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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중흥건설그룹은 지난해 기준 7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중견건설사다. 그러나 최근 중흥건설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나쁜 건설사’가 등장한다. 중흥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창업주 정창선 회장과 그의 장남 정원주 사장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 횡령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이들은 비자금 조성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작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런 오너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중흥건설은 대규모 공사 수주 등을 바탕으로 자산을 늘려나갔다. 중흥건설이 순천시 신대지구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사업을 하면서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맡았다. 그러나 최근 1만여가구가 들어서는 매머드 단지 신대지구 입주민들 사이에서 중흥건설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순천시 신대지구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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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일대의 신대지구가 각종 논란으로 시끄럽다. 입주자들은 중흥건설이 분양 당시 명품 교육환경을 내세운 것과 달리 중학교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단지 내에서는 신대지구 발전위원회 및 신대지구 교육대책위원회가 내건 현수막들(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전남 순천=유은주 기자] ‘명품 주거단지’를 내세운 순천 신대지구는 수년 째 각종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밑그림을 그린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이하·광양청)과 시공사인 중흥건설에게로 향했다.
중학교 통학하려면 두 번 환승, 대책 없는 탁상행정에 뿔난 엄마들
“당신들의 탁상행정에 아이들이 울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신흥 신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신대지구 입구에는 교육 인프라 부족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대지구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신대지구 발전위원회 및 신대지구 교육대책위원회가 내건 현수막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입주민들은 중학교 배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입주민들은 중흥건설에게 ‘속았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초등학교는 건설예정인 1개교를 포함해 3곳이 있지만 중학교는 현재 1개만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신대지구 내 거주 중학생 중 48명은 지구 내 위치한 승평중학교가 아닌 다른 중학교를 배정받았다. 먼 거리의 중학교에 배정받은 학생은 편도 1시간, 왕복 2시간 거리를 통학해야 한다.
포털 사이트의 ‘길찾기’ 서비스를 기준으로 신대지구 입구 쪽에 위치한 1단지를 출발지로 삼아 삼산중과 순천여중을 가려면 가장 짧은 거리 기준으로 40분가량이 소요된다. 버스의 배차간격도 길기 때문에 만약 신대지구 안쪽에 위치한 3~5단지에 거주하는 학생은 더 많은 시간을 통학을 위해 할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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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아 신대지구 교육대책 위원장은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순천시에 중학교 부족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성토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그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거리가 멀어서 힘든 것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내 아이가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친구들과 떨어져서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하다가 ‘왕따’나 ‘학교폭력’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학부모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학업에 충실하지 않고 일탈을 하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입주 세대가 늘기 때문에 신대지구 내 초등학교 졸업생은 승평중학교가 아닌 다른 중학교로 배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책위는 오는 2022년 신대지구 내 초등학교 졸업생수는 639명인 반면 신대지구 내 중학교 가능한 인원은 320명으로 추정했다. 즉, 5년 뒤에는 초등학교 졸업생 절반에 해당하는 319명이 원거리 배정을 받는 셈이다.
교육부와 순천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계 기관에서는 순천대학교 인근 삼산중학교의 이전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삼산중 학부모들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교육청은 올해 삼산중 이전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순천교육청 관계자는 “신대지구만 보면 중학교가 부족하지만 순천시 전체로 봤을 때는 중학교 수가 충분하기 때문에 현행 규정상 학교를 새로 짓는 것은 어렵다”며 “삼산중 이전을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아직 미지수다. 원거리배정을 받는 것은 신대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지역도 그렇다”고 답했다.
중흥건설 1단지 입주민 최모 씨는 “처음에는 초·중·고등학교가 아파트 바로 앞인 명품학군이고 외국인학교가 들어서면 우리 아이가 그런 학교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좋은 교육환경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막상 입주하고 보니 학교도 그렇고 대형마트도 그렇고 홍보만 해놓고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접수된 하자신고만 18만건…“사과 없는 미온적 태도에 분통 터진다”
신대지구는 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당초 약속된 대형마트·대형병원·외국인학교 유치 등도 줄줄이 무산돼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지어질 것이란 코스트코 유치가 무산되면서 순천시내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가기 위해선 약 22분(버스정류장 11개), 대형병원인 성가롤로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30분(14개 정류장)이 소요된다.
