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측근신뢰에 차남규 안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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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측근신뢰에 차남규 안주했나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13 00:01:24

▲ 김신 편집이사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기업 중 한곳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총수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이후 공격적인 M&A 행보로 단숨에 재계서열 9위로 올라섰다. 오랜 기간 부진을 겪던 신사업 분야에서도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김 회장의 장남이 직접 주도한 태양광 사업이 대표적이다.

재계에서 김 회장을 통칭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추진력과 결단력이 뛰어난 오너로 평가되는 김 회장은 ‘카리스마 총수’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측근들에 대해 남다른 신뢰를 보여 ‘의리 총수’로 불리기도 한다. 김 회장 경영 복귀 후 분주한 행보를 보이는 한화그룹에 대해 기대감 어린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여론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사안이 불거져 나와 재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로 ‘한화그룹의 돈 줄’로 불리는 한화생명의 부진이다. 한화생명은 현재 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남규 사장이 이끌고 있다. 차 사장은 평소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화생명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생명은 생보사의 수익성과 안전성 등의 평가 지표가 줄줄이 하락했다. 우선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3.5%나 감소한 3832억원에 그쳤다. 앞서 2015년의 당기순이익은 5000억원이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 역시 2015년 4.4%에서 지난해 4.1%로 0.3%p 떨어졌다. ‘운용자산이익률’은 금융기관의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누어 얻어지는 수치로 특정금융기관이 총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수치화 한 것이다. 쉽게 말해 고객들에게 거둬들인 보험료를 얼마나 잘 굴려 이익으로 남겼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화생명은 보험사의 건전성 평가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RBC비율 하락 수치는 당기순이익, 운용자산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에 비해 감소세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전년 대비 무려 76.6%나 감소한 200.4%를 나타냈다. 감소율로 따지면 28%에 육박했다.

지난해 한화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약 47조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을 포함한 금융 매출액은 약 25조원, 이 중 한화생명 한 곳의 매출액은 약 16조원을 나타냈다. 한화생명이 한화그룹 전체 매출액의 3분에1 이상(약 34%)을 책임진 것이다. 한화생명을 두고 ‘한화그룹의 실탄창고’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그룹 총수 김승연 회장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약 0.2%p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화생명의 상황 또한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 기존의 평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 돈줄인 한화생명 위기가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한화생명 수장 차남규 사장은 임기를 1년여 앞둔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후 중도사퇴설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종종 이름이 거론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과거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승마협회가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는데, 당시 승마협회장이 차 사장이었다.

최근 재계의 분위기는 침통함 그 자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사드 사태로 인해 대중국 무역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한화그룹의 선전은 상당한 위안이 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나아가 그룹의 핵심계열사 한화생명의 부진과 그 수장을 둘러싼 논란 등이 유독 안타까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의 과도한 신뢰가 오히려 역풍이 불어닥치게 한 실수 아니냐는 재계 인사들의 지적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