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3조…친박 금융수장 무책임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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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2 14:45:58

▲ 이기욱 기자(금융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유동성 지원방안이 확정된다. 지원 규모는 최대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지원이 결정된 지 불과 1년 5개월만이기 때문이다. 당시 결정됐던 유동성 지원은 현재 90% 이상 투입됐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1조6089억원의 영업손실과 2조710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주목표액은 110억달러였지만 실제 수주금액은 15억달러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금융부채는 19조원이다. 회사채는 1조3500억원이다. 당장 내달 4400억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94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번 지원은 향후 5년간 유동성 위기 없이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확신을 하고 있지만 2015년 당시에도 그는 “더 이상 추가 지원은 없다”고 자신했었다. 이미 한차례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그의 말만 믿고 유동성 지원을 단행하기에 국책은행의 형편도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여신액(9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그 여파로 1조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설립 이후 사상 첫 적자였다.

4조9000억원의 여신액을 보유한 산업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산은은 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 4조9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이후 최대규모다. 무분별한 지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까지 모두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금융위원장·산업은행장·수출입은행장 등 책임이 있는 수장들이 모두 박근혜 전 정권과 관련이 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임 위원장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연세대 상경대 동문이면서 행정공시 선후배 사이다. 최 전 부총리가 임 위원장의 2년 선배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대구 출신에 영남대학교를 졸업했고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를 졸업했다. 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은 최 전 부총리,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과 같은 미국 위스콘신 대학원 동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살생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직간접적 고용인원은 5만명에 달하며 파산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도 탄핵을 당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이들이 밑 빠진 독에 ‘혈세’를 붓게 해서는 안 된다.

임 위원장은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고 말했지만 ‘묻지마 지원’이야 말로 무책임한 대응방식이다. 촉박한 회사채만을 해결한 뒤 다음 정권에 판단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기욱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