하자보수도 문제다. 입주 때부터 발생된 하자를 중흥건설 측에서 제때 보수하지 않자 주민들은 결국 소송을 냈다. 광양청 및 순천시가 조사를 벌인 결과 접수된 하자신고 건만 18만건에 이른다. 현재 1단지에서는 70억원대, 6단지에서는 48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 신대지구 내에는 1차~6차아파트까지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7~8차는 2018년, 9차는 2019년 입주가 예정돼 있다. 모두 입주가 완료되면 순천시민 10% 수준인 약 3만명의 인구가 이곳에서 거주하게 된다. 사진은 신대지구 내 아파트 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1단지 입주자 대표는 “시공을 맡긴 영세업체에서 값싼 중국산을 쓰다 보니 타일이 떨어지거나 결로현상 등이 발생한다. 중흥 측에서 하자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며 “실외기 놓는 자리가 안쪽에 있어서 여름철에는 화재 위험이 있음에도 중흥건설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품아파트를 짓는다’ ‘기존에 없던 첨단시스템을 갖췄다’ ‘대형마트나 병원·외국인학교가 들어선다’는 광고를 보고 입주했는데 이런 부분은 전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자가 발생하고 건설사는 사과도 없이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말로만 ‘빨리하겠다’고 할 뿐 (타일을) 공사했던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핑계를 대고 시일만 끌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흥S클래스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직원은 “교통이 여기저기 뚫려있어 젊은 층이 많이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라 이곳에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대지구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막상 주민들 민원 듣다보니 여러 문제점들이 많아 지금은 그다지 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길에서 만난 신대지구 주민 이모 씨는 “상가 내 주차공간을 턱없이 부족하게 지어놓고서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잠깐 길에다가 차를 세우면 귀신같이 딱지를 뗀다”며 “정작 시민들의 불편사항은 전혀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주차딱지만 열심히 떼러 오고 세금만 열심히 뜯어가려 한다”고 순천시청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몇동 몇호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분양사무소에서 썼던 자재를 그대로 아파트에 사용했다”며 “하자보수도 콜센터 운영을 통해 접수받아 바로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중흥건설이 분양하는 신대지구의 아파트의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인근 M부동산 관계자는 “33평기준 1억9900만원이었던 분양가는 6차에서는 2억1500만원을 기록했으며 7~9차 분양가는 더 올랐다”고 말했다.
광양청 특혜 논란 속 매머드 단지 사업 독차지한 중흥건설에 시선
▲ 신대지구의 밑그림을 그린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의 계획과 중흥건설의 홍보와는 달리 외국인학교 및 대형병원은 유치가 줄줄이 무산된 상태다. 현재 해당 부지는 수년 째 방치돼 있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코스트코 예정 부지는 임시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인교육기관 예정 용지(위)와 의료기관 예정 용지 ⓒ스카이데일리
신대지구 개발은 총면적 289만9707㎡(약 87만7161평), 사업비 560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신대지구 조성 당초 목적은 외국인 투자자본 유치를 위한 외국인 거주 공간마련이었다. 이 때문에 외국인병원·학교 등의 부지가 수년 째 공터로 남아있다. 때문에 애초부터 신도시의 밑그림을 잘못 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광양청 관계자는 “계속 외국인학교 및 기관의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외국인 거주지 조성이라라는 당초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광양청의 답변과 순천에코밸리 측의 이야기는 달랐다. 지난 2014년 이후부터는 진행되는 협약이 전무하다는 것이 순천에코밸리 관계자의 답변이었다.
신대지구 개발의 시작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광양청은 이곳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처음 개발에 나선 곳은 순천시였다.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시가 2005년 민간투자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순천레포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듬해 사업추진 방식을 민간투자 대행개발에서 제3섹터 법인설립으로 바꾼 뒤 순천에코밸리라는 법인을 따로 설립해 출자했다.
출자자는 순천시·삼능건설·송촌종합건설·중흥건설산업·중흥주택·중흥건설 등이었다. 중흥건설이 신대지구 사업에 본격 개입한 것은 이때부터다. 2009년부터 순천에코밸리 주요 주주목록에서 중흥건설 계열사 외 타 건설사들이 사라졌다. 지난 2012년에는 순천시마저 1% 지분을 청산해 사업시행을 맡은 순천에코밸리는 온전한 중흥건설그룹의 소유로 변경됐다.
지난해 5월 30일 기준 순천에코밸리의 지분은 중흥주택 86.46%, 중흥건설산업 8.48%, 중흥건설 5.05%을 보유했다. 결국 중흥건설이 사업의 모든 수익을 얻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신대지구 내 아파트 분양을 맡은 곳 역시 중흥건설의 계열사인 중흥산업개발이다. 이로써 대단지의 시공·시행·분양을 한 건설사가 맡게 됐다.
▲ 5600억 규모의 신대지구 조성공사는 실질적으로 중흥건설그룹이 모두 도맡고 있다. 시공은 중흥건설, 시행은 계열사 순천에코밸리, 분양은 그룹 계열사인 세흥산업개발과 중흥산업개발이 맡았다. ⓒ스카이데일리
때문에 중흥건설이 대규모 사업을 독차지한 배경에는 광양청과 순천시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지난해 전남지검 순천지청은 중흥건설의 특혜의혹과 관련해 중흥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3월 광양청이 신대배후단지 내 공공청사부지에 대한 개발 및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중흥건설이 1000억원 상당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재판부는 같은 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모 전 광양청장은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신대지구 아파트 건설에 따른 취득세 감면 명목으로 중흥건설 임원으로부터 뇌물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순천시청 세무공무원 신모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광양청 관계자는 “처음에 시행을 맡긴 것은 순천시였기 때문에 중흥 측에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과거 문제가 된 계획변경 등도 현재 다 원상복귀시켰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중흥건설이 선월하이파크단지의 시행을 맡자 또 다시 특혜시비가 불거졌다. 선월하이파크단지는 신대지구의 동남쪽으로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건너편에 자리한 곳이다. 2020년까지 225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07만㎡(32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신대지구와 마찬가지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입주 종사자들에게 쾌적한 주거․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택지개발사업이다.
광양청 관계자는 “선월하이파크단지 시행자 선정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며 특혜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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