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시대 예고된 분쟁, 대비 없었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길해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25 13:43:07

▲ 길해성 기자 (부동산부 1팀)

최근 건축법적으로 허가 받은 고층 건물들이 인근 주민들과의 일조권 분쟁으로 논란이 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환경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발간한 ‘2016년 환경분쟁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일조권 분쟁 사건 처리 건수는 지난 2004년 5건, 2005년 6건에서 2015년 13건, 지난에 25건으로 10여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헬리오시티(구 가락시영) 단지도 그 중 하다. 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송파헬리오시티는 지난해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우여곡적을 겪었다. 조합 내부의 분위기와 달리 재건축 공사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 법원으로부터 조망권 문제 때문에 일부 동에 대한 공사 중단 명령을 받으면서 삐그덕 되기 시작했다.재건축 공사현장 북족에 위치한 송파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된 양측은 결국 법정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법원은 1심에서 송파헬리오시트측 손을 들어줬으나, 2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양측 모두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송파헬리오시티 주민들은 행정기관으로부터 정상적인 허가를 받은 사항인데 법원의 판결에 대해 당황스러워했다. 또 동부센트레빌 아파트주민들은 누가 봐도 햇빛을 볼 수 없는 설계인데 허가를 내준 행정기관을 원망했다.

일조권 갈등의 원인은 건축법과 대법원 판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현재 건축법에서는 일조권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의 경우 높이 9m(3층 이상) 초과 건축물을 신축 시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층의 높이가 3m인 20층짜리 아파트의 경우 인근 건물 대지 경계선에서 30m 이상만 이격하면 된다. 해당규정만 갖추면 건축 허가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조권 침해기준은 일조시간을 근거로 한다. 수도권 지역의 공동주택의 경우 1년 중 일조시간이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 2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해야 한다. 또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허가해준 행정기관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시공사는 건축법에 맞게 공사를 진행하면 되고, 행정기관은 법적으로 맞으면 허가해주는 게 일이니 따지고 보면 잘못은 없다.

물론 허가를 내주면서 대법원 판례처럼 맞춰달라고 시공사에 주장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행정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고,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가 일조권을 물어볼 인력도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건축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법원 판례를 현행법에 접목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애초에 법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준다면 시민들의 정신적·시간적·금전적 손해들은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35~50층 재건축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는 서울에서 일조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일조권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105층(569m)의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은 그 예고편일 뿐이다.

길해성 hsgi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