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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내우외환으로 자칫하면 대한민국호(號)가 좌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후좌우 사방이 꽉 막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왔다. 오리무중이고 사면초가라는 말이 딱 맞다.
리더십은 실종되고, 기업은 표류하고 있으며 개인들은 의지할 곳이 없어 갈팡질팡한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원칙과 중심이 없고 항상 시류(時流)에 편승하다 보니 국론은 두 동강이 나고, 위기가 발생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지구상에 제대로 된 국가들은 국가 운영의 기본 방향과 관련된 뚜렷한 원칙과 명분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라가 어렵거나 경쟁국과 마찰이 생기는 일이 발생할 시 국론이 갈라지거나 우왕좌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익 우선, 국민 보호, 국가 경쟁력 확보 등과 같은 원칙들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처한 환경에 따라 생존의 방법, 이익의 실현, 당면 현안 해결 등에 대한 처방이 국가에 따라 다소 상이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동소이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우리 같이 적나라하게 중심이 분열되고 있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 국익을 위해 흐트러진 중심을 일사분란하게 모으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피즘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역량을 재결집하려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China 3.0'을 기치로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는 ‘중국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면 국론이 일시에 하나로 묶는 응집력을 보인다.
일본은 ‘일본의 재건’을 목표로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차근차근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다소의 잡음이 있기 하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럽’이라는 끈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후발주자들인 베트남을 위시한 동남아, 인도 등도 훈풍이 불고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력을 모으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모두가 ‘시장 선도자(First Mover)' 혹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되고자 죽을힘을 쓰고 있다.
지금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력 결집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통적인 특징은 국가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을 발굴하고, 이를 경쟁의 원천으로 만드는 작업에 혈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더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매달리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피를 말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가 어떠한 정책 목표와 프로그램을 가져야 하고, 기업은 변화를 어떻게 리드해 나갈 것이며, 개인은 경쟁력의 단위 요소로서 어떻게 경쟁에 참여하느냐로 요약된다.
트럼프노믹스, 아베노믹스, 시진핑노믹스, ‘Industry 4.0(독일)', 모디노믹스, AEC(ASEAN 경제공동체)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은 제각각 이익 실현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그 기반 위에 강력한 원심력과 구심력이 동시에 발휘하고 있다.
글로벌 대변혁의 시대에의 경쟁에서 도태되면 재기의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국론을 모으는 리더십 회복과 개혁의 정당성 확보는 불가능한 것인가?
우리의 현실 감각이나 진단이 얼마나 안일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아직도 과거의 잣대, 즉 산업화 혹은 개발 주도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혀 세상 밖의 움직임을 외면한 채 우리 끼리의 밥그릇 싸움으로 분탕질을 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당연히 국가 역량은 분산되고, 사회를 비난하거나 시니컬하게 비웃는 아웃사이더들만 양산한다. 경쟁력 제고의 한가운데 있어야 할 전문가들이나 신선한 예비 인력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한다.
반면에 그 자리에는 탐욕적이면서 한탕을 챙기려는 무리들로 넘쳐난다. 삐뚤어진 사회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나올 수 없고, 개미 쳇바퀴 돌듯이 공회전만 하다가 결국 삼류 국가로 전락하고 마는 전철을 밟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국력, 기술력, 주변 환경, 사회적 자본 등 어느 하나 경쟁국 대비 우월하다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하나로 똘똘 뭉쳐 외부와 경쟁을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판에 힘을 분산시켜 한 목소리, 하나의 행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패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자명하다.
밖에서는 한국을 업신여기고, 한국과의 거래 혹은 교류를 기피한다. 분단국가임으로 인해 수시로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외국인들에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진땀을 뺀다.
이제는 한국 내부에서도 분열 현상이 격화일로를 치닫고 있으니 해명하는 것이 구차스럽기 그지없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 내에서 감지하는 위험의 정도보다 해외에서 와 닿는 그 강도가 훨씬 높다. 마치 큰 일이 난 것처럼 걱정을 하고 불안해한다.
과거 해외 미디어들이 한국 하면 강경 노조의 장면을 상징적으로 많이 노출시켰으나, 요즘은 이념 혹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 서울 도심의 광장이 둘로 나누어지는 모습을 비춘다. 이 정도 되면 국익을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우리 기업인들이나 주재원들의 맥이 빠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 기업이 경제 활동을 함에 있어서 제품의 경쟁력은 기본이지만 간접적인 국가 이미지 혹은 신인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영향을 미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에 대한 오더를 중단하게 되고, 외국 기업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일류 국가가 되느냐 삼류 국가로 전락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하기 나름이다.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경쟁국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태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으려면 기득권을 고스란히 내려놓고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양분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개혁의 정당성과 방향성, 그리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국가적 아젠다와 목표가 정해져야 하며, 추진 동력이 함께 확보되기 위한 도덕적 기반과 시민의 참여가 필연적이다.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오히려 반감이나 부작용만 키우기 마련이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긍정적인 결과물이 계속 나와야 하고, 이들이 선순환 작용을 하면서 개혁에 더 힘과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자칫 기업이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착각을 하는 어리석은 부류들이 있다.
반대로 경제 주체들이 신바람이 나고, 국익 창조를 위해 기꺼이 기여하겠다는 마인드들이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 그 본질임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인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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