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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국내 한 유명 워터파크 여자샤워실과 탈의실에서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이 유포된 바 있었다. 범인은 당시 28세 여성 최 모씨였다. 그는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사주를 받고 촬영했다. 피해자만 약 200여명에 달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몰래카메라 영상유출로 피해를 받은 사례는 많지만 대개 개인적인 사생활 부분에 치중됐던 반면 이 당시의 유출은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이후 몰카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다. 몰카 피해와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촬영장비는 현행법상 규제할 수 없는 문제점이 몰카 사건을 근절시킬 수 없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자연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촬영장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진화하고 있는 몰카 장비들의 판매 현장을 찾아 그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사항 등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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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래카메라가 각종 성범죄 등에 악용되면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 종로 세운상가, 용산 전자상가, 온라인 등에서 누구나 손쉽게 몰카용 촬영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 몰래카메라 판매상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몰래카메라(이하·몰카)를 둘러 싼 사회적 경각심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걸그룹 여자친구 팬사인회 중 안경 몰카를 착용한 채 접근하는 팬이 멤버 예린(정예린·20)이 발견해 논란이 됐었다.
또 편향된 시선의 고발프로그램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일부 식당주들에게 친절히 안경 몰카를 구별하는 법을 전파한 음식칼럼리스트 황교익 씨 등의 발언이 논란 속에 주목을 받았다. 이런 문제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몰카 판매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
몰카 판매에 예민한 반응 보이는 세운상가 상인들…“여기서는 가격 흥정만 한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몰카를 단번에 찾기는 쉽지 않았다. 원활한 취재를 위해 기자임을 숨긴 채 카메라 관련 제품 판매 매장을 찾아봤다.
매장마다 “초소형 카메라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건 판매하지 않는다”며 손사래 쳤다. 세운상가를 돌아다니며 많은 상인들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같았다.
이내 상점 유리문에 ‘몰래카메라’라는 오래된 간판 스티커가 붙여진 곳을 찾았다. 이곳에 들어가 초소형 카메라를 찾았다. 그러자 상인은 ‘몰래 카메라’를 찾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서랍장에서 세 종류의 물건을 꺼냈다. 사진촬영은 불가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세운상가 상인들은 매장 전경의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등 몰카 판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밀 녹음기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면서 몰카는 긴 설명을 피했다. 상가 건물 뒤편에는 몰카를 판매한다는 작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은 비밀 녹음기와 함께 판매 중인 펜 모형의 몰카(위)와 판매상들을 안내하는 입간판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꺼낸 제품은 볼펜·안경·USB 모양의 몰카들이었다. 설명이 없었다면 어느 곳이 카메라 렌즈인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특징을 파악하고 나니 일상에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확인 가능했다. 또한 해당 제품들은 시중의 일반적인 볼펜·안경·USB보다 다소 어색하게 큰 부피를 가졌다.
이 상인은 “HD급(1280X720) 촬영기능을 갖춘 제품도 여럿이며 촬영시간은 40분에서 1시간 정도 분량”이라 설명했다. 제품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 기자에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 손님들은 인터넷에서 모든 제품들을 둘러본 뒤 매장에 와서 자신이 알아 본 물건을 찾고 가격 흥정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상인의 반응은 예민했다. 매장 전경을 촬영하려 하자 “사진은 뭐하러 찍느냐”며 가로 막기도 했다. 그는 “알아보기만 하고 실제로 구매하지 않는 이들도 있어 다양한 제품을 늘어놓고 설명하거나 하지 않는다”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차라리 인터넷에서 알아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점을 찾았다. 제품을 전시하는 유리서랍 안의 제품은 대부분 녹음기들이었으며 몰카는 찾기 힘들었다. 초소형 카메라를 보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상인들 모두가 기자를 한 번 훑어본 뒤 서랍장 안에서 제품을 꺼냈다. 상인들은 예민했다. 제품의 상세한 설명보다 모양과 메모리 용량 정도만 짧게 말했다. 이곳 점포에서도 사진 촬영은 금지했다.
