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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온라인상에서 익명성을 악용한 여론 호도 행위가 성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등 일부 기업들이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내에서 조직적인 여론 조작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히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에서부터 시작해 대형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조직적인 ‘여론 조작’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하나 둘 포착돼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의 허점을 이용해 자사 이익을 위해 특정 기업들이 ‘댓글 알바’ 활동을 암암리에 펼치고 있다는 의혹 어린 목소리가 새어나와 주목된다. 신뢰성이 결여된 무분별한 정보 왜곡이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기업들의 여론조작 행위 근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제네시스, K5 등은 너네가 한국인이라 받을 수 있는 특혜”…게시물 올린 인물 ‘정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시글이나 댓글 등을 이용해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단점을 덮는 등의 활동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때 돌연 등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게시글이나 댓글 등을 남겨 여론을 조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국내 대형 커뮤니티 중 한 곳인 ‘다음 아고라’의 자동차 게시판은 특정 기업을 옹호하거나 비방하는 식의 공방이 활발히 전개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게시자들이 해당 기업 자동차를 소유한 이들이지만 그 중에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회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 됐다.
이들 게시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특정 자동차 기업이 고용한 게시글·댓글 작성 아르바이트생들이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옹호글이나 비방글에 대한 반박댓글 등을 게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철저한 익명성과 치밀하게 계산된 조직적 활동으로 특정기업과 해당 글쓴이와의 연관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매 번 의혹 수준에만 그쳤었다.
최근에도 몇몇 회원들의 활동 내용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이 고용한 게시물·댓글 작성 아르바이트(이하·댓글알바)로 의심될만한 정황이 포착돼 잡음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장기간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활동을 해 온 회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2010년 이후 게재된 게시물의 내용과 작성자, 댓글 작성자 등을 수개월에 걸쳐 분석·취재했다.
▲ 대형 커뮤니티 일부 유저들은 특정 기업을 옹호하거나 타업체 제품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수시로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옹호하는 기업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사진은 다음 아고라 커뮤니티 화면 ⓒ스카이데일리
우선 해당 커뮤니티 내 아이디 ‘carbil****’를 사용중인 회원은 지난해 4월 27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7월 5일까지 약 3달여 가량 활동했다. 해당 기간 동안 그는 126개의 게시글을 게재했는데, 게시글 내용 대부분이 현대기아차그룹 자동차의 옹호 혹은 타기업 자동차에 대한 비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 회원은 활동을 시작한 첫 날에만 4개의 게시글을 게재했는데 도요타 ‘라브4’와 쉐보레 ‘신형 말리부’에 대한 비판 내용이 담겨있었다. 공교롭게도 첫 게시글을 올린 지난해 4월 27일은 한국GM의 ‘신형 말리부’ 출시일이었다.
해당 커뮤니티의 취지 자체가 회원들 간 정보 교환 및 토론이라는 점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긴 했지만 이 회원의 글은 누가봐도 무분별한 비방이 주를 이뤘다. 결국 해당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들은 이 회원이 쓴 게시글 작성 목적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특히 일부 게시글에는 ‘그전 말리부는 아주 무슨 X녀처럼 분칠을 떡칠을 해서 혐오감을 주더니’, ‘김여사를 혐오한다’, ‘운전을 X같이 한다’ 등 여성에 대한 혐오 섞인 내용까지 다수 포함돼 주변 회원들 사이에서는 “비방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반면 이 회원은 현대기아차그룹 제품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이 회원이 현대기아차그룹이 고용한 댓글알바라는 의심을 사게된 배경도 이 부분이었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소나타 1.6 터보는 보급형 중형세단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세계적인 수준인데 가격까지 싸다. 도요타의 캠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네시스, K5 등에 대해서는 “너네가 한국인이라서 받을 수 있는 특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회원은 소나타의 ‘1.6 엔진’에 대해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통해서는 “한국서민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엔진인데 그걸 모른다”, “아휴, 후진국. 진짜 쪽팔려서” 등 강도 높은 원색적 표현을 일삼아 타 회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또 pby****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지난 2014년까지 총 5개의 글을 게시했다. 이 회원은 현대기아차그룹 제품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옹호하는 댓글을 상당수 게재했다. 현대차의 핸들 잠김 현상, 급발진 현상 등을 옹호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대표적이었다. 나머지 게시글 역시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제네시스와 YF소나타,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K9 등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회원이 2014년 1월 21일 올린 3개의 게시글 가운데 2개의 게시글에는 ‘dam****’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회원이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댓글을 단 이 회원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약 2년여에 걸쳐 70개의 게시글을 게재했는데 “k9이 좋다” “제네시스 사고 싶다” 등 대부분이 현대기아차 제품을 호평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회원 역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커뮤니티에 욕설은 물론 현대차의 제네시스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이는 회원에게는 비난을 일삼았다. 공교롭게도 앞서 현대기아차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옹호하는 게시글을 남겼던 아이디 ‘pby****’의 회원은 2014년 1월 21일을 기점으로 활동을 멈췄는데 아이디 ‘dam****’ 회원 역시 이 날 이후 활동을 멈췄다. 조직적인 활동이 이뤄졌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이라는 게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의 주장이다.
