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삼구, 대우건설 패착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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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13 00:01:48

▲ 김신 편집이사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재벌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금호그룹)은 지난 몇 년간 보릿고개나 다름없는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보냈다. 그룹 해체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기사회생에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룹 재건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과거 재계서열 7위의 위용을 자랑하던 금호그룹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데는 최고 경영진의 판단 착오가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 총수인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인수 합병 결정 때문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무려 6조64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로부터 2년 후에는 4조1000억원에 대한통운을 사들였다. 약 2년 사이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베팅을 한 셈이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금호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앞서 조달한 인수 자금의 이자도 못내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결국 2009년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2010년 알짜계열사인 금호타이어 등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박삼구 회장 역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굴욕을 겪었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그룹 재건과 경영권 재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대우건설·대한통운·금호고속 매각, 3300억원 사채 출연 등 금호그룹 정상화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인수대금 7228억원을 완납하고 그룹 경영권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가 과거 금호그룹이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일련의 과정이다. 그런데 최근 박삼구 회장 행보에서 이상 징후가 다시 포착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숙제로 평가되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사모펀드 등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조원 상당의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며 “채권단에 인수 의사를 밝힐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과거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에 넘길 당시 금호타이어를 제3자에게 매각하더라도 1원이라도 더 써내게 되면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현재 인수를 희망하는 중국계 기업이 약 9000~1조원 가량을 염두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재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번 박 회장의 행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당장 금호타이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1조원이라는 인수대금은 엄청난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의 집착 때문에 그룹이 또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현재 금호타이어가 처한 상황이 과거 잘나가던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도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1조원이나 투입해 인수한 금호타이어가 소위 말해 ‘돈 값’을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한국타이어와 비슷했던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분에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생을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 수반돼야 하지만 당장에 투입할 연구비용 및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강성노조와의 잦은 마찰도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작업은 현재 막바지에 와 있다. 아직까지 금호타이어 인수가 확정되지 않아 방점을 찍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거의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업구조 확충 및 미래먹거리 창출, 재무확충 등 내실만 갖춘다면 금방이라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이는 역으로 금호타이어 인수가 그룹 재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가 인수를 시도하면 오히려 그룹 재건의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시도는 과거 그룹 해체 위기를 야기한 대우건설 인수 때와 많이 닮아있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