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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계 순위 10위에 진입한 신세계그룹이 연초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이 ‘불법 다단계 인력 공급’ 논란에 휩싸이면서 신세계그룹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세계푸드는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내 주력으로 담당하고 있는 사업 분야로 꼽힌다. 단체급식, 식품 제조가공 및 유통, 외식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지만 불법 인력 공급 논란이 일면서 그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더욱이 신세계 측은 이와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어 시민단체 및 업계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을 방치해놓고 개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의 불법 인력 공급 및 근로 수당 미지급 논란 등에 대해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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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신세계그룹이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 다단계 인력 공급’ 논란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신세계푸드 음성공장 하청업체는 불법 인력 공급, 각종 근로 수당 미지급 등을 일삼았다. 이에 신세계푸드의 악성 고용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푸드 음성공장 ⓒ스카이데일리
최근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충북 음성공장에서 인력도급업체와 직업소개소가 ‘불법 다단계 고용’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및 음성노동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와 하청 2개사 등은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일당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 및 근로자 사이에서는 신세계푸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다단계 인력 공급’이라는 신세계푸드의 악성 고용시스템이 노동인권을 짓밟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노동 사각지대’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수당 미지급 등 지켜지지 않는 노동법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 식품 제조·가공 및 유통, 외식 사업 등을 영위하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중 한곳이다. 지난 1995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별도법인으로 독립한지 21년만인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신세계푸드는 경기 이천, 오산, 충남 천안 등에 이어 충북 음성까지 총 6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은 연간 총 6만3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춰 신세계푸드 식품제조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음성군은 지난 2012년 원남산단 내 도시가스 공급관 설치 분담비 6억원을 지원하는 등 해당 공장 유치를 위한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군 차원에서 기업지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불법 인력 공급, 다단계 인력 공급 등의 논란이 일면서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호실적과 지자체의 지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음성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30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전부 ‘삼구FS’라는 인력도급업체에다 맡겼다. 그런데 해당 업체는 ‘대성서플라이’ 등의 직업소개소에 다시 2차 하청을 줬다.
삼구FS는 대성서플라이로부터 공급받은 100여명의 노동자와 도급계약한 것처럼 위장해 파견근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음성노동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이 밖에도 인권센터는 ▲4대보험 미가입 ▲주휴수당·연차수당 미지급 ▲근로계약서 미작성 ▲1일 8시간 초과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급여 미지급 ▲퇴직금 미지급 ▲업무 중 상해자에 대한 산재보험 미처리 등 노동법 위반 사항이 있다고 제기했다.
▲ 단체급식 사업, 식품 제조·가공 및 유통 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불법 인력 공급 논란으로 이 같은 성과가 무색하게 됐다는 평가다. 사진은 신세계푸드 음성공장 ⓒ스카이데일리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불법 인력 공급, 각종 근로 수당 미지급 등 ‘노동 사각지대’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는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을 현지 취재했다. 기자는 그 곳에서 음성노동인권센터 관계자와 실제 신세계푸드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다른 대기업 공장도 인력도급업체를 통해 인력을 공급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력도급업체에 더해 직업소개소까지 동원해 인력을 공급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직업소개소인 대성서플라이가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 인력을 공급하면서 직업안정법에 따른 직업소개를 한 것인지 직접 고용해 인력을 공급한 것인지 불분명해 고용노동부에 특별 관리·감독을 요청했다”며 “대성서플라이가 직접 고용해 인력을 공급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업안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직업안정법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 채용 시 직업소개소를 이용하는 건 최대 3개월로 제한된다. 고용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 직업소개소는 구직자에게는 3개월간 지급하기로 한 임금의 100분의 4, 사업주에게는 100분의 20 이상을 소개비 명목으로 징수할 수 없다.
하지만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의 경우 6개월 이상은 물론 심지어 1년 이상 직업소개소를 통해 계속 근로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이 음성노동인권센터 측의 설명이다. 또 인력도급업체인 삼구FS가 독자적으로 인력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대성서플라이로부터 파견 근로자를 사용해 일을 시킨 것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항이라는 것이다. 법은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사실로 드러났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충주지청이 신세계푸드 음성공장과 하청 2개사에 대해한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노동자 불법 파견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휴일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퇴직금 미지급 ▲4대 보험 미가입 ▲산업재해 은폐 등 총 1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 자료: 음성노동인권센터 ⓒ스카이데일리
이들은 주휴수당·휴일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퇴직금 등 재·퇴직자에게 임금 1억8500만원을 체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삼구FS는 2차 하청 소속 근로자 48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이 내려졌고, 대성서플라이 등 2차 하청업체는 파견법상 무허가 파견혐의로 입건됐다.
반면 논란의 중심에 선 신세계푸드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생산 업무를 일임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면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신세계푸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는 촉매로 작용했다.
박 실장은 “사실 이 경우 불법 인력 공급에 관해 신세계푸드가 져야할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막중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세계푸드가 애초에 정당한 고용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사업주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공장 내 전체 공정을 인력도급업체에게 맡겼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하청업체의 불법 근로계약을 조장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음성노동인권센터 측의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신세계푸드 측은 “신세계푸드는 음성공장의 전체 공정을 삼구FS에 위임했다. 현재 공장 노동자들의 급여 등 인력 관리는 삼구FS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며 “공정을 위임할 당시 삼구FS에 비용을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급여 미지급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근로자가 아니라 완전 노예였어요”…인격 무시에 성차별적 대우 논란 일어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공장 노동자 성운기(48·남, 사진) 씨는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파견직으로 8개월가량 근무했다. 그는 신세계푸드에서 일하는 동안 근로 수당 미지급, 각종 폭언, 성차별적 대우 등 공장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회사 측의 ‘갑질’에 대해 폭로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가량 대성서플라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견돼 삼구FS 소속으로 신세계푸드에서 근무했다는 성운기(48·남) 씨를 직접 만났다. 그는 음성노동인권센터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일관된 진술을 했다.
성 씨는 “8개월가량 일하면서 매일 아침 6시 40분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6470원으로 기본 8시간 근무한 수당 외에 다른 추가 수당은 못받았다”며 “심지어 회사측에서 먼저 급여명세서를 제공하지 않아 대다수 근로자들이 본인의 근로 수당을 확인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성서플라이 뿐만 아니라 ‘충주인력개미’ 등 다른 직업소개소를 통해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 파견된 근로자도 많다”며 “각자 다른 직업소개소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받는 급여가 전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장 내 CCTV를 통해 항상 감시받는다. 잠깐 휴식을 취하다 CCTV에 발각되면 바로 상부에서 내려와 폭언을 일삼는다”면서 “심지어 작업 중에 공장 바닥에 물을 끼얹으며 청소를 강요한 적도 있다. 공장 내 기계들이 칼날도 많고 위험한데 당시 청소하라며 뿌린 물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잦은 폭언과 부당한 대우 등 회사 측의 ‘갑질’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 성운기 씨의 주장이다. 심지어 성 씨는 성차별적인 대우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남자는 일당 8만원을 받는 반면 여자는 일당 5만9000원을 받는 등 성별에 따라 임금 차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만난 조광복 노무사는 “동일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주는 것이 맞다”며 “불법 다단계 인력채용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인만큼 이번 사태는 대기업인 신세계푸드의 사회적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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