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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던 아베노믹스가 발효한 지 4년 만에 만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
엔저를 배경으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제조업이 다시 강한 날개짓을 한다. 기업 실적 호전에 따라 고용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은퇴한 고령자들도 다시 직업 전선에 불려 나오고 있다.
남은 문제는 가계 소비지출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여전히 미달하고 있는 것이 옥에 티다. 내수만 살아날 수 있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완벽한 부활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살아남으로 인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견고한 50∼6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치 스캔들로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를 재건하고 있음으로 인해 비교적 안정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부활을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이 그리 편치는 않다. 남의 집 일이라고 무심코 외면하고 싶지만 자꾸 관심이 가는 것은 우리가 처한 입장이 일본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20년’이 일본에게 쓰라린 고통이었지만 이를 통해 일본 사회가 어떻게 다시 일어설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경제에 항상 걸림돌이 되었던 고질적인 일본 정치의 병폐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신창이가 되고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아베 신조와 같은 불세출의 구원 투수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껄끄럽고 불편한 상대이지만 일본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일본에는 ‘공기를 읽는다(空気を読む)’라는 말이 있다. 튀지 않고 주변의 분위기를 보고 이에 동조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일본인들 고유의 ‘본심(혼네:本音)’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 ‘재정확대’, ‘구조개혁’ 이라는 3개의 화살로 출발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구조개혁이다. 바로 이부문이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우려했던 가장 큰 이유다. 이전투구를 일삼는 일본 정치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회 전반에 너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부활, 일본 경제의 재건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 정치권이 반대를 위한 반대롤 접었다. 여기에는 강력한 아베의 리더십과 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기업을 다시 살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풀이 죽을대로 죽은 기업의 기(氣)를 살려주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업이 살아나야 투자가 증가하고 고용이 확대되며 궁극에는 가계의 소비의 지출로 연결된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거 1970∼80년대 일본의 호황을 떠받친 것이 기업이라는 경제주체였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터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우수한 공무원 조직, 정권 교체에 관계하지 않고 국가 장기 계획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정책 환경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경제적 성취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 중앙 및 지방정부, 기업, 개인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제살리기
아베노믹스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너무 많다. 우선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점에 합의를 도출하고 정쟁을 지양하는 것이다. 경제의 근간이 기업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날개를 달아줄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집중시켜야 한다. 수출 확대 등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는 것에 구조개혁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1억명이 같이 뛰자는 일본의 캐치프레이즈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노인 인구가 25%를 넘는 초고령사회의 일본이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내건 궁여지책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부자가 망해도 3대가 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본과 우리가 갖고 국력의 차이는 아직도 크다.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전후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단카이 세대(団塊世代)’, 일본 경제 재건의 최일 선에 서 있는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단카이 세대 2세)’등이 서로 협력을 하면서 공존 공생하는 경제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념, 경제적 격차 등으로 인해 세대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로봇·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한 일본의 행보도 빠르다. 아날로그 모노쯔쿠리에서 디지털 모노쯔쿠리로 ‘주식회사 일본’이 거듭나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의 반성이라는 이야기가 일본에서 회자된다. ‘잃어버린 20년’이 일본 기업이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하의 의사결정 지연 혹은 책임 소재 부재 등으로 인해 2등을 고수해온 한국 기업에 추월당하였다는 자성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우리의 오너 경영 체제에 대한 비판이 무성한 것과 비교해 보면 다소 의외다. 물론 시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고, 경영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처한 경영 환경과 사회적 성숙도 등 제반 환경이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우리가 처한 여건은 너무나 흡사한 점이 많다. 흔히 20 년 혹은 10년을 간격으로 해 우리가 일본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고들 한다.
다행스럽게 작년 연말부터 우리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내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아직 바닥을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해외로부터 경제 활력을 수혈을 받는 ‘인바운드(안으로 들어오는) 경제’에 열광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에다 노동력까지 끌어들이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정치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일본 경제의 재건에 팔을 걷어 부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일본을 외면하거나 기피하지 말고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배울 것은 배우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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