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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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기자 (부동산 2팀)
‘단 말은 병이 되고 쓴 말은 약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듣기 좋은 말을 경계하고 불편하지만 듣기 싫은 충고를 새겨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정책은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세종역 건설에도 이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세종역은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일대에 계획 중인 KTX전용역이다. 이곳은 세종시청과 직선으로 2.5km 거리에 위치했으며 버스터미널과는 1.5km 떨어져있다. 현재 세종시와 가장 가까운 KTX역은 오송역이다. 세종시청과 16km 거리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 중 상당수는 역 신설에 찬성했다. 비율로 따지면 3명 중 2명이었다. 특히 서울 등에서 KTX를 이용해 오송역을 거쳐 출퇴근하는 이들은 세종역 신설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차 후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응답내용을 보면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세종역과 같이 애초부터 가까운 거리에 KTX역이 있었다면 세종시에서 거주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이다. 접근성 개선될 경우 세종시가 역 인구유출을 직면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현재 세종시의 인구는 25만명이다. 오는 2030년까지 50만명에서 80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13년여 동안 최소 25만명의 인구유치를 희망하는 세종시에 세종역 신설은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부처들이 자리하면서 직장을 따라 이주한 인구가 상당한 기존 주민들의 이탈 또한 염려되는 부분이다. 거주필요성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 부동산업계에서는 역세권의 저주란 말이 통용된다. 당초 지하철·기차역이 없던 곳에 역이 신설될 경우 지역 상권이 다소 침체된다는 의미다. 교통편이 불편해 역내서 소비했던 지역민들이 편리해진 교통편을 이용해 타 지역으로 옮겨 가 소비를 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경기도 남양주·양주 등 기존 노선의 연장선 역사들이 생긴 지역에서 실제 나타는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경강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신분당선 환승역이자 경강역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판교역 덕분에 경기도 광주·여주 주민들의 접근성은 향상됐으나 정작 소비층유출은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이들 지역의 역 신설은 인구유치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세종시의 여건은 다르다. 유치는커녕 유출의 우려가 더욱 높다. 접근성의 아이러니인 셈이다. 편리성이 높아질수록 거주인구가 감소할 수 있음을, 인구유입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자본이 집중된 서울과 일부 행정기능만 집중된 세종은 분명 차이가 있다. 단순 편의성만을 위해 역 신설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장기적인 세종시 발전을 위해 방법을 모색할 때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세종시를 만든 후에 역 신설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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