이럴마케팅 대행사의 광고 화면 [이미지=업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공정위의 결정은 커뮤니티 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비자의 직접경험 및 후기를 기본전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댓글’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철저하게 ‘댓글’을 쓴 당사자의 정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에 제재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종 제재로 음지화 된 기존 바이럴 마케팅 방식에 가장 부합하는 콘텐츠로 꼽히면서 ‘댓글’ 활용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점 조직 형태 부업방식 운영부터 전문대행사 조직적 관리 운영 등 ‘계속된 진화’
스카이데일리의 취재 결과, ‘댓글알바’ 운영은 대부분 홍보·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실시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댓글알바 운영 실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댓글알바’는 광고주를 모집해 용역을 수주한 대행사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댓글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행사는 ‘평판관리’, ‘이슈대응’ 등의 명칭을 써서 해당 업무를 어필하는 방식으로 광고주를 모집한다.
대행사들의 고객군은 개인사업자부터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한 대행사는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대기업 계열사인 ‘C사’의 브랜드 광고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해당 포트폴리오에는 ‘실시간 이슈키워드 대응’ 항목이 명시돼 있어 ‘댓글 알바’ 의혹 불러일으켰다.
댓글알바 운영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진다. ‘점조직 형태의 부업 방식’과 ‘하청업체를 통한 조직적 관리’가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한 명의 관리자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일감을 받는 방식이다. 일시적으로 댓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활동하며 주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신문기사에서 활동한다. 신문기사를 보고 긍정적 내용에는 호응을, 부정적 내용에는 비판을 각각 한다. 보수는 댓글 수, 조회 수를 따져 그때그때 지급받게 된다.
대형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댓글알바의 경우에는 대부분 후자의 방식을 취한다. 해당 업무를 시행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행사 또는 재하청을 받는 ‘실행사’에 소속돼 조직적 관리를 받는다. 커뮤니티의 특성 상 게시글, 댓글 기록이 남아 운영자와 타 회원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이러한 방식은 보안성이 높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이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대기업 역시 조직적인 형태로 댓글알바 운영을 실시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 대목이었다.
▲ 대형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댓글 알바의 경우 주로 조직적인 관리를 받으며 철저히 정체를 숨기며 활동한다. 아르바이트와 관련없는 위장글을 주기적으로 올리며 각 커뮤니티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설정해 활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보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진은 모 바이럴마케팅 대행사 포트폴리오 화면 [사진=업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댓글알바 운영은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그 규모는 관련 업무의 채용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지난 3일 기준 상위 3개 구인구직 포털(잡코리아, 워크넷, 사람인)사이트에는 각각 1700여개 1600여개, 1200여개의 ‘바이럴 마케팅’ 관련 구인글이 등록돼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 밖에 ‘i-boss’, ‘Mamento’ 등과 같은 마케팅 업체들을 위한 커뮤니티 내에서도 대행의뢰 혹은 구인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철저 보안은 생명…부정적 이슈 발생 시 불끄기, 쉴드치기 등 여론호도 행위 만연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또 다른 제보자에 따르면 조직적 운영방식을 선택한 업체들은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에 구직사이트보다는 지인을 통해 채용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행사에서는 직원,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비밀유지 서약서’ 등을 받기도 하며 퇴사 시 비밀유지 명목으로 추가적인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수주를 맡긴 기업은 활동 상황에 대해 정기적인 보고를 받는다. 게시한 댓글의 종류와 개수, 반응 등이 주보고 내용이다. 보고를 받은 기업은 검토 후 댓글의 방향성 등을 의뢰업체에 피드백 해준다. 정기 보고 이외에도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요청사항을 수시로 대행사 혹은 실행사로 내려 보내기도 한다.
보수의 경우 정기적으로 계산 된다. 하루 혹은 월 별로 올려야 하는 댓글 개수를 정해놓고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해진 개수 이외에 ‘위장용 글’도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위장용 글의 목적은 댓글알바 의혹을 피하는 것이다. 할당량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위장용 글을 올리지 않으면 업무하달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심지어 좀 더 철저함을 추구하는 대행사의 경우 각각의 활동 분야에 맞는 캐릭터까지 설정해 주고 관리하고 있다. 활동 커뮤니티, 카페 등에 어울리는 연령, 성별, 성향, 말투 등을 분석해 활동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지시킨다는 것이다.
게시한 댓글의 호응도에 따라 보수 이외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댓글에 대한 추가 반응이 많이 있을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추가 보수를 지급하는 식이다. 의뢰 기업으로써 긴급한 사안을 ‘덮어야(무마시켜야)’ 할 경우에는 댓글 개수에 따라 성과급이 붙기도 한다. ‘쉴드치다’ 혹은 ‘불을 끄다’ 등으로 표현되는 이들 활동은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담은 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제보자의 자료에 따르면 바이럴마케팅 대행사 혹은 실행사에서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보수는 일종의 ‘계약’에 따라 지급된다. 또한 댓글에 대한 호응이 좋을 경우 추가적인 성과급이 지급되기도 한다. 사진은 댓글알바 실태를 취재하는 기자와 제보자(사진 오른쪽)의 인터뷰 장면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매뉴얼과 시스템의 고도화가 일반 회원들이 댓글 알바의 존재를 점점 파악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과거에는 겹치는 IP주소 때문에 운영자나 회원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경우도 간혹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유명 IT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시코(seeko)’의 운영자는 IP주소를 바탕으로 ‘LG전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20여개의 아이디를 색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IP주소를 해외로 우회하는 것은 아주 기본 중에 기본이 됐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커뮤니티 활동도 병행하기 때문에 일반 유저와 차이점이 거의 없어 발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IT, 패션, 자동차 등 분야별 각 커뮤니티에는 사실상 관련 기업들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거의 대부분 상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댓글알바 문제가 점차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자 소비자보호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점차 조직·세분화되는 댓글 작업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것은 물론 해당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만한 부정적 이슈가 특정 조직에 의해 호도되는 것은 국가 전체를 병들게 만들 만한 심각한 현상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업들의 댓글 작업들은 명백한 사실왜곡·은폐이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며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이러한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가를 받고 게시하는 블로그나 카페 글들에 대가여부를 명시하도록 한 것처럼 댓글을 대상으로도 제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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