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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간사한 혀여 너는 남을 해치는 모든 말을 좋아하는 도다”<시편 39 : 1>
한 치 앞을 모르는 생물(生物)이 정치라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한다지만 대세론이야 말로 그런 것 같다. 실체를 알 수 없을뿐더러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느덧 대선지형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양자대결로 나타났다.
그러나 철옹성 같았던 문재인 대세론이 지난 토론회 이후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간 오차범위 내 접전 구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보수층이 ‘최종선택’을 앞두고 고심에 빠진 결과로 풀이된다.
보수층 입장에선 문 후보의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등 ‘불안한 안보관’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또 사드·증세문제·복지공약 등을 이유로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했었다. 그러나 안 후보 역시 보수층에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론의 시발점은 여론조사에 있다. 조사 기관이 어떤 시각에서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조사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완전하게 믿을 수는 없지만 무시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우리 대선 판에는 ‘왜 그 사람이 돼야’하느냐 보다 ‘누가 될 사람인가’를 묻는 질문이 많다. 그리고 지지율이 아주 높아 게임이 끝난 것처럼 보이면 그걸 대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싸우나마나 이길 것이란 게 대세론인데 이는 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금세기 내에 미국 대통령이 흑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 미국인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또 힐러리와 대결 했던 트럼프, 거친 입담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대세…국가·경제 안보 중시 ‘보수층’ 표심 변수
미국이건 한국이건 경제나 안보가 불안해질 때 선택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예상을 뒤 엎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이번 조기 대선은 인정하기 싫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초래 된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야권으로 기울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호재에도 불구, 야권이 국가 안보에 대한 확신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8·19일 양 일간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보수층의 안 후보 이탈 조짐이다.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안 후보 지지율은 39.8%로 여전히 선두를 달렸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9.0%)가 10%포인트 차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이상에서도 안 후보(41.5%)에 이어 홍 후보(23.1%)가 20% 넘게 지지율을 가져갔다.
이 같은 결과는 “안 후보 지지층의 가장 외곽에 있는 보수층이 안 후보에게 믿음을 갖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안 후보에게 ‘최대 호재’였던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감을 안 후보가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안보이슈가 다시 부상하면서 역대 대선과 달리 보수와 진보 간 이념대결 구도가 깨질 것이란 예측도 빗나갈 수 있다.
홍 후보가 주장한 ‘동남풍’이 서서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각에선 지금처럼 5개 정당 후보가 각개약진에 나서면 현재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없다면 표심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김재경 의원은 이날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 후보는 대통령 적격자가 아님이 명백해졌다”며 “보수 후보임을 자임하는 유, 홍 후보는 물론이고 안 후보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단일화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승민, 홍준표, 안철수 세 후보가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해온 데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의구심이 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수층의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안 후보가 ‘과거와 미래 프레임’으로 젊은 층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면 양강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한국당의 보수표가 왜 홍 후보가 아닌 40석에 불과한 안 후보에게 향하고 있는지 뼈아픈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을 통해 전국당인 한국당이 자칫 지역 당으로 몰락하는 건 아닌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높지도 않은 지지율을 놓고, 바른정당과 다투는 모양세로는 보수를 하나로 되게 할 수는 없다. 대선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대한민국 보수층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이 땅의 보수 진영이 비상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일등공신인 바른정당 지지율은 정의당에도 밀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을 정도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공약남발 후 불이행하는 것 국민 유린…흑묘백묘 민심, 소신투표 필요
치열한 반성과 그 이상의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남을 입증하고 스스로 내세웠던 개혁보수가 어떤 것인지 유권자들에게 보여줬어야 할 바른정당은 단합은커녕 내분이 일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조급해진 대선주자들이 일자리 창출 등 실현 가능성이 적은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단순히 공약이행과 불이행의 문제가 아니라 추후에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불이행 시 그 책임을 묻고 사퇴하는 것까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함부로 공약을 남발하며 국민을 더 이상 유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많은 정당들이 무슨 사건만 터지면 정당명을 바꾸는 데 인적청산 없이 이름만 바꾸는 것은 유권자들이 식상해하는 ‘데자뷔’일 뿐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정당의 역사가 긴 나라가 부럽기까지 하다. 보수나 진보나 어느 한쪽만으로는 국가 경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설령 정권을 잡지 못해도 건전한 야당 세력이 굳건해야만 국가가 치우치지 않고 부강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정녕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런 시국에 보수가 하나가 돼 결집해야 한다. 어부지리로 정권을 빼앗기는 추함을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당·바른정당은 왜 보수표가 돌아섰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작은 일로 큰일을 그르치게 해서는 안 된다. 보수·진보 양강구도로 대선을 치렀으면 한다. 그것만이 보수가 살 길이고, 보수와 진보가 상생하는 길이며 대한민국도 거듭나는 길이다. 지금 유권자의 민심은 흑묘백묘(黑猫白猫)다.
이 말은 과거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했던 말로 ‘검은 고양이가 됐든, 흰 고양이가 됐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누가 되든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국가 안보관이 불거지면서 결과가 바꿔질지는 미지수다. 급변하는 지지율은 참고가 될 뿐 믿을 것은 못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론이나 가짜뉴스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 투표하는 것이다.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잠시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잠언 12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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