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6일 현대백화점(부산시 동구 소재) 내 9층 문화센터에서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부산교육청 산하 부산 학부모지원센터의 7월 찾아가는 학부모 교실이란 프로그램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사교육 없는 학습법 제안’이란 주제로 저희 아빠가 100명 이상의 학부모님을 모시고 특강을 하셨습니다.

부산교육청 학부모 기자의 취재 그리고 HCN(CJ헬로비전) 뉴스로 취재하고 촬영을 해 방송에 나오기도 하셨습니다. 강의의 열기도 뜨거웠다고 합니다.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 학부모로서의 강의에 웬 호들갑이냐 할 수 있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 의미 있는 대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의에서 ‘사업(없)전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공식화한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빠의 말씀을 빌리면)

우선 ‘사업(없)전사’에 대한 소개가 늦었습니다. 사업(없)전사란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을 널리 알리고 누구나 동참하게 만드는 (학부모)전문 전도사”를 줄인 말입니다. 이 말은 오랫동안 아빠가 준비한 용어인데 이번 강의를 통해서 공식화시키고 공론화 시키는 동기가 됐다고 합니다. 아빠의 말씀으로는 거대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가장 부족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망국병이라고까지 하는 사교육 시장을 한 때의 시대적 풍속도 정도로 바꾸어 보자는 일의 선봉에 나서시겠다고 합니다.

아빠는 부산교육청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공모전에서 2012년에 ‘믿음직한 교과서군과 영리한 사이버학습 양의 만남’으로 장려상 그리고 2014년에는 ‘믿음직한 교과서 군과 영리한 사이버학습 양의 만남, 그 이후로도~’로 우수상과 2012년 전국 사이버 가정학습 우수 활용사례 공모전에서 부산 지역 학부모 부분 최우수상, 2015년 9월 15일 부산교육청 사교육 경감 토론회 학부모 대표 패널 참여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강의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도 2014년 10월 24일 ‘제11회 교과서 사랑 수필 공모전’에서 ‘나의 미래! 교과서에 길을 묻다.’ 라는 제목으로 사교육 없는 교과서 학습법을 제안해 중학생 부분 최우수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 했으며 사하구청장상, 사하경찰서장상, 부산지방법원 법률 학교장상 등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교내외를 합해 150개 넘는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는 강의 제안을 받고 3개월 가까이 준비하셨습니다. 저의 경우는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교육을 받지 않았고 아빠와 함께 고민하면서 오로지 자신만의 노력만으로 학업에 좋은 성과를 낸 사례를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려고 아빠가 많은 대화로 의논을 해 주셨습니다. 단 한 번도 사교육을 받지 않은 실질적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많이 알려 드리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빠는 사업(없)전사로서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해내지 못하고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깨트리고 국민적인 공감과 합의를 만들고 끌어내는 일에 나머지 삶을 다 바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 누구든지 사업(없)전사의 당위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십니다. 강의를 마치고 더 많은 확신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강의를 들으려고 오시는 학부모님들의 연령대가 낮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학부모님들은 미니 녹음기로 강의 부분 부분마다 녹음하시고 ppt 자료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아빠의 말씀은 학부모님들의 연령대가 낮다는 말은 아이를 일찍부터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의 틀에서 학습의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앞으로 사교육이 답이 아니라는 사교육 시장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6년 전과 12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우리 가족만의 스토리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아빠와 저는 개인적인 가정 상의 문제로 아빠가 저를 1살도 되기 전부터 홀로 키워주시고 계십니다.

아빠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십니다. (지체 장애 3급) 그런데도 모든 일에 적극적이신 아빠는 전에 금융 중개업을 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일의 속성상 수입도 일정하지 않았고 규칙적인 가정생활을 이끌어 가시는 것은 업무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까지도 할 수 없는 일이 생기게 됐습니다.

그것은 제가 5살 되던 해인 12년 전에 갑상설골낭종양이라는 병으로 이후 초등학교 4학년까지 2번의 큰 수술과 치료가 반복되는 생활이 이어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자기 일보다도 저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어 생활하게 됐습니다.

‘나쁜 일은 겹쳐서 닥친다.’는 말처럼 어려웠던 가정형편에 수술비 등 감당하기 힘겨운 상황에서 정말 자존심이란 말은 사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 정부지원금을 신청하게 됐고 기초수급자로 아빠의 삶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저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생각밖에 없으셨습니다.

아빠가 늘 하시는 말씀은 자신이 타인을 더 배려하지 못한 삶에 대한 꾸지람이라고 생각하시고 마음을 다독이며 저에게도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아주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상황이라면 타인을 더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행동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집은 부산에서도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다대포해수욕장이 있는 사하구, 그중에서도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제가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일 저의 등교를 배웅하셨습니다.

혹 어릴 때의 경험으로 학교생활에 기죽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저에게 용기를 갖게 하려고 등교 전에 저를 꼭 안아 주시고 매일 파이팅을 외치고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어릴 때의 힘든 경험으로 다소 위축될 수 있는 마음을 미리 아시고 매일 9년 가깝게 배웅을 하셨습니다. 그런 아침이 저는 익숙해졌고 그런 아침을 즐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는 아주 강하신 분이지만 눈물이 많으신 분입니다. 생전 처음 수술실로 들어가며 겁을 먹는 저를 다독이면서 눈물을 참으셨고 바로 돌아서며 어깨를 들썩이시는 모습이 어린 저에게도 잊히지 않은 기억으로 어렴풋이 각인돼 있습니다.

