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국계 기업, 아기들까지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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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06 00:01:42

▲ 김신 편집이사

각종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 장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덕분에 기업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이에 발맞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흔히들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개 진출한 현지 국가의 여론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현상이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해당 국가의 문화와 관습을 고스란히 따른 제품을 따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할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또한 다양한 분야에 외국계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중공업·전자·기계·유통·식품 등 사실상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외국계 기업의 손길이 뻗쳐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우리 국민들이 외국계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토착화 돼 있기도 하다. 유한킴벌리, S-Oil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외국계 기업들의 행태가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놀랍게도 인체에 유해한 ‘불량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들 제품이 갓난아이들에게 사용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원성을 더욱 높게 사고 있다. 최근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기업은 유한킴벌리와 한국P&G 등이다.

유통업계 및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얼마 전 식약처는 유한킴벌리 하기스 물티슈 제품 등 10종에 대해 회수 조치를 단행했다. 허용 기준치(0.002%)를 초과(0.003~0.004%)하는 메탄올이 검출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메탄올은 알코올의 일종으로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과 달리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식약처 발표 후 유한킴벌리는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하기스 아기물티슈와 그린핑거 아기물티슈를 회수한다고 안내했다. 유한킴벌리는 “확인 결과 최근 납품 받은 원료 일부에서 미량이 혼입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식약처의 판단을 시인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유한킴벌리 물티슈 제품은 신생아를 포함한 갓난아이들에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로부터 몇 일후 비슷한 일이 또 한 차례 불거져 나왔다. 한국P&G가 국내에 유통하는 수입기저귀 일부 품목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정식적으로 관계 당국의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해외에서 보도된 내용이 주장의 근거였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앤지 기저귀 ‘팸퍼스’ 일부 품목에서 살충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프랑스 언론의 기사가 퍼졌다. ‘다이옥신’은 제초제·살충제 등에 사용되며, 잠재적 발암 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 한국피앤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프랑스 언론의 시험 후 나온 화학 물질은 성분으로서 첨가된 것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검출된 것이다”며 “극미량이라 우유 등 다른 제품들에 대한 유럽연합의 허용 기준치보다도 훨씬 낮아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대형마트들은 논란이 된 제품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소비자들의 정서를 고려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현재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나왔거나 혹은 유해 성분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은 다소 형식적인 태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과문, 회수절차, 반박입장 발표 등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맞게 행동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많다. 물론 이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지 해야 할 행동을 취하는 것일 뿐이겠지만 아주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바로 두 기업의 제품이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들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드는 것도 이 부분이다. 허용치를 떠나 아이들이 쓰는 제품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돼 있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일부 외국계 기업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이젠 정부가 강력한 태도로 나설 때다. 제품과 관련해 국민적 여론에 반하는 부정적 이슈에 휩싸인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특히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제품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한층 높여야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상안 마련도 필수적이다. 보상금 수준 역시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유한킴벌리, 한국피앤지 등에 대한 조치부터 단행돼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