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아파트 전쟁, 서울시 소통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길해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4 17:14:03

▲ 길해성 기자 (부동산부 1팀)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층수 논쟁이 한창이다. 50층대의 초고층 아파트를 추진하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반발한 일부 주민들은 데모를 하거나 시장과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었다.

35층 규제는 지난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수립한 도시기본계획인 ‘2030서울플랜’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플랜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들의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원칙을 정했다. 경관 관리와 쾌적한 주거환경 유지를 위해 이런 규제를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여느 선진국에서도 아파트 층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곳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반발했다. 사적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또한 35층짜리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들어설 수 있어 오히려 경관을 해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물론 환영하는 이들도 있다. 시민이 누려야 할 한강경관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인근 주거환경에 일조·조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에 제한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최근 초고층 논란은 전 시장과 현 시장 간의 정책 방향 차이에서 촉발됐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재건축 단지 땅의 25%를 기부채납 할 경우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 적이 있다. 많은 재건축 단지들이 이때 50층을 추진하면서 서울시와 얘기가 오고 간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아직까지 49층 재건축을 추진하며 서울시와 대치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대부분 35층으로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준공된 지 38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현재 상당히 노후화 돼 있는 상태다. 일부 주민들은 초고층까지 바라지도 않으니 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은마아파트 뿐만 아니라 현재 50층을 추진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실 설왕설래를 불러일으킨 35층 규제는 가이드라인일 뿐 법이나 조례가 아니다. 서울시 행정의 지침이지만 도시계획위원회의 통과라는 형식을 통해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성향에 따라서 좌지우지 된다.

바뀐 정책을 고수하려면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35층을 받아들인 재건축 단지들는 협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들 재건축 단지들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시의 규제를 받아들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건축 단지 취재를 갈 때마다 조합들은 시장이 소통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서울의 주거지역 절반은 재건축·재개발 대상이다. 앞으로 정책을 고수하는 시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조합원들과의 마찰은 계속해서 일어날지 모른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으로 남길 바란다.

길해성 hsgi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