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선망 CJ, 알바푼돈 착취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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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3 00:07:57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CJ제일제당 6년차라 소개한 한 관계자는 CJ의 이미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동종업계로부터 들은 표현들 중 이 말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대중적이다는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된 CJ란 브랜드와 다소 다른 어감임은 분명했다.

실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 조사하면 CJ그룹은 늘 상위권에 속했다. 기자에게 이 말을 전한 관계자도 “대학 다닐 때부터 CJ 입사를 꿈꿨다”고 소개했다. 근무강도는 다소 높지만 복지혜택이 풍부해 처음엔 만족했지만 점차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실망스럽다는 표현을 남겼다.

사실 이와 유사한 말을 그에게만 들은 것은 아니었다. CJ그룹이 주력하는 식품업계에서도, 그리고 사실상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디어업계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제될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면벽논란이 있긴 했지만 “사람이 미래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대외적으로 홍보했던 두산그룹과 같은 곳이 있는가하면 회사 브랜드가치에 치중하는 CJ그룹과 같은 곳도 있기 마련이라고 여겼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과 박근혜 정부로부터의 사면, 최근 이건희 동영상 연루 의혹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CJ그룹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더더욱 문제가 될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틀렸다. 22일 고용노동부가 2월 한 달간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CJ CGV가 가장 문제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은 이들 3개 멀티플렉스 영화관 48개 지점이었다. 이중 적발된 곳은 44곳이었다. CJ CGV는 총 17개 매장에서 금품위반이 발생했다. 롯데시네마도 17개 지점이 적발됐다. 하지만 금액규모로 보면 CJ CGV의 위반금액이 월등히 높았다.

고용부가 적발된 미지금액 규모는 3억6400만원이다. 이 중 CJ CGV의 미지급액은 1억8600만원이었다. 이는 롯데시네마(7400만원)·메가박스(1억400만원)의 미지급액 합보다 높은 수치였다. 고용부는 연장근로수당·주휴수당·휴업수당·연차수당 등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애슐리 등 이랜드 외식계열사에서 자행된 임금체불 논란 당시 CJ그룹 계열사 CJ푸드빌은 월 1회 실시되던 직·가맹점 불시점검을 4회로 늘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빕스·계절밥상 일부 지점들이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서 ‘주휴수당을 포함했다’는 문구를 넣지 않아 고의로 시급을 부푸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제가 지적된 CJ CGV도, 논란이 됐던 빕스·계절밥상에서도 근무하는 대다수는 젊은 청년들이다. 값 싼 노동력의 젊은 청년들의 미소와 함께 영화티켓을 그리고 음식을 손님들에 판매한다. 하지만 값 싼 임금마저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모습을 보였다.

CJ그룹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청년들에겐 컸을 푼돈을 아끼는 기업인가, 아니면 청년들이 진정 선망하는 기업인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려 하겠대도 좋다. 임금 지급과정에서 무지 혹은 착오가 있었대도 이해하겠다. 하지만 여기까지여야 한다.

대기업입장에서 푼돈이나 다름없는 금액으로 청년임금을 농간해선 안 될 것이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