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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은 해외 투자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와 세제 및 행정 혜택 등을 제공하는 특정 지구를 뜻한다. 이 같은 경제특구는 지난 2002년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다. 현재 국내에는 총 8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있다. 그 중 2013년 2월 지정된 충북경제자유구역은 오송 바이오폴리스, 청주 에어로폴리스, 충주 에코폴리스 등 3곳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현재 2곳의 지구가 백지화될 위기에 놓여있다. 오송바이오폴리스는 지난해 말 착공에 들어가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청주 에어로폴리스는 주력 기업이었던 아시아나 항공의 사업포기로 지난해 좌초된 상태다. 충주에코폴리스도 오랜 장고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지난 10일 이시종 충북 도지사가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청주에어로폴리스가 무산된 상황에서 충주에코폴리스마저 중도 하차하자 도의회와 도민들은 극심한 반발을 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구 내에 거주 중인 마을 주민들은 수년 간 입었던 재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충주에코폴리스 사업 중단 상황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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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경제자유구역 중 하나인 충주 에코폴리스에 대한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최근 사업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도의회 및 사업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사업 기간 동안 재산권을 제한 당한 지역 주민들은 “마을경제가 파탄났는데 우롱하는 거냐”며 분개하고 있다. 사진은 충주에코폴리스 부지 내 제한행위 안내판 ⓒ스카이데일리
[충북 충주=이기욱 기자] 지난 10일 이시종 충청북도지사가 충주에코폴리스(이하·에코폴리스)에 대한 사업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2013년 2월 지정·고시된 이후 4년 2개월만이다. 그동안 도의회 및 관계자들이 에코폴리스 조성을 촉구해왔던 만큼 사업 포기 결정에 대한 반발 여론이 크다.
특히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은 수년 간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제대로 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사업 예정 부지 일대 주민을 만나 취재한 결과 주민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며 이 시장의 결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4년째 사업 진행률 0%…우여곡절 끝 수조원 사업 전면 백지화
에코폴리스 예정 지구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방비로 방치된 광활한 토지였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지구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개발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구역 내 제한행위 안내’라는 팻말만이 해당 부지가 에코폴리스 예정 부지임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에코폴리스 부지는 지난 2013년 2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고시 된 후 4년 동안 그대로 방치 돼 왔다.
에코폴리스 사업은 지난 2010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충주를 방문했을 당시 충주시의 건의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충주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충주에도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같은 해 6월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조정실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윤 전 실장은 보궐선거에 당선됐고, 공약은 현실화 됐다. 당시 충주 중앙탑면 장천·가흥·봉황리 일대 4.2㎢ 규모의 부지가 에코폴리스 예정지로 지정됐다.
에코폴리스 사업은 자동차부품·신재생에너지·물류 거점 구축 등 을 목적으로 계획됐다. 충청북도와 충주시는 2020년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구상 당시 1조9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만4000명의 고용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고시 이듬해인 2014년 3월부터 사업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기존 4.2㎢에 달했던 예정 부지는 소음피해와 비행안전구역 확보를 이유로 국방부와 협의 끝에 결국 2.2㎢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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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2015년에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사업을 진행시켰지만 같은 해 11월에는 사업성 제고를 위해 구역이 또 한 차례 2.3㎢로 조정됐다. SPC의 지분은 충북도(15%), 충주시(10%), 현대산업개발(38.5%), 대흥건설(16.5%), 교보증권(13%), KTB증권(7%)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개발계획 변경 내용을 승인 받았다. 같은 해 7월 SPC는 경자청에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했고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차례로 완료했다. 올해 3월 실시계획 승인이 계획대로 이뤄졌으면 에코폴리스는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4년의 기간이 소요된 에코폴리스 사업은 최근 백지화 될 위기에 처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경자청)은 지난달 28일 에코폴리스 사업을 추진할 경우 1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지난 10일 결국 이 지사는 “오랜 심사숙고 끝에 충주 에코폴리스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부대 전투기 소음과 부지를 관통하는 중부내륙선철도 때문에 분양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사업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이유로 꼽혔다. 이 지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분양에 대한 책임을 충북도가 일정부분 부담해야한다’는 SPC출자사들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랜 기간 개발제한 재산권 피해 막심…“마을경제 파탄났다”
현재 에코폴리스 예정 부지 인근 주민들은 사업 무산 소식에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각 마을 주민들은 에코폴리스 사업 무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하나 같이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예정지 인근 신대마을 주민 임종욱(75)씨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내가 가진 땅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토지매매, 건물 신·증축은 물론 심지어 나무를 심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4년 동안 개인 재산을 사실상 뺐어가다시피 해놓고 이제 와서 개발을 취소한다고 하면 그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해서 입게 된 경제적 피해는 어떻게 계산해 보상해줄 것이냐”고 따졌다.
