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비판 ‘소수 의견’ 존중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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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보연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31 03:56:32

▲ 하보연 기자(금융부)

최근 KB금융그룹(이하·KB금융)의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이하·KB손보)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손보 소액주주들은 지속적으로 “KB금융이 의도적으로 KB손보 주가를 하락시켜 헐값에 100% 자회사화 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KB손보 자사주를 주당 2만7850원에 매입했다. 또 지난해 말 KB손보는 자본확충을 이유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KB금융이 주당 2만6250원에 신주를 전량 매입하도록 결정했다. 이를 통해 KB금융은 KB손보 지분율을 40% 가까이 확보했다.

윤종규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비은행부문 강화를 통한 리딩뱅크 탈환을 강조해왔다. 일련의 과정만 놓고보면 전혀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지난해 KB손보는 순이익 30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무려 90%에 육박하는 눈부신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손해율 개선 등으로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KB금융이 KB손보 지분율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KB금융 순이익도 증가한다. 윤 회장은 올해 말 연임 여부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 윤 회장 입장에서 ‘KB손보 자회사화’는 비은행 부문 강화와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한 수’인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KB손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KB손보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매각과 3자 배정 유상증자 거래가 모두 ‘헐값’에 이뤄졌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앞서 2014년 KB금융은 KB손보의 전신인 LIG손보를 인수할 때 주당 5만5200원에 매입한 바 있다. 현재 KB손보의 실적은 인수 당시보다 개선됐지만 주당 가격은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역시 KB손보가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KB손보 소액주주 측은 “KB손보는 자사 주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KB금융의 이익만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지난 17일 주주총회 당시 “헐값 매각에 대한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 재선임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 40%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 KB금융과 2대 주주 국민연금, KB금융 계열사 KB자산운용 등이 힘을 합쳐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미 과반 이상의 찬성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측은 “이미 예상된 결과였지만 그래도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KB손보 측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주주 쪽에서 움직이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에서 주주가치는 절대적이다. 최근 윤 회장이 KB금융 주총에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 역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이 언급한 주주가치에서 정작 소액주주는 제외된 셈이다. 특히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도 상반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자본시장에서 주주가치는 절대적이다. 과반수 이상 지분율을 확보한 곳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요구와 주장을 무조건 배제한다면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기대하긴 힘들다. 주주들의 합리적 비판이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다수 증명된 바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설명할 때 꼭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그 내용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경우 먼저 서로 대화를 해야 하며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므로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 스스로 밝혔듯 주주가치 극대화가 허공에 맴돌지 않도록 소수의견도 존중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하보연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