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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본격 상륙한지 한 달이 지난 포켓몬고 게임이 전국 곳곳에 큰 파장을 함께 몰고 왔다.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포켓스탑’ 인근 업소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게임에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곳곳에서 포켓몬고 신드롬이 일고 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사고 위험에 노출된 운전자나 보행자가 늘어났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서나 게임에 몰두한 탓이다. 특히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등의 위치 선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포켓스탑이 문화·유적지 등 역사적인 장소에 주로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건해야 할 호국영령이 모셔진 곳까지 마구잡이로 들어가 게임에 열중하기도 한다. 이로 인한 방문객 증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본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한 구글의 사내벤처가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을 하면할수록 우리의 넋도 함께 빠져 나가는 듯한 오싹한 느낌이 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이를 활용한 상술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포켓몬고 게임 마니아가 초단기간에 무려 1000만명에 육박한데 따른 현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포켓몬고로 불거진 최근의 과도한 현상들을 금주의 이슈포커스로 선정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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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고 게임을 하기 위해 문화재나 추모공원 등에 게이머들이 몰려들고 있다. 포켓몬 잡는 포켓볼 등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이 역사적 장소나 특이한 조형물 부근에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문화유적지는 포켓몬 성지로 불리고 있다. 사진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한 아이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역사적 장소나 특이한 조형물 부근에 포켓몬 성지가 주로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게임 자체가 문화재나 추모공원 등을 찾도록 설계돼 있어 포켓몬고 열풍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교육의 현장인 유적지·박물관·추모공원 등에는 포켓몬고 게임을 위해 방문하는 게이머가 최근 한달간 부쩍 늘었다.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방문객 중 포켓몬고 이용자가 많은 지 살펴보기 위해 스카이데일리가 경복궁·덕수궁, 부산 유엔기념공원, 경주 역사박물관 등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가 관리자와 게이머 등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그 결과 포켓몬고를 즐기는 10~30대와 게임 관심도가 떨어지는 중장년층 사이의 견해 차이가 두드려졌다.
호국영웅 두번 죽이는 광풍…엄숙한 추모공원 월담에 짓밟으며 게임이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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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포켓몬고가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곳은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서울 현충원이다. 호국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엄숙한 추모 공간에 게이머들이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포켓몬 게임성지’로만 여기고 있는 방문객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선 역시 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 측은 포켓몬고 게임 서비스 중지를 본사에 요구한 상태다. 유엔기념공원 관리자들은 포켓몬고 열풍이 가장 심했던 지난달 말에는 월담까지 하며 게임을 하러 오는 이들 때문에 곤혹을 겪기도 했다.
술 취한 상태도 아닌 멀쩡한 대학생들이 담을 넘었다는 게 이 곳 관리자의 전언이다. 지금은 열기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원 곳곳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이용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가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지난 24일 금요일, 매서운 바람이 부는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켓몬고 게임에 열중하는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추모공원이 아닌 핸드폰만 바라보며 걷고 있는 이들 10명 중의 9명은 포켓몬고 이용자들이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 무리지어 뛰어다니며 몰두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초반보다 (게임하는) 인원이 줄었어도 공원의 성격과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나이언틱 측에 포켓몬고 서비스 중지를 요청 했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엔기념공원 관리자들은 기자가 포켓몬고에 대해 묻자마자 하나 같이 고개를 내둘렀다.
▲ 문화재에서 게임을 하는 것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바로 추모공원이다. 엄숙하고 경견한 분위기의 장소임에도 게임을 하러 오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유엔기념공원의 경우 본사 측에 서비스 중지를 요청한 상태다. 사진은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포켓몬고를 하고 있는 방문객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묘지를 밟으면 잔디 훼손은 그렇다 쳐도 호국 영령을 짓밟는다는 생각을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며 “한 사람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도 따라 들어가고 싶어하니 애초에 (무덤 안쪽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오토바이를 몰며 공원을 순찰하는 나이가 지긋한 또 다른 관리자는 “애초에 게임을 여기서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며 “추모하기 위한 곳에 게임을 하러 들어온다는 게 정신상태가 글러 먹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에서 내려와 공원을 방문한 박영신(79) 씨는 “(추모공원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말도 안 된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추모공원에서는)게임을 하면 안 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포켓스탑이 많으면 공원차원에서 홍보는 되겠지만 추모 장소에서는 경건한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며 “게임을 하기 위해서 이곳에 찾아오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조차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이날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남자친구와 공원을 찾은 대학생 김혜연 (24)씨는 “담 넘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다른 데는 괜찮지만 추모공원에서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인근 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던 남성 2명은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긴 했지만 “자주 오지는 않는다”며 “추모공원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좀 그렇죠”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 서울에 있는 국립현충원과 전쟁기념박물관(사진) 역시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한 장소란 점에서 부산유엔기념공원과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이곳 장소들 역시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포켓몬 성지란 소문이 돌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국립 현충원도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국립서울현충원은 국가에서 지정한 국립묘지다.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그러나 참배 대신 포켓몬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포켓스탑이 설치됐다며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심이나(18·여) 씨는 “현충원에 포켓몬이 많이 나타난다는 이야기 듣고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다”며 “근데 묘지에서 포켓몬을 잡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전쟁기념관 역시 무덤은 없지만 호국영령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포켓몬 성지 전국 추모공원·궁궐·왕릉·박물관·유적지…찬양양론 속 비판론 거세
서울의 경우 경복궁·창경궁·덕수궁·선정릉 등 문화유적지나 서대문형무소·효창공원 등 역사적인 장소에 포켓스탑, 체육관(사용자간 대결할 수 있는 장소) 등이 설정돼 있다. 이에 게이머들이 ‘어디에 무슨 포켓몬이 많다’고 입소문을 내면서 그 장소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게임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서울 고궁 중 경복궁은 ‘피카츄’, 덕수궁은 ‘뿔카노’, 창경궁은 ‘에레브’, 선정릉은 ‘루주라’ 등 희귀 포켓몬이 많이 출현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또 희귀종 뿐 아니라 포켓스탑이 많아 고궁이나 왕릉 등을 돌아다니면서 포켓몬도 잡고 포켓볼도 충전할 수 있어 게임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되기 전인 지난달 1~23일 경복궁의 1일평균 입장객은 1만709명 수준이었지만 포켓몬고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24일 이후 31일까지 1주일 동안 1만466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덕수궁의 일평균 입장객도 같은 기간에 23%나 늘었다.