▲ 자료: 충주에코폴리스 주민대책위원회
임춘예(80)씨는 “나중에 개발되고 나면 땅을 팔아서 빚을 갚을 생각이었는데 4년 동안 사업이 진행이 안 되면서 그것도 불가능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사업 예정지 인근 또 다른 주거지역인 능암마을의 진기천(62)씨는 “어차피 개발이 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로, 하수도 등도 노후된 상태로 몇 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며 “도로가 정비가 안 돼 노인들이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언론에서 최근 ‘주민들이 지구 해제를 원한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언론 플레이다”고 지적했다.
김용관 충주에코폴리스 주민대책위원장(61)은 “개발 계획 때문에 마을이 파탄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업이 오랜 기간 표류되다보니 마을 사람들끼리 오해와 불신까지 생겨났다”며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업이 추진 될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사업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을 선언해 버린 이 지사의 태도는 분명 마을 주민들을 우롱하는 태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신년사에서 이 지사는 충주에코폴리스에 대해 ‘연내착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SPC최대 출자사인 현대산업개발 역시 사업 무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운 분위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분양 문제에 여러 대안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경제자유구역청 측이 수용거부 입장을 고수했다”며 “다른 출자사들과 협의 후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사업성 부족은 거짓말”…정치적 판단의혹 솔솔
충청북도 도의원들 역시 사업 무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사업 중단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경자청이 사업성 저하의 이유로 꼽은 철도노선 관통 지역은 전체 부지 중 극히 일부에 그친다”며 “오히려 기업들에게 광고효과 등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시종 충북지사는 사업성이 안좋다는 이유를 들어 에코폴리스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부지 내 비행소음, 철도 노선 등으로 인해 기업 유치 결정력이 낮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며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충주에코폴리스 부지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그는 “인근의 청주시보다 서울에서 거리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데다 부지들 역시 논과 야산이기 때문에 개발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며 “지리·환경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민간 출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책임한 일처리는 충청북도의 대외 신인도를 크게 하락시키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며 “22만 충주시민과 160만 충북도민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는 행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언구, 임춘목 도의원 등도 “오창과학산업단지도 청주공항과 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충주 비행단과 5㎞ 거리의) 에코폴리스만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면밀한 분석도 없이 도의 재정부담이 1000억원이라는 소문만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에코폴리스 중단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 지사가 윤진식 전 의원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에코폴리스 사업을 ‘실패’로 규정함으로써 ‘공적 가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충북도지사에 출마해 이 지사에게 패배했다.
나아가 에코폴리스 사업 중단은 ‘윤진식 지우기’와 동시에 ‘이명박 지우기’라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폴리스의 ‘친환경’ 가치는 ‘청계천’ ‘서울숲’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게 그 이유였다.
정치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번 결정은 내년 차기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의 최대 경쟁자로 예상되는 윤진식 전 의원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또한 경쟁자가 주도한 사업의 리스크를 본인 떠안기 싫다는 의도로 비춰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 지사는 지역 지정 당시 스스로도 에코폴리스를 ‘충북 경제를 이끌어 갈 백년대계’로 평가했다”며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고부가 가치 산업 육성을 위해 사업 재개를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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