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홍상수에 19금딱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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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홍상수에 19금딱지 정당한가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23 23:25:00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지난 2014년 충무로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은 영화감독 박찬욱의 신작 공개오디션 공고가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주·조·단역을 막론하고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내용과 함께 마지막 세 줄의 공고문이 눈길을 끌었다.

▲2015년 기준 만 19세 이상

▲노출연기 가능한 여배우

▲노출 최고수위

앞서 영화 ‘올드보이’, ‘박쥐’ 등에서 파격적인 노출신을 선보인 바 있던 박 감독의 신작에서 최고수위의 노출을 예고한 셈이었다. 이 단 세줄 때문에 사람들은 영화 ‘아가씨’ 개봉 직전까지 과연 그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 호기심을 가졌다.

감독과 배우보다 ‘노출’에 초점이 맞춰져 시선을 모았던 이 작품이 개봉하자 사람들은 연출력과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에 감탄했다. 평단의 반응은 “역시 박찬욱”이었다.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각색한 이 영화는 428만명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기록이었다.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크고 작은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서는 영화제 메인상영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칸에서 인정받은 아가씨는 프랑스 현지에서도 개봉됐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같은 영화가 상영된 프랑스가 내린 이 영화의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였다.

최고 수준의 노출이 있는 영화를 중학생들이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프랑스 관계기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아가씨의 섹스신은 모든 폭력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며, 수준 낮은 눈요깃거리로 묘사하려는 의도를 찾아볼 수 없다. 동시에 영화의 주제와 조화롭게 부합한다”

일부 문화계 인사들은 개방적인 프랑스의 영화등급평가를 높이 평가했다. 노출이 아닌 작품의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각국의 문화적 바탕과 인식 정도에 따라 등급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등급책정이 과도하게 구시대적이란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아가씨의 주연배우 김민희가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해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정한 등급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영화의 등급은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청소년관람불가였다. 노출은 없었다. 영등위 측은 “남녀의 불륜으로 인한 고통·후회·방황이 청소년에 유해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 영화는 작품성과 별개로 다양한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나란히 참석한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불륜관계로 알려졌다. 김민희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축하 대신 거센 비난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15세 관람 가능한 불륜소재 TV드라마가 넘쳐나는 가운데서 이 같은 등급이 내려진 배경에는 두 사람이 빚은 사회적물의가 평가의 근거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영등위 측은 음주·흡연 등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지만 이 역시 청소년관람불가의 근거가 되기에 부족한 측면이 높다고 지적한다.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등급이 아닌 잣대에 있는지도 모른다. 영등위 나름대로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논리였겠지만 청소년들의 문화적 수준은 이미 영등위의 판단 기준을 넘은지 오래다.

더욱이 일각에서 제기한 사회적 물의가 평가기준이 됐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는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분명 두 사람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나 영화 작품만 봤을 때 이 같은 판단기준이 개입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만 바라볼 때, 작품을 작품으로만 보고, 각자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그 순간이야 말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시대적·사회적 ‘잣대’로부터 우리가 해방되는 순간일 것이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