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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른 파면 이후 조기대선이 점화되고 잠룡들의 이른바 ‘장미대선’을 향한 불꽃 튀는 경쟁이 한창이다. 저마다 자신만이 국가와 국민을 책임질 소양과 능력이 최고라고 자랑하기 바쁘다. 대선공약은 그 자랑 중 정수(精髓)다. 이들은 각종 행사와 토론 등 대선행보를 하는 중에 나름의 ‘통치 설계도’를 내놓으며 국민들에게 대통령 신임장을 받으려 하고 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고 화려한 밑그림들이 넘실댄다. 그런 설계대로 나라가 통치되면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국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역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온갖 문제 투성이이고, 그것을 해결할 만한 신의 한수를 제대로 놓을 자칭 해결사(대통령)들이 넘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중병이 든 대한민국을 치료할 만병통치약을 갖고 있는 냥 마구 떠들고 행세하고 있다. 마치 청와대 안주인이 되면 불가능할 것이 없는 도깨비 방망이를 든 사람처럼 행세하는 모습들이다.
대선주자들의 환상적 설계도는 말 그대로 환상으로 다가온다. 공약 하나하나와 약속들을 뜯어보면 보-혁을 넘나들며 공통적으로 보이는 환상이 있다. 국민들에게 온갖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는 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재원이 어디서 나올지는 삼척동자도 알만큼 뻔한데도 그것은 모두 수면 밑에 있다.
누가 봐도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빼내 주는 선물이기에 국민들의 허리가 휘는 사안이다. 그래서 사탕발림에 가깝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부패구조를 일소한다는 명분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정의감을 갖는 잘 포장된 종합선물셋트다. 의심을 하기 싫은 예쁜 포장에 저마다 자신들의 선물을 담았다. 국민들은 뜯어보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기쁠 만큼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비리 문제 탓인지 선물은 더욱 그럴듯해 보인다. 보수 쪽에 있는 대선주자들의 공약도 일제히 이런 좌클릭 성향을 띤 배경이다. 국민들의 자괴감과 배신감을 파고든 대선주자들의 설계도에는 일종의 혁명성을 정의감으로 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듯한 혁신적 공약들은 한마디로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독배로 바뀔 공산이 크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빚 탕감은 굳이 말을 안해도 일시적인 봉합책이다. 그 다음 단계의 치열한 국민적 허리띠 졸라매기 수순에 대한 방안이 없기에 꿀이 담긴 독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지 않은 대선주자들이 제기하는 노동시간 절감도 선진국의 잣대로만 따라하는 식이다. 선진국의 노동시간이 비록 짧더라도 우리의 노동시간보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노동을 시간으로만 재단하면 안 된다. 노동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대안이 없는 노동시간 절감의 역풍은 국가도, 사회도, 개인도 총체적 가난이다.
더욱 대안이 없는 선물은 ‘복지코드’다. 대선주자들마다 국가의 각종 복지혜택 확장은 기본이 됐다. 우리는 이미 증세 없는 복지가 환상적인 수식어라는 것을 겪어서 안다. 복지의 근간을 형성하는 것은 결국 완벽한 세금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다. 이 작업이 우선되지 않고서는 대선주자들이 꿈꾸는 복지국가는 요원하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세금을 반기지 않는다. 아니 우리나라는 세금회피 국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민들은 숨기 바쁘고 정부는 추적하기 여념이 없다.
국민들로 하여금 세금이 올바로 쓰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위정자들이다. 작금의 대선주자들도 세금에 대한 신성함을 국민들에게 확신시켜 줄 수 있는 국가 재정운용에 대한 투명한 설계와 제시가 우선이다.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깝지 않은 국가 곳간의 혁명적 설계가 복지의 주춧돌이라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그런 주춧돌 없이 기둥을 세우고 화려한 집을 지으려 하고 있다. 거짓 복지기둥으로 짓는 사상누각이다.
전 국민 안식년제와 안식월제도 기업과 근로자 모두 좋을 것 같은 환상적인 설계를 그렸다. 장기 유급휴가지만 임금인상을 동결하는 대신 신입사원을 더 뽑자는 것이 골자다. 국가적으로는 일자리도 늘어나는 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찬찬히 뜯어본 결과 현실성이 없다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실에 적용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밑그림만 좋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행하려다 실패한 그림을 10년전으로 되돌리려 했기에 그 순수성이 의심된다.
사교육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공약이나 주장도 설계는 좋지만 ‘과연 자기 자식이면~’이라는 자문을 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사교육 시장은 제도 탓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형성된 우리의 교육문화 탓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리 억누르고 압박해도 사교육 시장은 커져 왔다. 이런 기본적인 국민적 욕구를 외형적으로만 압박하면 바뀌기 어렵다.
여·야 후보들 모두 일제히 입시제도를 단순화하고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학교 평준화 등을 내걸고 있다. 이른바 교육 수평화로의 회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또다시 대혼란에 빠질 처지에 빠졌다. 공교육의 내실화 없는 현란한 평준화가 또 반복이다. 과거의 전례를 보면 이는 사교육 시장의 생태계를 더 넓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기유학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결국 공교육의 질이 더 떨어질 개연성이 아주 높다. 국가와 우리 후손의 백년지대계를 그려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봉합대책들이 이처럼 그럴싸하게 판을 치고 있으니 교육시스템이 무너지는 불똥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맞게 생겼다.
이밖에 병역기간을 더 줄이고 아예 모병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국민들에게 천문학적인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들도 여기저기 마구 터져 나온다. 현금은 아니더라도 청년들에게 상품권을 정기적으로 나눠주자는 방안까지 제기되고 있다. 나름 국민들의 아픈 부위를 어루만지는 약속인 척을 하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155마일 휴전선에서는 여전히 총구가 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청년들의 미래보다 당장 용돈을 챙겨주자는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이다.
역대 대통령의 수난사를 환기해 보면 청와대는 사실 가고 싶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매번 선거철만 되면 그 수난사는 온데간데없이 수면 밑으로 사라지고 청와대 안주인이 되기 위한 경쟁이 거의 사투 수준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속이는 가짜 설계도들이 판친다. 최악의 수난사라고 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엊그제 일인 것도 잠룡들은 관심 밖의 일이 됐다. 국민들을 어떻게 하면 현란하게 만드는 것이 마치 목적인 듯 움직인다. 그들 또한 대통령의 수난사를 자처하고 있는 격이다.
과거의 군주제에서 ‘나라님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듯이 오늘날의 공화제에서도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곧잘 회자된다. 천심은 곧 민심이라 했기에 민심이 대통령을 내야 하는데, 오늘날의 민주제에서 민심은 곧 표심으로 표현된다. 그 표심을 속이는 위선의 대선주자들은 천심을 속이는 것이기에 결코 하늘(국민)의 명을 받아선 안 된다. 장미대선 국면에서 솎아내야 할 인물은 철학이 없이 변죽만 울려대는 인사들이다. 진짜 대통령감이 되려면 난무하는 단꿀의 설계도들을 스스로 멀리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모두 고될 수 있지만 희망이 큰 ‘미래 좌표’를 제시해 국민들이 자처하는 고단함을 지렛대로 삼는 국민총화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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