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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지역주택조합 피해 실태 르포

값싼 아파트 유혹, 전 재산 하루아침에 날벼락

서민 목숨 건 내집마련 꿈 ‘나락’…최근 10년 155개 조합중 80% 중단·불발

정성문기자(mooni@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3-16 14: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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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7년 우리나라에 지역주택조합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도입 초기 비교적 뜸했던 지역주택조합은 1987년 규정이 명확해지고 제도 또한 세분화 되면서 차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등 기존 주택을 허물고 개발하는 방식의 사업이 활기를 띄면서 지역주택조합 열기가 한 풀 꺾였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2007년, 2009년, 201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덕분에 지역주택조합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 들어서는 그 열기가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그런데 최근 지역주택조합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투자자들을 모집해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전문성 결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결국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금전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보통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이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사업차질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은 특히 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화두로 급부상한 지역주택조합과 그 부작용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서울 동작구 본동에 위치한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 사업예정지(사진)는 수년째 황량한 공터로 방치돼 있다.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서다. 이곳은 지난 2010년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조합장이 조합비를 횡령하는 등의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아 결국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던 시기 높은 인기를 누렸던 지역주택조합이 최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이 무산되면서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원 중 상당수가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갖고 투자한 ‘빈곤층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은 주택 개발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일반인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단체를 말한다. 조합은 토지 매입부터 주택 건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추진한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실현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건은 무주택자 이거나 주거전용 85㎡ 이하의 주택을 1채 소유한 세대주다. 저렴한 가격과 청약통장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총 155개에 달한다. 이 중 입주까지 완료한 조합은 34개뿐 이다. 약 22% 만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셈이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78%는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혹은 사업이 진척이 없는 상태로 해석된다.
 
부동산 및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성공 사례가 적은 이유로는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의 전문성 결여가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사업을 주도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비용 절감 요령 등이 부족해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다수의 금전적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저렴한 금액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역주택조합에 투자 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탕진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참여 요건이 빈곤층에 가까운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2000~2500만원 들여 내 집 마련 희망, 결국 한여름 밤 꿈 불발해 ‘좌절’
 
 ▲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진행돼 오던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 일대 ‘역촌역 지역주택사업’은 최근 난항을 겪고 있다.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역촌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우림건설과 시공예정사 사업약정(MOU)을 체결하고 ‘역촌역 우림필유’라는 사업명을 붙여 조합원을 모집했다.
 
당시 분양대행사는 일대 지역의 전셋값 수준에 불과한 3.3㎡당 1100만원대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며 조합원들을 모집했다.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1차와 2차에 걸쳐 조합원을 모은 결과 모집률 50%를 넘겼다. 전체 공급가구수가 542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271세대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셈이다. 모집률 50%는 조합설립에 필요한 최소 요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촌역 우림필유’ 사업은 조합원을 모집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도 토지 사용 승낙과 조합원 모집이 지지부진하면서 조합 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했다. 주택건설 부지 중 80% 이상의 사용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주택을 지을 땅 매입에 난항을 겪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7월 시공사인 우림건설이 파산하고, 업무대행을 맡던 업체들까지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역촌역 우림필유 사업은 표류상태에 빠졌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역촌역 우림필유’ 분양홍보관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홍보관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해서 임대료가 밀려 올 초에 건물주가 쫓아내는 바람에 내부에는 집기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역촌역 우림필유’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기존 조합원으로 참여한 이들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애들 시집·장가 보내고 집 한 채 마련해 줄 요량으로 전용 84㎡(약 25평) 2500만원을 투자했다”며 “아파트 사업이 삽 한번 못 떠보고 내 돈은 허공에 붕 떴다”고 억울함을 토론했다.
 
 ▲ ‘역촌역 우림필유’ 사업은 현재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조합원 수백명을 모집했지만 토지 매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역촌역 우림필유’ 홍보관이 들어선 건물 전경 ⓒ스카이데일리

우림필유 조합원이 되려면 계약금을 포함해 전용 59㎡ 2000만원, 84㎡ 2500만원 등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조합원 모집률 50%를 넘었다는 점을 감안, 최소로 잡더라도 271명이 2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이에 따라 만약 사업이 무산된다면 총 54억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역촌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는 말도 마라”며 “청약통장도 필요없는데다 2000만~2500만원의 소액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모두 허황된 꿈에 불과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바탕 파도가 훑고 지나간 ‘역촌역 우림필유’ 사업 예정지에는 현재 ‘본 건물을 재건축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역촌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한 때 지역주택조합 때문에 외지인 발길이 잦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뜸해진거 같다”며 “사기꾼들이 동네를 휘젓고 가서 동네 분위기만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서민 500명이 모은 1400억 중 1000억 행방 불투명한 뒤 결국 사업 무산
 
지역주택조합 사업 무산에 따른 피해 사례는 ‘역촌역 우림필유’뿐 만이 아니었다. 서울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 공사예정지 역시 10년째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상태다. 이곳 또한 사업이 표류 상태인데, 그 피해규모는 ‘역촌역 우림필유’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처음 출범했다. 추진위원회는 곧장 대우건설과 도급계약을 맺고 사업을 본격화 했다. 이곳은 사업예정지가 한강변 조망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받았다.
 
이곳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면서 약 50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2억3000만원, 총 1400억원을 사업비로 마련했다. 이곳은 ‘역촌역 우림필유’와 달리 토지매입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이 지급보증을 서면서 금융권 대출이 용이 해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해 4100억원으로 사업예정지 토지 90% 이상을 매입했다.
 
 ▲ ‘역촌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사진)은 서울 은평구 은평사거리 인근에 위치했다. 지난 2014년부터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을 받고 조합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사업은 토지매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하더니 시공사가 문을 닫고 운영대행사 역시 발을 빼면서 현재는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불투명한 조합운영 때문에 자금 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총 4100억원 중 1000억원의 자금 지출 내역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사업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운영 자금을 지원해주던 금융권도 돌연 태도를 바꿨다. 2012년 만기된 27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을 조합이 갚지 못하면서 지금 보증을 선 대우건설이 대출금을 대신 갚게 됐다. 이에 따라 사업 부진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분 권리관계는 모두 소멸됐다. 매입한 토지는 대신 빚을 변제한 대우건설 소유가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약 500명 가까운 조합원이 투자한 약 1400억원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당시 조합장을 맡았던 최모 씨는 2012년 12월 조합비 중 18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조합원들에게 웃돈 2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나머지 돈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사업은 다수의 피해자만 낳은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본동조합원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첫 월급부터 100만원씩을 모아 4년 동안 저축에 대출금까지 합해 조합에 가입했지만 이를 날려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노량진 인근 한 부동산 관계는 “조합원 중에는 해당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이가 있는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결국 집을 날리게 된 사례가 있다”며 “현재 그 사람은 김포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주택법 개정안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정비해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안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지역주택조합원은 조합원을 모집하기 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한 후 공개 모집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조합원이 중도에 조합을 탈퇴하면 납입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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