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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진 대표는 최근 보이스피싱 사례가 급증한 이유는 대기업, 금융기관 등 수없이 유출된 정보에 피해자의 신용정보가 상세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전엔 어설픈 수법으로 비웃음을 샀다면 지금은 정보를 획득한 사기꾼들이 피해자의 신용정보를 하나하나 꼼꼼히 읊어대는 통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사람들이 왜 보이스피싱에 당한다고 생각하세요? 이게 다 정보가 유출돼서 그래요. 본인의 세세한 신용 정보가 그대로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런데 수법은 날로 더 정교해지고 있다. 사기꾼들이 피해자 신용정보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평판 관리업체인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대출 받거나 혹은 대출 상담 후 그 때 입력한 정보가 그대로 유출된 탓”이라며 “그래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자가인지 월세인지 그리고 얼마나 빚지고 있는지까지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국민은행, 농협, 인터파크 등에서 정보유출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정부는 그들에게 과징금을 물리는데 그쳤지만 그 피해는 두고 두고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정보 유출 때문… 해킹당한 기업과 정부가 피해자 지원해야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중 우연히 산타크루즈컴퍼니를 만들게 됐다.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자 이를 찾아 삭제해주는 서비스를 했다.
그는 “악성 댓글에 상처 받아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던 연예인이 댓글을 지워 주었더니 상태가 호전됐다. 광고주들도 좋아했다”면서 “주위 권유로 ‘잊혀질 권리’를 되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타크루즈컴퍼니는 인터넷에 남겨진 ‘내 기록들’을 찾아 지워주거나 유출된 ‘리벤지 포르노’(변심한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생활 또는 은밀한 사진·동영상 등을 유포하는 행위) 삭제 작업을 주로 한다. 그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사업은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최근 리벤지 포르노 및 개인정보 삭제 의뢰가 늘어났다. 개인 정보란 주로 이름, 전화번호, 출신학교, 사이트 아이디, 사진, 집 주소, 직장 주소 등이다.
최근 몇년 동안 벌어진 인터파크, 옥션, 국민은행, 농협 등에 제공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네티즌들은 “나는 중국 여행을 못해봤는데, 내 주민 번호는 중국 각지를 여행하겠네”라는 말을 농담 삼아 했지만 실상은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왜 어설퍼 보이는 보이스피싱에 걸리는지 궁금하시죠. 요즘은 더 치밀해졌어요. 은행 등에서 빠져나간 내 정보로 ‘지금 ○○동 월세로 사시죠? 집을 옮기실 때 됐네요’라든가 ‘지금 학자금 대출이 얼마 남아 있네요’라고 말한다면 안 속고 배길 수 있나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은행, 쇼핑몰 등이 유출한 개인정보로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 책임은 피해자에게만 있지 않다”며 “정부는 유출 기업에 물린 벌금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범죄자들 또한 잊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범죄자 신상이 모두 ‘털려서’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얼굴과 집 주소, 가족들의 신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다. 법의 심판을 받고 출소하더라도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 김 대표는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악성댓글을 찾아 삭제하자 연예인, 기업 등의 의뢰가 밀려들어 ‘온라인 평판’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평판관리사’로 불리며 별칭은 ‘디지털 장의사’라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범죄자가 죗값을 치러도, 이사를 가도 그들 가족은 여전히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정보 또한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이니셜로 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죄인이 반성해도 평생 행복해질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다. 그런데 잠시 공직에 몸담았던 교수 등이 일반인으로 돌아간 후에도 예전 기록이 계속 남아있다면 그가 볼 땐 과거가 자꾸 발목을 붙잡는 셈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인터넷이 일상에 파고든지 20년 정도 됐는데, 사람들은 인터넷에 기록을 저장하기만 했지 지운 적이 없다. 그는 “지역 축제, 기업 이벤트 등 다양한 공지는 시간이 지나면 일종의 ‘데이터 쓰레기’가 된다”면서 “이제 정보를 쌓아두지만 말고 필요 없는 정보는 지워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리벤지 포르노 삭제 의뢰 55% 청소년… 퇴직, 해외도피, 자살 기도 등 끔찍 사례들
원래 산타크루즈컴퍼니에서는 연예인 악성 댓글 삭제, 기업 관련 허위 게시글 삭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리벤지 포르노’ 삭제 의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자친구가 찍어준 사진이 퍼진다든지 미성년자가 어른의 협박과 회유 때문에 사진을 찍었는데 유출된 경우 등 유출 사례는 다양했다.
김 대표는 “연예인 대상으로만 서비스했는데 입소문이 나서 일반인 의뢰도 들어온다”며 “2013년 전후로 리벤지 포르노 삭제 의뢰가 들어왔는데 의뢰인 중 55%가 청소년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대표는 “연예인 대상으로만 서비스했는데 입소문이 나서 일반인 의뢰도 들어온다”며 “2013년 전후로 리벤지 포르노 삭제 의뢰가 들어왔는데 의뢰인 중 55%가 청소년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들려준 사례는 하나같이 놀라웠고, 누구나 당할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남자 친구와 찍은 사진이 10년 후에도 돌아다녀 결혼 후 명절 가족 모임 때 “이거 너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던 경우도 있었다.
또 캠퍼스 커플의 황당한 사례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SD 카드를 잃어버렸다. 그로부터 3년 뒤 헤어진 연인은 뜻밖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SD카드에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다.
교사로 취업했던 여성은 학생들에까지 퍼진 사진들로 인해 사직했고, 예전 남자친구는 해외로 도피했다. 특히 그 여성은 카메라만 보면 두려움에 떨 정도로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고 몇 번이고 자살 시도까지 했다.
김 대표가 전해준 또 다른 사례는 고교 시절부터 사귀던 한 커플의 이야기다. 여자 집안에서 교제를 반대하자 앙심을 품은 남자는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두 사람이 여행 갔던 사진, 숙박업소에 묵었던 사진 등을 올렸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 남자는 여자 친구의 부모에게도 사진을 보냈다가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그 여성이 다니는 학교에 소문이 널리 퍼진 이후였다.
김 대표는 “지나가던 사람이 내 얼굴을 갑자기 알아본다고 생각해보자. 끔찍하지 않은가”라며 “사랑은 한순간이지만 나체 사진 등은 애초에 안 찍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해킹, 분실, AS센터 등을 통해 유포돼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찍지 마시고 마음 속에만 저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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