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 얼룩진 ‘16兆’ 국책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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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지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13 12:42:51

▲ 손현지 기자(금융부)

지난해 북한의 연이은 핵도발에 한반도 안보가 흔들렸다. 이에 국방부는 7월 미국의 사드체계(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국내에 설치하는 방안과 그 후보지로 경북 성주포대를 지목했다. 당시 성주지역 주민들은 사드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며 연일 반대시위를 이어갔다. 레이더 범위 100m 밖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가 달린 사안에 대한 지나친 ‘님비현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남해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6일 남해 EEZ 구역의 모래 채취가 전면 중단됐다. 이유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수협)의 반발 때문이다. 그들은 어장파괴로 인한 어획량감소,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더 이상의 모래 반출을 반대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그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소중한 자연환경의 일부인 모래가 없어져 해양 지형이 변하면 예상치 못한 생태계 파괴를 야기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는 모래 채취가 남해 해안지형에 끼치는 피해와 관련해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없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연구팀과 모래 채취가 남해안 지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용역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어민들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모래 채취로 인한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과학적인 근거자료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수협과 어민들의 반대는 그야말로 생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남해 EEZ의 모래는 거제, 부산, 통영 등 남해안 건설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재료다. 이 여파로 현재 진행 중인 국책사업 ‘부산항신항 조성사업’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새로 짓고 있는 신항은 국내 물동량의 64%를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예산만 무려 16조원이 넘게 투입됐다. 그러나 모래 수급이 끊기자 레미콘 생산이 중단됐다. 철근콘크리트공사가 멈추면 공사 전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

현재 부산항 신항에서 진행 중인 공사에서 모래가 없으면 가장 타격을 받는 구역은 ‘남컨테이너터미널 2-4단계’ 건설 현장이다. 사업주체는 한진중공업이며 현대산업개발측이 시공을 맡고 있다. 이 공사는 항만공사를 민간기업이 대신 맡아 건설하는 ‘민자사업’이다. 예정 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공사가 길어질수록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

한진중공업 건설현장의 관계자는 “최근 다른 공사 구역에서는 서해 EEZ의 모래를 조달받아 쓰기도 하지만 운송비용만 추가적으로 1만원 정도 더 발생해 결국은 손해다”며 “공사 기한은 정해져있는데 재료는 없고, 적자를 내면서까지 공사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 그야 말로 사면초가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금을 대출받아 시행하는 민자사업의 경우 자칫하면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16조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남해 수협의 근거도 없는 우려가 동북아시아 핵심 환적화물을 처리할 부산신항 공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국책사업이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좌초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손현지 starhyunji93@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