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무법자 전락한 ‘포켓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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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무법자 전락한 ‘포켓몬고’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김성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15 16:01:10

▲ 김성욱 기자 (산업부 2팀)

지난해 여름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속초로 이끌었던 증강현실(VR) 게임 ‘포켓몬고’가 지난달 24일 국내에 상륙했다. 타 국가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있었지만 포켓몬고의 인기는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한국 상륙 10여일 만에 이용자가 700만명에 육박하는 등 그야말로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포켓몬고는 앉아서 즐기는 다른 게임과 달리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일부 포켓몬고 이용자들은 게임과 운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동하면서 즐기는 포켓몬고의 특징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포켓몬 캐릭터를 잡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에 몰두해 길을 걷다보니 장애물 등에 걸려 다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장애물이 아닌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에 부딪히게 되면 부상의 정도는 훨씬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게 일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저승길고’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소리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거리가 평소보다 40~50% 줄고 시야 폭은 56% 감소한다. 전방 주시율은 15% 정도로 떨어진다. 이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걸으면 장애물에 부딪힐 확률이 높은 것과 비슷한 원리다.

최근에는 운전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다 적발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포켓몬고의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게임을 하다 적발된 사례는 총 36건에 달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포켓몬고와 관련된 교통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출시된 미국과 중국 등에서 운전 중에 게임을 즐기다 차량이 절벽에서 추락하거나 강에 빠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점에 비춰볼 때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실과 접목된 증강현실(AR) 게임이 기존 게임의 단점을 보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운동효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장점이 빛이 바랜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아직까지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그나마 위안 삼을 만한 일이다. 정부 차원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성욱 ukzzang67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