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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거듭될수록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1년간 일자리를 구하다가 실패해 취업노력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까지 더해지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생보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꼼수 채용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정규채용 이외에 금융전문가 및 재무설계사로 양성한다고 구직자를 모집한 후 실제로는 보험영업 위주의 업무를 하달하고, 심지어 실적 압박까지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사실상 포장만 그럴듯한 외판원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처우 역시 일반 사원에 비해 열악하다는 주장마저 제기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대표격인 KB금융지주의 생보 계열사 KB생명에서도 벌어지고 있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생보업계 주요 기업인 삼성생명과 KB생명을 둘러싼 꼼수 채용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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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회적으로 청년 실업률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삼성생명·KB생명 등이 금융전문가 양성이라는 명분 하에 구직자를 모집한 뒤 정작 교육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보험 영업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생명 본사(사진 왼쪽) 및 KB생명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청년 실업률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형 생명보험사(이하·생보사)들이 채용을 미끼로 청년들을 사실상 기만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은 생보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과 4대금융지주의 대표격인 KB금융지주의 생보 계열사 KB생명 등이다.
2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 두 기업은 기피 업종으로 분류돼 인력난이 심각한 부서의 인력을 채우기 위해 ‘꼼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럴싸한 광고로 구직자를 모집한 뒤 채용 후에는 당초 약속한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부여한다는 주장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생보업계 1위 기업 삼성생명, 구직에 목마른 청년 대상 ‘꼼수 채용’ 논란 휩싸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은 전년(9.2%) 대비 0.6%p 상승한 9.8%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숫자로 환산하면 청년실업자는 무려 43만5000명에 육박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전월 대비 0.9%p 하락한 8.6%를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맴돌았다.
지난달 기준 1년간 일자리를 구하다가 실패해 취업노력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이후 최대치인 58만9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의 41만4000명과 비교했을 때 약 17만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시기 청년층의 체감실업률 역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22.5%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기존 청년실업자 수에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이직 희망자 등을 포함해 수치화 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생보사들의 구직자 모집 행태가 물의를 빚고 있다. 금융전문가 양성을 내걸고 구직자를 모집한 뒤 막상 교육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비교적 기피현상이 심각한 ‘보험 영업’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처우 역시 일반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상당히 열악해 실제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 사이에서는 “취업에 목마른 청년 구직자를 기만한 행위나 다름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지난달 기준 청년실업률은 8.6%를 기록했고 취업노력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60만명에 육박했다. 같은 시기 청년층의 체감실업률도 22.5%를 기록해 청년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채용박람회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 보는 구직자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대학생들의 여름·겨울 방학시즌에 맞춰 ‘금융아카데미’를 실시해 왔다. 금융아카데미 과정은 삼성생명이 업계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경제이슈 △금융상품 △재무설계 △마케팅·컨설팅 △금융 포트폴리오 작성법 등을 교육하는 금융전문가 과정 교육프로그램이다.
금융아카데미는 삼성생명 유니브(Univ) 사업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시행 초기에는 한 달 과정으로 실시됐지만 최근에는 교육 이수까지 짧으면 1주에서 길어봐야 2주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지원 자격은 대학교 4학년(6학기 이상) 학생 및 기졸업자다.
그런데 삼성생명 금융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들 사이에서 금융아카데미의 실제 성격은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생명 금융아카데미의 실체는 업무 기피도가 높아 지원자가 적은 영업 부서 직원을 뽑는 일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생명 아카데미 과정 수료 후 관련 일을 했던 김정식(가명) 씨는 “실제 내부 인사 과정 시 특별히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 중심으로 뽑으라는 지시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전문가’라는 이름을 내세워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라는 회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씨에 따르면 금융아카데미 과정 마지막 날에 삼성생명 측은 “교육의 연장선으로 재무설계 관련 업무를 해보겠냐”며 제안을 했다. 금융전문가의 꿈을 품고 교육을 이수한 지원자들은 삼성생명의 제안을 받아들인 후 면접 및 입사교육을 받고 바로 업무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은 투입하는 곳은 치열한 보험 영업의 현장이었다. 최초 제안처럼 재무설계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전문가로 활동시키기보다 ‘보험영업’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입사 전 지원자를 모집할 당시 ‘보험영업’ 업무를 맡는 것 아니냐는 지원자들의 질문에 전문설계사로 활동할 것만 강조했다. 취업자들 사이에서 “삼성생명에 완전히 속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배경이다.
