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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이사야 53 : 5>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목사는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존경의 상징이었다. 모든 직업이 어느 시점에 가면 전(前)자가 붙지만 목사는 하늘이 내린 직분으로 ‘전’자가 붙지를 않는다. 그래서 신앙적인 측면을 떠나서라도 목사 사모가 되기를 소망하는 명문여자대학교출신들이 많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지 오래 됐다.
가만히 보면 국회의원과 목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일을 하기에 앞서 의원들은 ‘국민’을, 목사는 ‘예수’이름을 판다. 또 특이한 것은 국회의원은 국개(犬)의원, 기독교는 개(犬)독교로, 심지어 목사는 ‘먹사’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낮은 자, 섬기는 자를 자처하면서도 가장 높은 자가 할 수 있는 ‘갑질’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출마지역이나 교회에서는 선하고 선량한 목자로 변하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 특권을 누리는 것도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것도 닮았다. 국회의원들도 변해야 하지만, 교회와 목사도 변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이 일어났을 때보다 더 세속적이고 부패됐다.
‘목사’를 ‘기업인’ 취급하는 세상…어느 정파·정당에 물들지 않는 종교 필요
일부 선량한 목사에게는 상관이 없지만 성경에 대한 무지, 강단의 세속화, 교권주의, 공명주의, 분파주의, 미신적 사고, 교회의 기업화, 성적, 부도덕, 목사의 독선, 물신 숭배 그리고 지나친 이기주의와 교회 성장 등으로 변질되면서 한국 교회는 물론 목사들까지도 소금의 맛과 빛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세상을 감싸며 변화를 시키기보다는 상업화로 변질되면서부터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배척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교회 세속화는 결국 하나님의 처음 사랑을 버렸기 때문이다. 일부 뜻있는 목사들은 자성의 빛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목사들이 교회성장을 외치면서 ‘기복적인 물질 축복의 복음’을 외치며 무리한 교회 증축과 재물·명예·권력에 눈이 멀어 주위의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다보니 성도들이나 사회에서 목사를 성직자로 대하기보다 기업인처럼 취급을 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거기에다 정치까지 관심을 갖고 사회에 나오는 게 문제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야말로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성향의 종교인들이 개인적·집단적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일이 점차 가속화 되고 있다. 어쩜 종교의 정치화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 단면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면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근대의 특징, 정치와 종교의 재결합은 탈근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나라의 헌법 20조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내용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신앙에 자유가 있을뿐더러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단체도 얼마든지 참가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조차 기독교 좌파, 우파. 불교의 좌파, 우파가 속속 조직화 되면서 종교계가 정치적으로 오염되고 있는 추세다.
정치와 종교는 역사적으로 참으로 힘든 싸움을 해왔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정교일치에서 정치가 떨어져 나가면서 종교는 차츰 세속화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종교는 또다시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면 전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탈사유화(deprivation of religion)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기독교나 천주교나, 불교가 중도다. 어느 정파·정당에 편들지 않는 그런 종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실은 한 정파가 국민, 유권자의 90%의 지지를 받았다 해도 나머지 10%가 극열하게 반대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정치에서 승자 독식은 한계가 있다. 51%로 이기나 90%로 이기나 그 정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와 종교…한국교회 세속화 심각
정치와 마찬가지로 종교도 ’권력‘을 지향한다. 불교가 말하는 천상이나 기독교의 하늘나라도 결국 나라다. 나라가 되면 권력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권력을 추구하는 종교와 정치라는 두 영역이 만났을 때 그 결과는 다양하다. 정치가 정화될 수도 있고, 종교가 오염될 수도 있다. 상생의 길을 걸을 수도, 함께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역과 정치가 만났을 때 그 결과는 어떨까. 지역과 정치의 만남은 민주화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그 폐해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종교가 정치 참여가 가속화되면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갈등구도를 심화할 가능성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제는 사찰이나 교회를 성직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원칙적으로는 ’정치는 정치인에게, 기업은 기업인에게, 시민사회운동은 시민 사회 운동가에게, 해탈과 구원은 종교인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 참으로 종교인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 안타깝고 슬프기만 하다. 마침내 저들이 바라는 대로 건국 이래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세 번째로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됐다.
이를 보면서 중세기 기독교에서 열린 종교재판이 연상된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일단 혐의를 받으면 죽음으로 끝나야하는 종교재판. 한 번 거짓을 저지르면 또 다른 거짓을 행하는 것처럼 삼성의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했으니 받은자(?)도 뇌물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대로 고백하고 인정하면 ‘사형’, 마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화형’에 처하는 당시의 종교재판이 21세기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나뱁스트(재침례교도)들은 들짐승을 잡아 다가 무거운 것을 몸에 달아 물에 던져 갈아 앉으면 이단으로 하나님께 벌을 받았다고 하고 가라않지 않고 떠오르면 지독한 독종의 이단이라고 화형에 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함을 수차 호소했지만, BOX안에 있는 저들은 변명을 한다며 외면했다. 일부 종교인과 정치인들은 인권·독재 등을 내세워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인권유린 자유가 없는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평도 없다. 오히려 동족임을 강조하고 내세운다.
특히 그런 정치인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여전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승(一乘)은 모든 중생이 부처와 함께 성불한다는 석가모니의 교법이다. 일승에서 우리는 위대한 낙관주의와 거대한 시간 개념을 배울 수 있다. 오늘날 21세기 포스트모던 시대는 모든 전통과 고전을 해체하는 신(新)야만(野蠻)시대다.
이 같은 가치와 규범이 상실된 시대에 어떤 사조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현대인의 삶 속에서 진리와 규범의 기준으로 다가와야 한다. 교회는 기업이, 목사는 정치인 또는 기업주도 아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아보기기 힘들 정도로 세속화 돼있다.
한국 교회의 세속화 이대로는 안 된다. 썩은 정치인과 부패된 종교인 때문에 나라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다. 목사를 비롯한 그리스도인들은 에스더처럼 부르짖어 나라를 위한 구국기도를 해야 한다. 모세의 홍해 바다의 기적을 더 이상 바라서는 안 된다.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에베소서 6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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