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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현 차장(산업부)
지난달 8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 24일까지 168만9079명의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들였다. 비교적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작품이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扮)가 산낙지를 먹는 장면과 유사한 클로즈업 씬과 봉준호 감독의 ‘괴물’,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에서 본듯한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맞다. 오마주다.
오마주란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 영화의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찬욱 감독이 최민식에게 이 장면을 위해서라도 ‘콩: 스컬아일랜드’를 꼭 보게하겠다고 말했다”며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재현격인 오마주. 사실 일상에서도 오마주의 활용 범위는 폭넓다. 매년 정조대왕의 능 행차를 재현하는 경기도 수원에서의 행사나 이와 유사한 행사들 역시 오마주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마주가 모든 상황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만약 누군가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일본강점기 당시 제국주의 군대 행진을 재현한다면 과연 어떠한 반응이 나오겠는가. 오마주의 허용범위는 상식에 기반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진 않지만 그 시대가 요구하는 상식이 허용 기준인 셈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지난 1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웃찾사-레전드매치’에 피부를 검게 칠한 채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를 펼친 한 개그우먼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는 모습 그대로 인종차별이다. 일부 동료 개그맨들은 과거 이봉원이 분해 인기를 끌었던 ‘씨커먼스’의 오마주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적어도 오늘날 상식선에서 허용되지 않는 범위의 연기였다.
서구에서는 양쪽 눈을 찢는 표정을 연출하며 동양인들을 비하한다. 이를 본 한국인들은 분개한다. 우리를 보는 차별적인 시선과 비하적인 몸짓에 우리는 반발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상식이다. 마찬가지다. 과거 인기를 끌었을 당시에는 흑인 분장이 거리낌 없이 행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논란이 된 프로그램 제작진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퍼포먼스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개그우먼의 코멘트는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는다. 어쩌면 억울할 수 있다. 흔히 사용됐던 개그소재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언어의 역사성’이란 말이 있다. 언어의 특성 중 하나다. 의미는 간단하다. 우리가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말도 변하는데 하물며 인식은 변하지 않겠는가.
변하는 세상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과거의 기준으로 오늘날을 바라본다는 것. 소위 ‘꼰대’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핵심 갈등 중 하나인 세대 간의 갈등도 변하는 세상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사회의 젊은 층이 ‘오마주’하고 싶은 이는 그 시대의 훌륭한 어른이 아니라 오늘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당시의 젊은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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