세운상가 건물 뒤편으로 가자 ‘도청·몰카 탐지기’라 쓰인 작은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어느 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한 매장에 들어가 몰카 탐지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상인은 탐지기는 왜 찾느냐며 혹시 기자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내 기자를 옆 매장에 데려가 다른 상인을 소개시켰다. 탐지기를 판매하는 상인은 제품을 보여주기 꺼려하면서 설명만 늘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몰카 탐지기는 몰카가 가진 고유 주파수를 찾아낼 수 있는 제품인데 자신이 판매하는 탐지기는 더 높은 주파수를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몰카 판매자가 제품 직접 만들기도…몰카 관련 성추행 범죄 등 크게 늘어
▲ 용산 전자상가(사진 위)는 몰카 판매를 일부러 숨기지 않았다. 일부 상인은 몰카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며 “몰카 판매가 불법은 아니다”고 안내했다. 한 상인은 자신이 직접 만든 담뱃갑 모형의 몰카(아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용산전자상가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세운상가보다 더 많은 매장에서 몰카 촬영장비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간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물건을 소개하면서 직접 만들었다는 몰카를 보여줬다. 상인은 시중에 판매되는 담뱃갑을 이용해 제품을 손수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다양한 제품들을 보고 싶다면 이 웹사이트를 보라”면서 다양한 몰카 제품들이 판매되는 웹사이트를 보여줬다. 이 제품 판매가 불법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불법은 무슨”이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용산 전자상가 내 또 다른 몰카 판매 상인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 구매 목적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어떤 계약을 할 때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노인들이나 자료를 수집하는 흥신소 직원들이 몰카를 많이 찾는다”면서 “여성의 신체부위를 몰래 찍으려면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많이 찍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몰카 범죄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한 유명 워터파크 샤워장 및 탈의실이 몰래 촬영돼 논란이 있었으며, 지난해 한 대학생이 도서관에서 발가락에 테이프로 붙인 초소형 카메라로 맞은편 여학생의 다리를 촬영하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몰카에 의한 많은 범죄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대해 설명하자 상인은 함구했다.
▲ 자료 : 경찰청 ⓒ스카이데일리
몰카 관련 범죄 발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523건에 달하던 범죄 발생이 지난 2015년 7623건으로 크게 늘었다. 몰카와 관련한 대표적인 범죄는 성추행이다.
특히 지하철 등 공공장소 등에서 불특정다수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도 매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철 경찰대는 지난 3일부터 오는 7월 11일까지 지하철성범죄 100일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현행법상 몰카 범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되고 있다. 몰카를 이용해 촬영 및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후 유포하는 일 뿐만 아니라 촬영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 것이다.
몰카 판매 규제 목소리 커지는 시민들…“범죄 대응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법안”
몰카가 개인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거 수집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규제 없는 무분별한 판매가 몰카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몰카 제품이 점차 다양해지고 첨단화 되면서 판매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 시민단체 등에서는 몰래카메라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몰래카메라가 성범죄에 자주 악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경찰대도 몰카 범죄에 대해 특별단속기간을 두고 범죄 예방에 나섰다. 몰카는 촬영과 사진 유포 모두 범죄에 해당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하철 계단에서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찍는 장면을 찍은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몰카를 판매 허가제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는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에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몰카 판매를 규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법안을 제안하는 ‘국회톡톡’에는 ‘몰카 판매 금지 법안을 제안합니다’는 제목의 법안 제안이 올라와 있다. 이 제안은 소라넷 폐쇄 청원운동을 이끌어 온 ‘디지털성범죄아웃(DSO)’팀이 제안한 것이다.
입법 제안 내용은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 ▲구축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구축 ▲비전문가의 몰카 소지 금지 ▲경찰의 디지털성범죄 인식개선 의무교육 등이 담겨있다. 이 법안 제안에는 지난 23일 기준 약 1만7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법안 제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김영호, 박남춘, 남인순, 권미혁 의원 등 총 5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몰카 판매 금지법’ 제안에 대해 “최근 폭증하는 몰카 범죄, 리벤지 포르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법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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