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잊어 또 재발한 화재 인명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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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잊어 또 재발한 화재 인명사고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09 00:02:18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과거를 후회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며 오늘을 즐기자’는 말이 있다.

당연하지만 실행하기엔 어려운 명제다. 어려운 이유는 ‘오늘’에 있다. 즐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을 즐길 수 없는 연유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그리워한다. 자연히 불투명한 미래 역시 불안할 따름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영화·드라마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시간을 건너 자유롭게 왕래하는 ‘타임슬립’ 소재들이 대개 인기를 얻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스크린을 넘어 안방극장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물론 과거 ‘이프온리’, ‘어바웃 타임’ 등도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 작품들이 인기를 얻은 이유 역시 원인은 오늘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일지 모른다. 영화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보다 지금보다 과거를 조명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하게 각색된 과거가 사랑받는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과거를 현실에서 마주친다면 다소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령 국방의 의무를 짊어진 남성들이 소통을 통해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와 강제적으로 교감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마주한 과거는 즐길 수 없는 오늘을 대변한다.

지난 일요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메타폴리스 상가에서 불이 났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 우리는 스프링클러와 환풍 시설의 작동이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했다. 비교적 적은 규모의 화재였으나 4명이 사망하는 등 총 5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과거도 발견됐다. 2개월 전 실시한 소방점검에서 무려 20여개의 크고 작은 지적사항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준공된 지 불과 7년된 이 건물 화재현장에서 1993년 제작된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다. 특히 해당 소화기의 경우 안전핀이 뽑혀 있었다. 소방당국은 초기 진화과정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쓸모없던 낡은 소화기는 사망자들의 내일을 앗아간 그곳의 상징이 됐다. 이번 화재 역시 입에 올리기도 귀찮은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원인인 셈이었다.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때도, 1994년과 이듬해 벌어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그리고 2014년 세월호사고 때도 큰 맥락으로 보자면 모두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과거에 연연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늘에 집중하자. 각색된 추억만 떠올릴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은 오늘이다. 특히 그것이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책임도 물어야겠지만 주변을 둘러 볼 때다.

내일이면 과거가 될 오늘을 후회 않고 모레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오늘의 안전에 집중해야 한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