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흔히들 ‘사랑’이란 단어의 반대말은 무엇이냐 물어보면 처음엔 ‘미움’이라 답한다. 조금 더 생각하는 사람은 ‘무관심’이라고 답하기도 한다. 좋은 대답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잠시 뒤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일단은 사랑의 반대말을 찾아서 얘기를 시작해보자.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낳아서 키우고 싶어 한다. 생식(生殖)이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쓰다 보면 낡아서 고장이 나고 못 쓰게 되듯이 생명을 가진 것들 또한 영원히 삶을 이어갈 순 없다.
이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적당한 때가 되면 자신을 복제한 새로운 생명을 낳아서 이어가려는 노력을 펼치는데 이게 바로 생식본능이다. 영원히 살고자 해도 현실에선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낳고 키워서 이어간다.
그런데 생명을 가진 것들이 새끼를 낳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이 그것이다. 무성생식은 암수 없이 그냥 낳고 키우는 방법이고, 유성생식은 암수가 서로의 짝을 찾아서 각자의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주는 방법이다.
짝이 없이 낳고 키우는 방법이 짝을 지어야 하는 방식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다. 그렇기에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는 이 방식으로 이어가는 것들이 짝짓는 생명체보다 훨씬 많다. 대부분의 미생물과 식물의 일부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고등동물이라 하는 것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짝을 지어서 번식한다. 대부분의 고등동물들은 낳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엔 부모가 돌봐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일정 시점까지는 직접 키우고 돌보기까지 한다.
짝을 지어서 낳은 뒤 키우는 동물이라 할 것 같으면 그건 고등생명체라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동물로서 학자들이 꼽는 것은 포유류, 이른바 젖먹이 동물이니 우리 인간 또한 여기에 속한다.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는 일이 어디 쉬운가. 너무나도 어렵기에 모든 짝짓기 동물들은 현란할 정도의 곡예를 펼친다. 그런 곡예 중에서 가장 고난도의 재주를 부리는 것은 물론 우리 인간이다.
우선 비주얼, 즉 용모가 특히 중요하다. 그 바람에 오늘날 우리 부모들은 딸이라 할 것 같으면 진작부터 여러 가지 손을 본다.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쌍꺼풀 수술이 일반화될 정도다.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손을 댄다. 사내아이일 경우 키가 작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성장판 관리에 열심인 우리 부모들이다.
비주얼은 기본이고 학력과 직장, 수입 등 좋은 짝을 찾기 위해 우리 대한민국은 부모와 그 자녀들이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짝을 찾았다고 치자. 그 다음에는 낳아야 하는데 이 또한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안락한 둥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바람에 결혼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주택 문제가 됐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에는 늦게 결혼하는 바람에 아기가 잘 생기지 않아서 난리다.
그것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낳은 아기를 키워야 하는 것이니 이건 더 문제가 된다. 끊임없이 벌어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할 뿐만 아니라 학교란 곳에 보내야 한다. 고등학교까지는 국가에서 많이 지원한다 해도 대학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스펙도 쌓고 유학까지 보내야 한다.
사회에 나가서 잘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엔 툭 하면 구조조정이고 계약직 비정규직 운운하다 보니 들인 학비에 비해 벌어올 수익이 더 적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부모들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벌어야 한다. 뼈가 빠지고 허리가 휘도록 벌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사실 이건 합리적이지 않다. 애 한 둘 낳은 죄로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언덕길을 끝도 없이 올라가야 하는 형국이니 이게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풍조가 상당하다는 것이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의 젊은이들은 타락한 것이 아니라 영악해진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역시 짝을 짓고 낳고 키우는 것이 잘은 모르겠지만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에 굳이 이유를 찾아보면 그냥 그게 본능이란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진 않아도 본능이니까 그렇게 한다. 과연 그럴까 하는 문제이다.
낳고 키우느라 평생에 걸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도록 하는 저 엄청난 힘의 근거는 무엇일까.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본능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해답은 사랑이다. 우리들에게 짝을 짓도록 하는 힘은 결국 사랑이고, 아기를 낳고 키우는 엄청난 수고를 마다치 않도록 하는 힘도 결국은 사랑인 것이다.
‘사랑’은 우리들이 본능에 충실하도록 만든다. 사랑이 없다면 천하에 영악하기로 으뜸가는 인간이란 생명체들이 그냥 본능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글머리의 질문에 답할 때가 됐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영원히 살 수 없다. 삶의 끝에는 죽음이 있다. 그렇기에 모든 생명체는 자식을 통해 이어가는 것이다. 그 중 짝짓기 생명체는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힘든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사실 그건 죽음을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다.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힘은 사랑이고 애정이다. 여기서 정리해볼 것 같으면 한쪽 끝에는 죽음이 있고 그 반대편 끝에는 사랑이 존재한다. 따라서 사랑의 반대말은 죽음이고, 죽음의 반대말은 사랑이 된다.
모든 사랑은 결국 한 가지다. 아가페적인 사랑이 있고 에로스적인 사랑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굳이 나눈 것에 불과하고 결국은 모두가 다 같은 사랑이다.
그런데 짝을 짓고 자식을 낳고 키우게 하는 힘이 곧 사랑인데 암수 혹은 남녀의 사랑에는 많은 말썽이 생긴다. 남녀 간의 사랑을 볼 것 같으면 그다지 영속적이지 않다.
최근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녀 사이의 사랑은 불과 몇 년에 그친다고 한다. 불편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른바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왜 그럴까. 암수를 떠나 생명체의 전략이란 생각이 든다. 수컷은 여기저기 씨를 많이 뿌려야 하는 사명이 있는 것이고 암컷은 낳고 키우는 일이 장기에 걸친 일임을 알고 있기에 수컷 배우자의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밥벌이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 동물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물가의 물총새는 수컷이 암컷에게 물고기를 선물해서 마음을 사서 부부가 되면 물가 벼랑에 집을 짓는다. 새끼에게 물고기를 먹여서 키우는데 특히 수컷은 하루에 50마리의 작은 물고기를 사냥해서 먹여야 하는 탓에 쉴 틈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짝을 지을 필요가 없는 미생물은 사랑도 하지 않지만 사실 죽음 역시 의식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냥 생명을 복제해서 옮겨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짝을 짓는 생명들은 죽어야 하고 그 죽음을 의식한다. 이에 죽음을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 사랑이란 것을 하고 그를 통해 새끼를 낳고 키우고 하는 과정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예전에 ‘죽도록 사랑해’라는 드라마 제목이 있었다. 사랑만 이룰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말이다. 사랑을 위해 내 목숨과 생명을 내어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죽음과 사랑을 맞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걸 보면 사랑과 죽음은 그 무게 혹은 에너지가 같다는 것을 알 게 된다. 다만 사랑이 플러스(+)의 무게를 가진다면 죽음은 마이너스(-)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랑과 죽음을 합치면 그건 무게가 제로(0)가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사랑 더하기 죽음은 영(0)인 것이다.
그러니 그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을 충분히 한 자는 죽음이 무섭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죽음이 무섭지 않으려면 또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후회가 없으려 한다면 충분히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http://www.hohodang.com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