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먼 나라와 친(親)하고 가까운 나라를 쳐서 점차로 영토를 넓힌다는 의미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범저(范雎)가 진왕(秦王)에게 진언한 외교 정책의 골격이다. 진(秦)나라가 이를 통해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뤘다는 것이 세간에 익히 알려져 있다. 단지 외교뿐 만이 아니고 인간의 일상에서도 처세술의 방편으로 곧잘 회자된다.
21세기 중국 리더십의 대외 정책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는 외교 노선의 근간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주변국들을 정리해서 자기의 손아귀에 넣고 있어야 먼 나라와의 친교도 가능하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현실적으로 놓고 보면 이는 단지 중국만의 전략이 아니다. 다른 강대국들도 유사한 방법들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자기가 속한 대륙에서 강자가 되고 대표성을 확보해야만 다른 대륙의 강자들과 교분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지 않으면 늘 주변부에서 맴돌 수밖에 없으며,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결코 오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강대국들이 이러한 노선을 견지해 오고 있다는 것이 다양하게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경우 아시아에서 절대강자가 되지 못하면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세계 질서를 논할 수 없다는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다.
남사군도에 인공섬에다 군사기지를 만들고 있는 이유도 중국이 지역 패권자의 위치를 확실히 굳히겠다는 포석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유럽을 연결하는 신(新) 실크로드로 진행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중국의 야심이라고 보면 크게 틀림이 없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에 보복성 조치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대동소이한 전형적인 중국식 외교 방식이다. 미·중 정상회담 종료 이후 미국과 교묘한 물타기를 하면서 한국과 북한을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 하에 묶어두려는 계산법으로 읽혀지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사드 보복이 거론되기를 바랐지만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들의 큰 이해관계에서 보면 이는 하찮은 이슈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의 트럼프 정권도 중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일본, 독일 등 먼 이웃과는 친분을 중시하면서 유지해 나가지만 턱 밑에 있는 멕시코는 계속 손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이 미국에 큰 보따리를 안겨주었지만 멕시코로서는 미국에 딱히 줄 수 있는 보따리가 없는 것도 고민이다. 물론 보따리를 갖다 준다고 해도 문제가 다 풀리는 것이 아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국에 대해서는 강대국들이 잡음이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
그렇게 본다면 멕시코로서도 보따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터이기도 하다. 러시아, 일본, 독일 등 또 다른 지역 강자들의 경우도 나름대로 거의 이와 흡사한 전략을 구사한다.
땅덩어리가 크거나 패권을 넘보는 국가들의 경우 늘 주변국들과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때로는 이들로부터 엄청난 원성을 사기도 한다.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과 제국주의는 인류에게 쓰라린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고스란히 남겨주고 있기도 하다.
주변국들의 거부 반응을 파고드는 틈새 전략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강대국의 이러한 관행과 패습은 자급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무늬와 색깔, 포장만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만의 이해가 일치하면 주변국 혹은 약소국들의 입장이나 배려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강대국과 대부분의 주변국들은 과거나 현재에도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미주 대륙에 가보면 중미 혹은 남미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불신감이 의외로 팽배하다. 지금은 바뀌고 있지만 중남미 국가들에게 좌파 포퓰리즘이 만연했던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다.
유럽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독일에 대한 이웃 국가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다.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된 동서 유럽의 경제적 통합이 정치·사회·외교적 통합으로까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끊임없는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로존이나 경제 통합의 열매가 회원국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고 독일에게로만 집중되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이 많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러시아의 경우도 어느 편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1991년까지 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독립 국가들) 내에서의 맹주 역할도 갈수록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판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기 이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한때 동(東)아시아를 ‘엔(円)블럭’ 경제권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구상이 급물살을 탄 적도 있었다.
근자에는 일본의 힘이 빠지고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화경제권’이라는 말이 더 많이 역내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도 이미 이 경제권에 편입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특히 중국 돈(차이나머니: China Money)의 위력과 동남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의 지원을 배경으로 상당한 수준으로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 일본과 함께 중국의 물밑 패권 경쟁이 동아시아 역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편으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지위가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이 지역 국가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동아시아 역내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내면을 보면 그리 심상치가 않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화교들의 경제 지배력에 대한 원주민들의 불만이 만만치가 않다. 화교를 내세워 시장에 속속 침투하고 있는 중국 자본 혹은 상품에 대한 각국 정부의 시선도 그리 곱지는 않다.
우선 당장 돈이 필요하고, 인프라 개발이 시급해 이를 수용하고 있으나 언제든지 갈등 요소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처음과 끝이 다른 강대국의 이해타산을 이미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항상 경계를 하고 있기도 하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강대국들의 천편일률적인 전략이 중국의 고전에서 적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항상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면 지금 보여지는 그들의 위상과 영향력이 사상누각으로 반전돼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가 강대국은 아니지만 운명적으로 그들과의 이해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보다 주변국들의 이들에 대한 거부 반응을 우리의 반사이익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