김 씨는 이에 대해 “금융아카데미를 통해 입사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업무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거나 혹은 에둘러서 설명한 후 곧장 업무에 투입시켰고, 최종적으로는 보험영업을 강요했다”며 “미리 보험영업 사원을 뽑는다고 했으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 삼성생명은 금융전문가 교육을 내세우며 금융아카데미 과정을 진행했지만 막상 교육 이수 후에는 보험영업을 주로 강요한다는 주장이 교육프로그램 이수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일부 지원자들은 “삼성생명에 속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진=삼성생명 금융 아카데미 홈페이지 모집공고문 캡처 화면]
삼성생명의 ‘금융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들은 ‘재무설계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긴 하지만 실제 입사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아카데미 수료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금융아카데미 수료 후 입사하게 되면 정규직이 아닌 위촉계약직이라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받는 식으로 연봉 계약을 하게 된다. 기본급은 적은 편이기 때문에 결국은 영업 활동을 통한 인센티브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연봉구조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금융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삼성생명에서 일했던 취업자 이수현(가명) 씨는 “과거 일했던 지점은 지점장이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리점 직원들을 상대로 상당한 영업 압박을 가했었다”며 “동기들로부터 다른 지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생명 각 지점장들의 인사 시스템은 1~2년을 주기로 지점을 옮겨 다니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이는 1~2년 사이에 지점장들로 하여금 최고의 실적을 내게끔 하는 최적화 된 방식으로 평가된다. 짧은 기간 내에 실적을 입증해야 지점 이동시 우대를 받을 수 있고 승진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지점장들은 한 지점에서 길어봐야 2년 밖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신입사원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조차 실시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우수한 인사 평가를 받기 위해 영업만을 강요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꼼수 채용…삼성생명·KB생명 “문제 될 것 없다” vs 고용노동부 “관련 내용 민원 다수”
우리나라 4대금융지주 중 한곳인 KB금융지주의 생보 계열사 KB생명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행태로 여론의 질타를 맞고 있다. KB생명은 지난해 12월 ‘KB생명 동계 인턴쉽 과정’ 모집 공고에 “금융전문가에 도전하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보험영업 사원 모집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KB생명에서 약 2년여간 진행한 금융권 취업컨설팅 과정 ‘KB a Dream’은 보험설계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모집 공고 시 이와 관련 내용을 누락시킨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두 프로그램은 모두 모집대상에 ‘졸업예정자’를 포함시키고 있어 취업이 간절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꼼수 채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KB생명은 약 2년여간 ‘KB a Dream’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KB생명은 공고문에서 “종합재무설계 전문가의 길을 체험해볼수 있다”고 기재했지만 실상은 영업사원 모집에 불과해 ‘꼼수 채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KB a Dream’ 모집 공고문 캡처 화면]
KB생명 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KB생명이 금융전문가 과정을 신설한 것은 삼성생명의 여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에서 전문가 과정을 시행하자 KB생명 쪽에서 삼성생명 소속 교육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이기 때문에 ‘KB금융’이라는 기업 타이틀과 ‘금융전문가’라는 직업 타이틀 등에 매료돼 취업을 결정한다”며 “하지만 얼마 안가 보험영업직임을 인지하고 거기에 영업 압박까지 받으면 불만을 품고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취업에 목마른 청년들을 대상으로 꼼수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두 생보사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해당 사항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 반면 KB생명은 일부 대리점의 행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꼼수 채용 논란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카데미 과정 수료 후 본인이 원하면 위촉계약관계를 맺기도 하는데 보험설계도 재무설계의 한 부분이니까 보험영업도 포함되긴 한다”고 인정했다. 이어 내부 취업자들 사이에서 영업사원 모집을 위한 꼼수 채용이라는 불만이 제기됐다는 지적에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답변을 피했다.
KB생명측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점 계약직 보험설계사(FC)들이 자체적으로 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KB생명 관계자는 “모집 과정 중에 각 지점에 있는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일부러 보험영업 관련 멘트를 빼고 개인 SNS나 취업카페에 올리는 것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미리 파악은 못했다”며 “관련 사항이 파악되면 보험설계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험설계사들이 모집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KB생명 관계자는 “교육 첫 날 미리 공고 내용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공지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집에 돌아가곤 한다”고 항변했다.
이들 두 기업과 관련된 꼼수 채용 논란과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관련 사항에 대한 민원제기가 몇 차례 들어온 적이 있다”며 “허위광고임이 밝혀지면 ‘직업안정법’에 의해 제재를 가할 순 있지만 삼성생명처럼 재무설계사 범주 안에 보험영업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허위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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