부산대학병원에서 첫 수술을 마치면 완치되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다시 재발해 목이 부어 혹이 생기고 그것이 터지면 닦아 내고 잠시 가라앉았다가도 감기만 걸리면 또 목이 부어 닦아내고 가라앉으면 또 부어서 다시 또 수술하게 되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저에게는 꿈이 생기게 됐습니다.

아빠와 같이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며 병원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병원의 책임 교수님께서 어린아이가 여기 있으면 되느냐 빨리 나가야 한다는 애교 섞인 꾸지람 그리고 어리다고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귀여워 해주시고 따뜻한 말씀으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어릴 때 병원생활이 더 익숙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습관처럼 누구에게나 저의 꿈은 의사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저를 보고 아빠는 그냥 싱긋이 웃기만 하셨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반드시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학교에 찾아오신 학부모님께서 별다른 뜻 없이 저에게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는 바로 의사선생님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부모님께서는 “너희 집이 잘 사는구나”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잠시 멍한 기억이 났고 며칠 동안 그 말씀을 아빠에게 하지 못하다가 아빠가 기분이 좋은 때를 맞추어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의사가 되려면 돈이 많아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잠시 저를 쳐다보시던 아빠는 물론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꼭 많은 돈이 없어도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이라는 제도도 있으니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졸업에는 아쉽게 차석(전교 2등)으로 졸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상위권 학생들만 입학이 가능한 학교장 전형 학교인 부산 기장군에 소재하는 장안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새벽 12시 30분에 자야 하지만,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하려고 화장실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하고 잠을 자는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인 저의 꿈, 의사라는 직업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우리 집에서 5분 이내에 학교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었고 특히 중학교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저희 집과 이웃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장안제일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매주 한 번씩 금요일저녁 늦게 마치고 집으로 와서 일요일 저녁에 입소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집은 그 흔한 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대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을 하고 다시 열차를 타고 역에서 내려 다시 10분을 걸어야 학교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녁에 움직이게 되니 딸이라 걱정되시는 아빠는 불편한 몸이지만 매주 저와 함께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하시면서도 늘 제 걱정을 하십니다.

한 번은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함께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남들보다 더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특히 바래다주고 돌아갈 때는 너무 마음이 찡하다고 하십니다. 한참 즐기고 재미있어야 하는 나이에 공부에 매달리며, 그 모든 것을 잠시 미루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쓰럽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제는 매일 습관이 돼버린 자기 전에 아빠와 메시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처음에 아빠가 꼭 자기 전에 메시지를 하라고 할 때는 별 생각 없이 했지만, 지금은 그 메시지를 나누는 동안이 학교에서의 피로와 힘든 부분을 달래는 시간이 됐습니다. 멀리 있지만 든든한 지지자로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그리고 힘든 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이제는 전해져 옵니다.

이제는 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를 통해 저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됩니다. 이제 겨우 아빠의 고생과 진심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올리지 않고 반대로 아빠의 입장이 돼 아이의 이야기를 쓰시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글을 쓰실까? 제가 표현해내지 못하는 말이 얼마나 많을까? 어렴풋이 상상만 하게 됩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상냥스럽지 못한 딸이 글로 전합니다.

얼마 전에 메시지를 나누는 중, 강연 전날에 잘하시고 힘내라고 전한 저의 메시지에 대한 답변이 저의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희생은 희생이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사랑하는 우리 딸, 지난 10여 년간 너를 통해서 아빠가 잃어버린 것이 많을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도 아빤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장 잘 알고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자식이라는 분야, 아빠라는 이름이 직업이 아닌 직업으로 됐다고 할 수도 있다는 말씀. 그러나 그것을 통해 얻은 기쁨. 개인적으로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도, 작은 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가정의 중요성과 소중함. 이 모든 것을 사랑하는 딸을 통해서 역으로 느끼시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업(없)전사”

어떤 물건을 구매하실 때에도 금방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고 또 그 필요성과 그 물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실익이 무엇인가 그리고 절실하게 필요한가는 생각하시는 아빠. 그런 아빠가 ‘사업(없)전사’로서의 역할과 홍보를 위한 준비를 하시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의 신념과도 같은 재미있는 마인드가 있습니다. ‘빚지고는 못산다.’입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교육, 사교육 시장이란 말을 가끔 듣게 되는데 시장의 생리 때문에 움직인다면 수요자가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소비자의 몫인 것입니다. 어떤 이유든지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최악의 학습 생태계를 바꾸려면 결자해지 하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부모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가 나서면 가능합니다.

학부모 한 분 한 분이 함께 ‘사업(없)전사’로 나서는 날을 기대합니다. 어디서든 불러만 주시면 미력이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만 명의 사업(없)전사’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 주시는 일 그리고 100만인 서명참여를 기대합니다.”

위 내용은 부산교육청 학부모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이고 부산교육청 공식 블로그인 ‘부산교육과 친구 되기 blog.naver.com/with_pen’에 실린 내용입니다.

정말 아빠의 말씀대로 우리나라의 망국병이라고까지 하는 사교육 시장을 한 때의 시대적 풍속도 정도로 바꾸어 보자는 일의 선봉에 나서시겠다는 아빠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보기를 기대합니다. “사업(없)전사”가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으로 쓰는 말이 되는 그 날이 오기를 그리고 아빠의 무궁한 미래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