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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사업인 ‘송파헬리오시티’가 법원으로부터 일부 동의 공사 중단 명령을 받았다. 헬리오시티 단지 인근 송파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제출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추후 열리는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당 동은 공사가 제한 돼 파장이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인 ‘송파헬리오시티’가 일조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법원으로부터 일부 동의 공사 중단 명령을 받았다.
이번 소송은 공사현장 북쪽에 자리한 송파동부센트레빌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일어났다. 법원은 1심에서 헬리오시티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재개되는 듯 했던 공사는 2심에서 뒤집히게 됐다.
지난 12일 서울고법 민사26부는 센트레빌 주민들 손을 들어주며 헬리오시티 503동 3·4호 라인에 대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것이다. 23층 높이로 계획된 해당 라인은 현재 11층까지 골조공사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이곳을 분양받은 이들의 입주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 됐다.
공사중단 피해금액 200억 추산…센트레빌 주민 “햇볕 포기할 순 없어” 대치
송파헬리오시티는 완공 후 총 9510가구 3만5000여명이 생활할 미니신도시급 단지로 계획됐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곳 현장은 지난해 1월 착공했으며 2018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일조권에 피해를 입었다는 송파동부센트레빌은 지난 2004년 준공된 곳으로 4개동으로 이뤄진 소규모 단지다. 헬리오시티와 불과 50m 거리에 위치했다. 문제는 고층단지인 헬리오시티의 방향이었다. 남쪽을 둘러싼 단지들 탓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일조권을 서서히 침해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8월 센트레빌 주민들은 법원에 정식으로 소를 제기했다. 9월 1심 재판부는 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공사재개를 명령했다. 패소한 센트레빌 주민들은 지난달 항소했고 2심에서 판결을 뒤집으며 공사중지명령을 따 내게 된 것이다.
당초 이들이 문제 삼은 곳은 헬리오시티 501·503·509·510동 등이다. 2심 재판부는 이 중 503동 3·4호 라인의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가락시영아파트 조합 측은 중지명령이 내려진 곳이 1개동뿐이라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여전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차진록 조합장 직무대행은 “일조권 등과 관련해 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으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항이다”면서 “조합 내부적으로는 현재 센트레빌 주민들에 손해배상을 해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고 말했다.
▲ [그래픽=한지은] ⓒ스카이데일리
이어 차 대행은 “협상에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24세대(59㎡·약 25평)를 짓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면서 “현재 해당 호실들의 시세가 8억원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조합이 입는 손실규모는 약 192억원에 달한다. 조합비 내에서 충당 가능해 추가분담금이 높아지진 않겠지만 조합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지출인 셈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해당 동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단지 내 모든 공사가 완료돼야 준공인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입주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 동이라도 준공시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준공인가 자체가 연기된다”며 “공사 중지는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며 만약 공사가 중단될 경우 사업시행자가 물게 될 지연이자 등 금융비용도 상당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합의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센트레빌 주민들이 공사중단 뜻을 굽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주민은 “합의를 할 경우 평생 볕을 포기한 채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순 없다”며 완강한 뜻을 내비쳤다.
차 대행은 “양측 변호사를 통해 센트레빌 주민들과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센트레빌 측은 그간 헬리오시티 측이 자신들을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센트레빌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은 “소송 중에도 헬리오시티 측 변호사에 수 차례 의견을 개진했었다”면서 “일조권 침해 부분에 대해서 양측의 입회 아래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나 조합 측은 줄곧 무시하는 듯 한 태도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도시와사람은 일조권 전문 법무법인이다. 지난 2013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 사업 당시 인근 학교 일조권 침해 소송에 학교 측 대리인으로 참가해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조합 측은 배상금으로 7억원을 제시했으나 도시와사람은 이 가격의 6배에 달하는 42억5000만원 배상을 이끌어낸 바 있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문제없다” 주장하는 송파구청…피해와 갈등은 주민들 몫으로
▲ 이번 일조권 분쟁에 대해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의 인·허가 과정을 문제 삼았다. 건축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 같은 분쟁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서는 건축법과는 다른 기준으로 판결을 하고 있어 ‘일조권’에 대한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의 인·허가 과정을 문제 삼았다.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허가권자인 송파구청 측은 인허가 당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스카이데일리 측에 전해 왔다.
구청 주거재생과 재건축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상으로 문제가 없었고, 건축법 기준 역시 다 만족했다”며 “공사 중지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다른 동으로 올리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은 달랐다. 분쟁이 충분이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센트레빌 주민은 “적어도 구청이라면 해당 단지뿐 아니라 주변 주민들의 피해 등에 대한 검토도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순히 건축법상 문제없었단 이유로 책임이 없다는 것은 구청의 자세가 아니다”고 힐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행법상 문제가 없었던 부분이 재판 과정에서 문제시 된 배경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됐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건축법에서는 일조권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의 경우 높이 9m(3층 이상) 초과 건축물을 신축 시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층의 높이가 3m인 20층짜리 아파트의 경우 인근 건물 대지 경계선에서 30m 이상만 이격하면 된다. 해당규정만 갖추면 건축 허가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조권 침해기준은 일조시간을 근거로 한다. 수도권 지역의 공동주택의 경우 1년 중 일조시간이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 2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되거나,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법원 감정평가에 따르면 센트레빌의 경우 헬리오시티가 완공된 후 총 일조시간이 한 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거나 연속 일조시간이 30분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음이 문제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법과 사법부 판단이 다를 경우 법개정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무엇보다 인허가권자인 송파구청 측이 이런 판례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시공사측에 의견을 제시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 시대에서는 삶의 질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추세다. 앞으로 이런 갈등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게 맞고, 법에서도 명확하게 이 부분을 수정하는 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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