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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도곡동 매봉역 2번출구 주변은 한 호실당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빌라와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다. 이 일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위 BBK 사건과 논란이 있었던 ‘도곡동 땅’이 거론된 지역이기도 하며, 비선실세 최순실 씨 언니 최순득 씨가 소유한 집이 있는 곳으로도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처럼 이곳은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부자들의 주거단지라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생활편의 시설이 기껏해야 세탁소, 편의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매봉역 바로 앞에 신축하는 빌딩에 롯데시네마가 들어선다고 알려지면서 도곡동 일대가 소란스럽다. 건물뿐 아니라 골목 곳곳에는 영화관 입점을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시네마 입점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도곡동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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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도곡동 고급빌라촌 주민들이 롯데시네마 입점 소식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롯데시네마는 매봉역 2번 출구 앞에 지하 3층, 지상 7층, 1000석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완공되면 코엑스 메가박스, 압구정 CGV에 이어 세 번재로 큰 대규모 극장이 된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대표적인 부촌지역인 강남구 도곡동 고급빌라촌 주민들이 대형 영화관 입점 소식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매봉역 2번 출구 앞에 대지면적 1910㎡(약 578평), 연면적 7555.3㎡(약 2285평), 지하 3층, 지상 7층 1000석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완공되면 코엑스 메가박스(3000석), 압구정CGV(1030석) 뒤를 이어 강남구에서 세 번째로 큰 대규모 극장이 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영화관이 들어오면 인근 지역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영화관을 방문하는 유동인구가 증가하면 인지도뿐 아니라 인근 부동산 시세 상승에도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롯데시네마가 들어설 예정인 매봉역 인근 도곡동 분위기는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유동인구 10만명 증가 ‘소음·불빛·매연’ 등…주민들 “명백한 주거환경 침해”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매봉역 1, 2번 출구 인근에는 고급빌라와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도곡동 울트라멤버스, 포스코트, 현대힐스테이트 등은 대형 평수로만 구성된 초고가 빌라 및 아파트다.
포스코트에서 가장 작은 규모를 가진 호실은 공급면적 241.7㎡(약 73평)로 20억원이 훌쩍 넘는다. 최순실 씨의 언니 최순득 씨가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진 힐데스하임 역시 가장 작은 평수가 약 88평(288.9㎡)이며 한 호실 시세만 37억원을 육박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고급주택가 내에는 판사·정치인·고위공무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보안이 이뤄지고 있으며 조용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 매봉역 2번 출구 도곡동 주택가에는 롯데시네마 입점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골목 곳곳에 걸려있다. 주민들은 “1000석 규모에 비해 주차대수가 68대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교통혼잡·주차대란 등 주거환경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가레이다뉴스 선종필 대표에 따르면 1000석 규모의 대형 영화관이 입점할 경우 유동인구는 한달 약 10만명이다.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최근 롯데시네마 입점 소식이 들려오면서 도곡동 주택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골목 곳곳에서 롯데시네마 입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수막에는 롯데시네마 입점이 매봉역 유동인구 증가로 이어져 주거생활 침해를 초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사부지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설계도면을 보면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6m 이면 도로에 주차장 출입구가 설치됐다”며 “1000석에 주차대수는 68대 뿐이고, 영화관을 방문하는 차들로 인한 주차대란, 교통 혼잡 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이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통상 1000석 규모의 대형 영화관의 경우 하루 6회 상영을 한다고 가정했을 하루 6000명이 방문한다”며 “영업상황 등을 고려해 한 달로 치면 유동인구는 약 10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울트라멤버스에 사는 주민은 지상3층 높이의 ‘가건물 형태’의 주차장에 대해 지적했다. 저층부 아파트 주민의 경우 침실 앞에서 심야영화 시간에 다니는 차량들의 주차 소음·불빛·매연 등이 발생해 주거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행사측은 지금 롯데시네마 부지는 모델하우스도 있었던 자리라며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모델하우스의 경우 기존 아파트보다 높이가 낮을뿐더러 층수도 2층이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강남구청 공사 중지 명령…롯데시네마 “우리는 임차인 입장, 난감하다”
시행사측인 크린브룩은 주민들의 반발에도 여전히 공사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진행중인만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영화관 입점을 둘러싸고 주민과 시행사 간 대립이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강남구청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시행사측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공사 중지 명령 해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진행중인만큼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간 협의가 되지 않으면서 롯데시네마를 둘러싼 소송전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스카이데일리
롯데시네마 입점예정부지 뒤쪽 울트라멤버스 아파트 주민들은 시행사측과 협의가 되지 않자 공사 중지 가처분에 대한 소송을 벌였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후 주민들은 허가권자인 강남구청에 직접 찾아가 피켓시위, 구청장 면담 요청 등을 통해 해결책을 촉구했다.
강남구청 주관 하에 주민, 시행사, 롯데시네마 3자간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별다른 협의점은 찾지 못했다. 주민들로부터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자 강남구청은 현재 시행사측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시행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재 강남구청을 상대로 공사 중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해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양측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강남구청이 주민들과 협의하라고 했는데도 시행사는 허가대로 진행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시행사측은 롯데시네마로부터 15년간 364억원이라는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공사를 강행하는 것인데, 한 회사로 인해 수천명의 주민이 피해를 봐야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자와 주민들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자 입점 예정이었던 롯데시네마 측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시행사측과 지난해 6월부터 2031년 9월까지 약 15년간 임차계약을 맺었다. 월 임대료 2억원, 계약금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 문제는 건축주인 시행사측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임차인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만약 롯데시네마 입점을 철수한다면 시행사측에서 공사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간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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