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2017년 2월 중순, 베트남의 호치민 날씨는 따뜻했다. 낮 최고 기온이 32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조석으로는 싸늘하다. 관광 명소에는 프랑스 사람들을 비롯한 유럽인들로 북적인다. 옛 사이공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남쪽의 따뜻한 햇살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거리는 수입차와 오토바이가 즐비하고 도시는 활기차 있다. 넥스트 차이나, 즉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의욕이 넘쳐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미국 종합 부동산 서비스 존스 랑 라살(JLL)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호치민’을 인도의 뱅갈로에 이어 2위로 평가하고 있다. 하노이는 8위다.
지구촌 134개 도시의 단기적·장기적 발전을 계량화한 지표(City Momentum Index)로 등급을 매겨 매년 발표하고 있다. 3위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4위는 중국의 상하이다.
역시 인도와 베트남이 중국의 바톤을 이어 받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해당 국가들에게 외국인투자가 계속 들어오고,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ASEAN 10, 즉 동남아 10개국 중에 유독 베트남이 잘 나가는 것일까? 이들에게 남과 다른 DNA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의 전쟁에서도 거뜬하게 나라를 지켜내면서 축적된 자부심과 기개가 베어 있는듯하다.
미국 혹은 유럽에서 만나본 보트 피플 출신의 베트남인들이 대부분 영리하고 부지런하면서 현지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가끔 목격하곤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겸손한 편이지만 수가 틀리면 불같이 화를 내는 단면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진 오기와 근성은 결집력을 높이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고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베트남을 보면 마치 우리의 1970, 80년대를 연상케 한다. 그 때만 하더라도 이들보다 못지않은 용기와 근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한국호(號)에는 이러한 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단지 한 때 스쳐간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우리 경제가 너무 조로(早老)한 탓이지, 아니면 과로로 인해 지친 것인지 상념에 젖게 한다.
현재 호치민에만 1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거주하며, 한 해 11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한다. 베트남 드림을 꿈꾸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은 ‘올드 차이나(Old China)'에서 벗어나 ‘뉴 차이나(new China)'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 수출에서 내수 중심 경제로의 탈바꿈을 위한 동력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여전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미국과의 한판 무역전쟁을 준비하는 중국 정부의 위세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다. 그런 와중에 한국 뛰어넘기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착착 진행한다.
조선, 가전, IT, 자동차는 한국 경쟁업체와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으로 옮겨가면서 더욱 박차를 가한다. 심지어 한류(韓流)의 중심에 있는 우리 화장품에 까지 군침을 흘리면서 굴기(崛起)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기술 인력들을 빼가기 위해 현재 급여의 최대 10배까지 배팅을 하는 등 파상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중국 제조 2025’ 프로그램을 4차 산업혁명으로 접목시키면서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을 벌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엉거주춤하는 사이 그들은 쏜살같이 치고 나가고 있다.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미래 목표를 향해 폭주해 가는 기관차처럼 보인다.
국가가 제 기능 발휘하지 못하니 국내·외에서 국민들의 삶 고달파
한·중 양국 수교 이후 지난 24년간 한국은 중국을 공장 혹은 시장으로 충분히 활용하면서 나름대로 경제적 이익을 챙겨 왔다. 역으로 중국은 우리 기업에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온 것이다.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제조 기술을 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익히 자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것과 같이 중국도 한국을 극복하기 위해 그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더 이상 20여년 전의 중국으로만 평가하고 이들을 상대하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중국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엄청난 내수 시장을 갖고 있고, 해외 투자나 M&A에 있어서도 막대한 자본력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중국 편에 서도록 강요하고,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미국의 통상압력보다 야욕적이면서 확연하게 달라진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다.
우리 뒤를 따라오면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지구촌의 후발 경쟁자들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애써 방관하고 있는 듯하다. 상법 개정, 세금 인상 등 기업에 불리한 규제만 양산하면서 족쇄를 채우고 있다. 역대 최대 실업자 수를 갱신하면서 개인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기업은 환경이 더 나은 해외로 나가려 하고, 인재를 포함한 인력들도 국내 취업보다 해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기웃거린다.
정치판은 현재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얄팍한 포퓰리즘에 빠져 대중적인 요법의 사탕발림으로 지지자들의 입맛만 맞추려고 한다. 국가가 우리 경제 주체들에 대해 더 이상 보호의 울타리가 되지 않고 밖으로 내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베트남 등에 가보면 우리 국민들을 종종 발견한다. 한국에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더 나은 곳에서 꿈을 펼쳐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지에서 때로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가면서도 어렵게 일상을 영위한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경제 주체들은 국내와 해외에 흩어져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2017년 2월, 다시 봄을 기다린다. 과거에는 3월이 되면 새싹이 돋아나듯 희망이 넘쳐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꿈, 비전 등과 같이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위기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시원한 한 방은 없다. 수개월 동안 국가의 기능은 마비돼 있고, 거리에는 삶을 더 우울케 하는 양분된 목소리만 높아진다.
기득권들이 가진 것을 하나도 내놓지 않으니 우리 사회에 양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익 확보에 혈안인 집단만 보인다. 이 시점에서 경쟁국들은 우리와의 격차를 줄이거나 벌리고 있다.
거꾸로 가는 한국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차단기는 없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 그리고 국내 사건·사고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언론들에게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직시하라고 당분간이라도 밖으로 내쫒고 싶다. 베트남 TV에서는 세계 경제 와 관련된 뉴스들이 시시각각 보도되는 모습이 발견되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경제 관련 보도를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 외 최대 과제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시시비비는 당연히 가려야 하지만 지나치게 한 쪽에만 함몰돼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눈과 귀를 닫는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