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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기자 (부동산 2팀)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후 우리나라는 개화기로 접어들었다. 서구화된 문물들이 대거 유입됐다. 또한 그들의 사고방식과 사상 등이 전파되면서 의식주 등 우리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건축양식도 그 중 일부였다. 벽돌로 지어진 양옥이 건축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주로 궁궐 내부에서만 지어졌던 까닭이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는 벽돌·콘크리트 등으로 지어진 견고한 건축양식이 널리 퍼졌다.
해방 직후 미군정과 우리 정부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들을 ‘적산(敵産)’으로 분류했다. 소위 ‘적산가옥’들이 일반에 분양된 것이다. 당시 우리 국민에게 해당 가옥들은 일제가 버리고 간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적산가옥들은 6·25전쟁 과정에서 상당수가 파괴됐다.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는 헐어지고 새로 지어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해당 건물의 보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근대건축물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이다. 국도극장, 스카라극장, 대한증권거래소 등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이 경제논리로 하나 둘 씩 사라지면서부터다.
건축은 환경을 담고 있다. 기후가 다른 지역에 따른 주거양식이 달라지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또,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어떤 재료가 사용됐고, 어떤 생김새를 갖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 지어졌는지 등을 통해 해당 건축물이 지어졌던 시대의 수준을 감안할 수 있다. 한마디로 건축은 곧 자연과 문화적 환경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된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20세기 초 건축양식을 담고 있다.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건축양식의 발달과정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건축교과서인 셈이다. 비록 당시가 어두운 역사였지만 그 마저도 우리 역사의 일부다. 당시의 건물들 곳곳에서도 이 같은 비극의 흔적은 남아있기 마련일 것이다.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허물고 개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비록 낡았지만, 희미해진 옛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 건축물들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보존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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