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꿀 빅데이터…당신 판단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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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루크 도멜의 <만물의 공식>

사고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작동방식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3-04 17:45:58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전형적인 자기수량화 애호가인 마이클은 밤마다 센서가 부착된 머리띠를 두르고 잠자리에 든다. 센서는 수면 주기를 파악해 언제 가장 깊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일찌감치 착용한다”

“마이클은 잠에서 깨면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간밤에 얼마나 잘 잤는지 확인한다. 그리고…컴퓨터를 켜서 ‘750 단어’라는 쓰기 연습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750 단어를 적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면 텍슽트 분석 알고리즘이 입력 단어를 헤집고 다니며 마이클의 기분, 심리 상태, 고민 등에 대한 통계를 보여 준다”

루크 도멜의 <만물의 공식>에 나온 비유 장면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한 조건과 기상 후 컨디션 등의 모든 것이 이제 빅데이터 속에서 발견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 이후 이제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세계는 가까운 미래의 일이 되기 시작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작 ‘그녀(Her)’는 인공지능 연인이 등장하는 세계를 그려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인공지능이 가능한 것은 인간세계에 수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빅데이터’의 등장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빅데이터의 작동원리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자료를 웹상에 축적케 했다. 어느 날 내가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화장품을 하나 구입하는 순간, 인터넷 웹사이트들은 연일 다른 웹페이지 창에서도 비슷한 상품과 해당 쇼핑몰의 링크를 걸며 나를 유혹하곤 한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들어가는 여러 사이트들, 그리고 스마트폰을 활용하며 도시의 곳곳을 오가는 기록들은 모두 디지털 어느 공간엔가 그 기록을 남기게 된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를 때, 그 ‘좋아요’는 다시 기록으로 남고, 내가 그간 남긴 수많은 ‘좋아요’들과 함께 빅데이터의 유형분석 대상이 된다.

루크 도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기관은 사람들의 통화 기록, 앱 사용 내역, 현재 위치 등을 분석해 해당 사용자의 기분을 예측해서 처음에는 66%의 정확도를, 두 달 후에는 93%의 정확도를 올렸다고 한다. 내가 누른 ‘좋아요’는 일정한 알고리즘을 거쳐 정치적 성향과 취향 등으로 다시 유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속에 수많은 자료의 축적이 가능해졌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고 패턴과 생활방식을 일정하게 반복하며 그 자료의 유형을 무의식적으로 단순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직원들의 행복도를 수량화한다

요컨대, 이제 기술은 현재의 문제 해결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 예측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혔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디지털 거대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패턴과 복지환경 데이터를 수량화해서 직원 행복도를 높였다고 하며, 빅데이터 기업의 한 경영자는 고객들이 행동하기 전에 이미 자신들은 고객의 욕망을 알고 있다는 도발적인 선언을 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사고 패턴은 귀납식을 따른다. 반복되는 유형을 찾고, 그 유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습성을 예측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패턴은 사실 인간들에게는 매우 낯선 것임에는 분명하다.

근대의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사고는 이른바 ‘연역적 사고’다.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고, 결과와 원인에는 항상 논리적인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이세돌의 사고는 연역적 사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돌이 특정 지점에 놓여지면, 이후의 인과관계들에 의해 결과가 예측되고, 몇 가지의 선택들이 강요되기도 한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와는 판이하다.

알파고는 ‘기존 수만 건의 대국들을 유형화했을 때 상대편이 A라는 지점에 돌을 놓을 때 B라는 지점에 돌을 놓으며 대응해야 승률이 가장 높았다’고 생각한다. 알파고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A와 B의 논리적 인과관계나 바둑 전개의 과정이 아니라 통계적인 결과, 즉 B지점의 승률이다.

심리학지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 사람의 자아는 그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총체다” 그 ‘총체’에는 이제 우리가 들어가는 웹사이트, 사용하는 화장품과즐겨 듣는 음악, 그리고 즐겨 활용하는 이모티콘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빅데이터의 세계는 사고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혁신의 물결이다.

고태경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