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호칭만 파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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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호칭만 파괴, 능사는 아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06 00:01:43

▲ 유은주 기자(산업부 2팀)

삼성전자가 대기업 ‘호칭파괴’ 트렌드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다.

7단계로 나뉘었던 직급을 단계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혁신안을 발표했던 것이다. 당초 직급 뒤에 ‘님’자를 붙였던 것에서 성명과 함께 ‘님’으로 통일했다. 이는 앞서 도입한 다른 기업들의 도입취지와 다르지 않다. 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정작 직원들은 불만인 것처럼 보인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호칭파괴가 가능하지만 실제 대면할 때는 어색해 기존 호칭을 부른다는 반응도 있다. 이 때문에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직적 조직문화가 견고한 상태서 호칭만 바꾸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호칭만 바뀌었을 뿐 연봉협상 및 승진과 직결되는 직급체계는 그대로 운영되기에 상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굳어질 대로 굳어진 구식 조직체계서 단순한 호칭파괴만으로 큰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 후 다시 예전방식으로 돌아간 조직이 있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6일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직급호칭을 재차 도입했다.

앞서 2011년 수평적 소통문화 정착을 주창하며 도입했던 매니저·팀 리더·그룹 리더와 같은 영어 호칭을 5년여 만에 포기한 것이다. 이유는 역시나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앞서 한화그룹과 KT역시 호칭파괴를 시행했다 2년 남짓 운영한 뒤 다시 원래제도로 되돌렸다.

호칭파괴가 결단코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직적 문화가 강하게 잔존한 국내 기업들 내부에서 단순히 호칭만을 파괴한다는 것이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밭도 갈지 않은 자갈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것은 의미 없다. 돌을 골라내고 밭을 가는 작업이 반드시 선제돼야 한다. 호칭파괴의 목적이 조직문화의 변화라면 수평적 문화가 선제된 후 호칭을 파괴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의 호칭파괴는 이달 중 인사제도개편이 실시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호칭 말곤 변한 것이 없는 조직문화 상에서 이 같은 호칭파괴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타 기업의 전처를 뒤따를지 아니면 소위 ‘삼성답게’ 본 의도대로 조직문화개편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