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밑거름 노동자 외면한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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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밑거름 노동자 외면한 신세계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김성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15 00:02:27

▲ 김성욱 기자 (산업부 2팀)

기자는 최근 인력도급업체 삼구FS 소속 근로자 한 명을 만났다. 그는 약 8개월가량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근무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재직 동안 줄곧 매일 아침 6시 40분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업무시간에도 불구하고 근로 수당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측의 잦은 폭언을 감수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인격이 무시된 공장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점 등이 문제가 돼 이곳 공장은 당국에 적발됐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충주지청이 신세계푸드 음성공장과 하청 2개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 노동자 불법 파견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휴일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퇴직금 미지급 ▲4대 보험 미가입 ▲산업재해 은폐 등 총 1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처벌받지 않았다. 총 1억8500만원을 체불했지만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생산업무를 일임했다는 점이 면책의 이유였다. 음성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300여명에 달하는 공장노동자들은 삼구FS 소속이다.

삼구FS는 대성서플라이 등 직업소개소에 재차 2차 하청을 내줬다.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인력도급업체를 넘어 직업소개소까지 동원해 인력을 공급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비록 신세계푸드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초 정당한 고용시스템을 만들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 식품제조, 가공 및 유통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지난 1995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별도법인으로 독립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전국 6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특히 음성공장은 연간 총 6만3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춰 신세계푸드 식품제조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도맡고 있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더구나 신세계그룹이 올해 재계순위 10위에 오른 만큼 이 같은 사회적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세계푸드의 이 같은 행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모습이다.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공헌 없이는 기업이 혼자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달성한 매출 1조원이라는 대기록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세계푸드가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애써 모른척했던 노동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애쓰는 모습을 통해 대기업으로서의 모범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욱 ukzzang67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