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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배상훈 교수(1호 프로파일러,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범죄자 가족사 추적해 범인 꼭 잡도록 합니다”

성장기 가족내 트라우마가 범행 동기…끊임없이 범인처럼 몰입해 원인 찾아

하보연기자(beh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13 12: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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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상훈 교수는 지난 2004년 경찰청 특채로 선발된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다. 지금은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래의 프로파일러를 육성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프로파일러는 사회 속에 존재하는 악의 요소를 추적· 감시하는 순찰자 역할을 하죠”
 
배상훈(48)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다. 지난 2004년 경찰청 범죄심리 분석관으로 특채된 그는 5년만에 경찰복을 벗었다.
 
이후 7년간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로 일하며 미래의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학생과 현직 경찰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프로파일러란 직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한다.
 
화학·문화인류학·사회학 두루 전공…사회복지사 꿈꾸다 우연히 공고문 보고 지원
 
배 교수는 프로파일러가 되기까지 다양한 전공 및 직업에 몸담았다. 대학에서 화학과를 전공하고 임상병리사로 근무했지만 IMF시절 부득이하게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후 문화인류학을 배우다 사회학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석사·박사 과정을 밟을 때 가족사를 전공했어요. 당시 꿈은 사회복지사였죠. 하지만 우연히 경찰청에서 1기 프로파일러를 뽑는다는 공고문을 보게 됐어요”
 
 ▲ 배 교수는 다양한 전공과 직업군을 경험한 뒤 프로파일러가 됐다. 오랜 기간 연구했던 가족 생애사를 중심으로 범죄 원인을 분석하는 전문가로 거듭났다. ⓒ스카이데일리
 
“관심이 생겨 프로파일러와 관련된 외국 문헌을 봤더니 제가 평소 생각하던 프로파일러와는 다른 직업처럼 보였어요. 실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호기심이 생겨 지원하게 됐고 그렇게 1호 프로파일러가 됐죠”
 
프로파일러 세계에도 자기만의 전문 영역이 존재한다. 배 교수는 오랜 기간 수학했던 가족 생애사를 중심으로 범죄 원인을 분석하는 전문가로 거듭났다. 범인들의 가족사 재구성을 통해 왜 범행을 저지르게 됐는지를 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가족 구성원으로서 겪은 일들이 범죄의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프로파일러로 일할 때 그는 범행 현장과 증거품들을 보고 범인의 인생과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했다. 범죄 원인 중 특별히 가족적 요인이 무엇이었는가를 주로 분석했다는 얘기다.
 
“실제 범인들을 만나보면 어린 시절 가족 내에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것이 범죄의 원인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범인의 현재 심리 상태도 꼭 점검해요”
 
그는 현직에서 물러나 학교에서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학생들과 현직 경찰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범죄 등 심리학적 분석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 다룬다.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현장’과 ‘증거’다.
 
“범죄 현장에 직접 갔을 때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은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수사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반드시 현장과 증거 속에 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놓쳐선 안 돼요. 그 동안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살아 있는 현장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죠”
 
범죄자 잡으려면 끊임없이 범인처럼 생각해야… 늘 스트레스 시달려
 
 ▲ 배 교수는 프로파일러는 화려한 직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프로파일러는 범인 체포를 돕는 방향키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배상훈 교수는 프로파일러란 생각보다 화려한 직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국 드라마 속에 나오는 ‘셜록 홈즈’와 현실 속 프로파일러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 속 탐정들은 범인을 직접 잡고 명성도 얻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프로파일러란 범인 잡는 직업이 아닙니다. 옆에서 범인을 잡도록 도와주는 방향키 역할을 주로 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뒤에서 백업하는 역할이 더 크죠”
 
이 때문일까. 1기 프로파일러를 모집한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숱한 프로파일러들이 경찰청을 떠났다. 현직 프로파일러는 20여명이 전부다.
 
“일을 할 때 생각보다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번에 범인을 잡기가 어려우니까요. 범인이 어떤 동기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까, 이런 배경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범인들 생각을 계속 따라가야 하니까요”
 
특히 프로파일러는 아직도 경찰 조직 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조직 내 위치도, 직급도 애매한 경우가 많아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전문적인 프로파일러를 양성하는 시스템도 아직 부족하다.
 
 ▲ 그는 프로파일러로 일하던 시절,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인 잡는 과정은 그만큼 부담감이 컸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일 하는 동안 끊임없이 회의감이 들 수 있어요. 그 때마다 스스로 이겨나가는 힘이 굉장히 중요하죠. 직업적 소명을 갖고 끝내 범죄를 분석해내는 프로파일러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프로파일러로 일하던 시절, 누구도 하기 어려워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회상했다. 프로파일러 영역을 개척하는 일은 외롭지만 정의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파일러를 꿈꾼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사가 잘못되면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어요.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경우 피해자 가족들이 받을 충격은 더 커지고, 추가 범죄가 발생할 우려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무거운 사명감과 의무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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