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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우리 수출이 모처럼 살아나고 있다. 33개월만에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다.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하나도 없는 현 상황에서 그나마 한줄기 빛이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초부터 중국, 미국 등 수출주력시장을 중심으로 공히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수출 저조에서 기인하는 ‘기저(基底) 효과’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숨통이 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회복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진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라는 복병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대기업 혹은 업종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도 안심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반도체, 유화(油化) 제품을 제외하면 아직도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가전, 선박, 휴대폰 등의 수출은 아직도 두 자리 수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72.4%로 2011년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들의 경기 체감 지수는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수출이 최근 반짝 회복을 보이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의 호재가 작용한 결과다. 하나는 AI(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궤도에 오르는 조짐과 관련이 있다. 전통산업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제조업 강국 혹은 대국들이 혁신을 통한 신(新)산업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우리 반도체 수출이 되살아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이 기계·설비 등 투자 혹은 수주 등 전·후방 효과가 크다는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다른 하나는 국제유가의 반등에서 기인한다. 유가의 상승이 수출에는 호재이지만 내수에는 오히려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가격의 상승을 부추겨 수출에는 플러스 요인이 되지만, 내수 측면에서는 연료 판매가 줄면서 여행 혹은 외식 등이 소비도 동반 감소하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기는 하다.
이 두 개의 수출 호재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수출의 회복은 임금 상승과 소비 지출로 연결될 수 있기는 하나, 수출 산업 전반에 걸쳐 이른 파급효과가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
당연히 악재도 수두룩하다. 가장 큰 악재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불확실성 제공의 원조는 최근 출범한 미국발(發) 트럼프노믹스이다. 특히 미국이 서두르고 있는 환율전쟁은 글로벌 무역을 일시에 후퇴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다.
미국이 환율 조작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는 국가는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많은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이다.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카드로 무역적자 시정을 접근하고 있다. 환율 시비 1차 대상국으로 상대적으로 무역흑자가 많은 중국, 일본, 독일 등 1∼3위 국가를 지정해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값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 우리 원화를 포함해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 일시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환율 우선협상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다소나마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들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국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이들의 대응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수순을 빠르게 정리해 나가야 한다.
한·미 FTA를 협상의 지렛대로 잘 활용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숨은 카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를 환율 협상 우선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대신 한·미(KORUS) FTA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상품, 서비스 등 교역 가능한 품목들을 모두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챙길 수 있는 이익을 골라내겠다는 계산이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 상품 교역에서 300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 교역에서는 10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200억 달러 정도의 갭을 가지고 우리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에너지, 자동차, 항공기 등의 수입 확대와 법률 서비스 등의 추가 시장개방을 들고 나올 것임을 이미 내비치고 있다.
미국산 천연가스는 수입선 전환 차원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은 우리 이익 집단의 반발이 클 수도 있지만 단계적인 개방 스케쥴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트럼프식 보호주의가 타깃으로 하고 있는 국가들이 갖고 가는 협상 카드에 대해서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전체적인 판세를 읽어가면서 단계적인 숨은 카드를 만들어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측은 KORUS FTA를 양자간 협상의 모델 케이스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이에 대해 적절하게 맞장구를 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고, 일방이 무차별적으로 으름장을 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더욱 아니다.
미국도 주요 교역 대상국 전체와 동시다발적인 통상 분쟁을 끌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전술은 크게 두 개의 트랙으로 요약된다.
하나의 트랙은 크게 손을 봐야 하는 국가들에게 멕시코와의 협상 케이스를 모델로 세게 밀어붙여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트랙은 한국과 같이 양자 간 협상 틀이 짜여진 국가와는 미국이 원하는 롤 모델을 만들어 다른 국가들도 이에 따라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왜 미국의 의도를 잘 읽어야 하는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의도가 얼마나 성과로 연결될 지가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도 머릿속에 두어야 한다.
여하튼 우리의 입장에서는 현재 살아나고 있는 수출에 대한 불씨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적정 환율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원화 가치가 10% 오르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5% 정도 하락한다. 미국의 압력으로 경쟁국 통화가치도 오르겠지만, 우리가 적정 수준으로 환율을 방어해낼 수 있다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것이다.
일본은 마치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민관 합동의 ‘All Japan’이라는 총력 대응 체제를 출범시키고 있다. 중국은 독일과 함께 양자 혹은 다자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정면 협상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고, 중국은 ‘맞불’ 작전과 병행해 우군을 끌어들여 연합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으나, 경쟁국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총괄 구심점이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레 겁을 먹거나 당황하지 말고 유·불리를 따져가면서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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