▲ 고궁 역시 포켓몬 성지란 입소문이 나며 게이머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경복궁과 덕수궁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포켓몬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게이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은 경복궁 내에서 포켓몬고 게임을 하고 있는 시민들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경복궁·덕수궁 등을 방문한 결과 다수의 관광객들 사이에서 포켓몬고를 켜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올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한복을 입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중에서도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함께 경복궁에 방문한 김소현(22·여) 씨는 “오늘 경복궁에 ‘피카츄’가 많다. 포켓몬 둥지(특정 포켓몬이 대량 출현하는 곳)가 새롭게 정해져서 그런 것 같다”며 “다음에는 한복 입고 포켓몬을 잡으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포켓몬 사냥을 위해 홀로 경복궁을 찾았다던 강무영(27) 씨는 “혼자 왔지만 곳곳에서 포켓몬을 잡기 위해 화면을 밀어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유대감이 느껴진다”며 “평소 고궁을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런 계기로 오게 돼 신기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포켓몬고 덕분에 고궁을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문화재 명칭도 게임 내에 명시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재에 대한 홍보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같이 포켓몬고는 명소에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경주에서는 경주국립박물관이 포켓몬 성지로 알려지며 이용객들이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박물관 측은 포켓몬고 게임을 하는 관람객들에게 몇 가지 에티켓을 당부하는 안내창(사진 왼쪽·국립경주박물관 홈페이지 캡쳐화면)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 “이렇게 유적지에 사람이 많아지는 건 좋은데 단순히 포켓몬만 잡고 다녀가는 걸 보니 다소 씁쓸했다”고 덧붙였다.
신라 천년의 고도로 문화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경주에서도 포켓몬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분됐다. 우선 박물관 측 입장은 긍정적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포켓몬성지라는 소문이 나며 관람시간 외에도 월담을 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방문객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현재 박물관 사이트를 들어가면 포켓몬고 이용자 관람 시 에티켓 안내창이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최근에는 다양한 계도 운동을 펼친 결과 초반보다 문제점들이 줄어든 상태다”며 “포켓몬고만 하기 위해서 박물관을 오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태도의 차이일 뿐이지 문화재를 포켓스탑으로 지정 하는 것 자체는 방문객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관람객들 역시 대부분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엄마와 함께 포켓몬고를 즐기고 있던 손지연(11) 학생은 “계속 돌아다니면서 하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있고 박물관 근처에서 게임을 하다가도 힘들면 안에 들어가서 문화재도 보면서 하기 때문에 교육효과도 있다”며 “(박물관 근처는)평지라서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다”고 답했다.
▲ 포켓몬고 게이머들은 대부분 문화재에 포켓스탑이 설정돼 있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하지만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일부 중장년 층 세대에서는 문화재 관람보다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방문객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사진은 경주국립박물관 내에서 포켓몬고 게임을 하고 있는 시민들 ⓒ스카이데일리
아이 둘과 함께 대전에서 이곳을 찾은 서진식(36), 윤은지(35) 부부는 “내부에서는 문화재 관람만 하고 밖에서만 게임을 하는 등 기본적인 선만 지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엄숙해야 할 현충원같은 곳만 아니라면 문화재를 보며 역사 공부도 하고 포켓몬고 게임도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물관 관람을 하러 온 일부 이용객들의 생각은 달랐다. 김철중 (가명·62)씨는 “문화재는 안 보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건 꼬마아이도 아니고 철이 없는 것 같다”며 “스마트폰이 젊은 청소년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이언틱 한국 홍보 담당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역사적 장소를 포켓스탑으로 지정한 이유는 이용자들이 보다 더 다양한 야외활동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비롯됐다”며 “아직까지 유엔기념공원 외에 현충원 등은 서비스 중지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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