특정 기업 제품 비방글 연속 게재, 10명의 댓글부대 동시 투입 후 ‘일제히 활동 중단’
▲ 국내 최대 자동차 정보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서도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한 정황의 댓글들이 포착됐다. ‘꼬오죠’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가 르노삼성의 ‘SM5 D’ 차량의 변속결함을 주장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도배하듯 게시했다. 특히 30명의 회원 중 10명의 회원이 게시글에 댓글을 중복적으로 되풀이하듯 달아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보배드림 커뮤니티 화면 캡쳐 ⓒ스카이데일리
대형 커뮤니티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여론 호도 활동으로 의심받은 사건은 또 있었다. 이번 경우에는 의심의 대상이 유력했지만 일부 반대의견 등 여론이 분분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 중 게시자들의 비판 대상이 된 기업(르노삼성)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고차 쇼핑몰 ‘보배드림’에서 조직적인 댓글공작 정황이 포착돼 이목이 집중된 일이 있다. 이 제보자가 제시한 자료에는 ‘꼬오죠’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가 비슷한 내용의 글을 7월 30일에 2회, 8월 3일에 1회 각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글은 자신이 직접 촬영한 듯한 동영상과 함께 르노삼성의 ‘SM5 D’ 차량의 변속결함을 주장했다. 이후 이 회원은 9월 11일과 12일에 각각 1회씩 추가로 ‘SM5 D’ 차량에 부정적인 글을 두 차례 더 게시했다.
주목되는 되는 점은 7월과 8월에 업로드 한 3개의 게시글이었다. 최초로 ‘SM5 D’ 차량의 결함을 주장하는 글이 업로드 되자 총 29명의 회원이 30여개에 달하는 댓글을 달았다. 두 번째 게시글은 23명의 회원이 25건 가량의 댓글을, 8월에 올린 세 번째 게시글에는 16명의 회원이 16건의 댓글을 각각 게재했다.
그런데 아이디 ‘꼬오죠’ 회원이 쓴 3개의 게시글에 댓글을 단 아이디를 확인 결과, 총 10명의 회원(골드러브, 해피바뜨, 쿨돌이, 구미슴디, Admen, 경북슴둥, 쿠이야, 바보사랑99, 인천남자노바, 제틱스)이 중복돼 있었다.
이들 10명은 당시에 달았던 댓글 외에는 현재까지 활동이 전무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글에 달린 댓글의 형태나 문장 등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특징도 있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는 “게시글에 댓글을 단 나머지 회원들이 현재까지 커뮤니티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반해, 중복으로 댓글을 단 10명만 일제히 활동을 중단했다”며 “어디서 주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글 작성자와 댓글 작성자 11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의심 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자사 직원 동원한 ‘조직적 댓글’ 의혹…가이드라인 담긴 문건 내용 충격
▲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신입 사원 교육 과정에서 쇼핑 정보 커뮤니티 ‘뽐뿌’ 게시판 사용 요령 자료를 배포하고 교육했다. 주의사항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 2개를 준비해 놓을 것과 회원들로부터 의심을 피하기 위해 롯데와 관계없는 게시글을 올리도록 권유하는 등 치밀한 가이드라인 내용이 명시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제보자가 제시한 롯데백화점 교육자료 ⓒ스카이데일리
조직적인 댓글알바 고용 의혹은 자동차 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통업계 또한 비슷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맏형격인 롯데그룹 또한 과거 자사 직원들을 동원한 조직적 댓글 의혹에 휩싸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과거 물품구매, 쇼핑 정보 커뮤니티 ‘뽐뿌’에 익명의 제보자가 쓴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었다. ‘뽐뿌’는 211만명에 달하는 회원수를 자랑하는 국내 대형 커뮤니티 중 한 곳이다. 휴대폰부터 시작해 각종 상품에 대한 정보 공유를 위해 설립된 곳이다.
제보자는 “롯데백화점이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뽐뿌 게시판 사용 요령을 교육했다”며 교육 자료라고 주장하는 문서를 함께 게시했다. 총 6개 항목으로 구성된 문서에는 롯데의 문서임을 증명하는 ‘LOTTE department store’가 찍혀 있었다.
교육자료는 제1장 ‘뽐뿌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게시판 △커뮤니티 내 ‘레벨정책’ △게시글 작성 요령 △우수사례 △주의할 점 △추가 Tip 등이 자세하게 안내돼 있었다. “게시글과 댓글을 업로드 할 시 커뮤니티의 레벨이 올라간다”는 기본정보부터 “엘롯데 상품 내용만 올리면 관계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 등과 같은 주의사항도 적혀 있었다.
제보자는 해당 문서 내에 쓰여진 “만일의 경우를 대비 최소 2개 이상의 ID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여론 조작의 목적으로 해당 문서를 작성했음을 넌지시 알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문서 말미에는 “여성 의류를 게시하는 경우 신고 당할 수 있다”며 “여성의류 및 화장품은 후기 형식으로 여성커뮤니티를 활용하라”고 쓰여져 있었다.
게다가 ‘쌍코카페’ ‘한섬매니아’ ‘패밀리 세일’ 등 대표적인 여성커뮤니티 등이 명시돼 있기도 했다. 당시 해당 문서가 확산되면서 소비자 일각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각종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대대적인 여론공작 활동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당시 롯데백화점 측은 “온라인 바이럴 교육과정은 없다”고 해명하며 서둘러 사태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정보를 왜곡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무차별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부 기업들이 ‘댓글알바’를 고용해 자사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사의 홍보 사실을 숨긴 채 조직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을 두고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광고가 아닌 커뮤니티나 댓글을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 위배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행위인 만큼 피해자 입증을 구체적으로 한정짓기가 어렵고, 또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기 때문에 기업과 게시글·댓글을 게재한 인물과의 연관관계를 찾기 수월하지 않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소비자 시민단체 역시 게시글·댓글 등의 허위 혹은 과장인지 여부와 함께 타 업체에 대한 노골적인 비방과 욕설 등의 심각성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조직적인 여론 조장 활동을 밝혀내기가 힘든 만큼 이에 대한 제재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블로거에서 상품을 추천하거나 홍보할 경우 이해 관계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했다”며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댓글은 음성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어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린 채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기에 죄질이 나쁜 명백한 범죄행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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