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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2000만표가 걸려있는 수도권은 매 선거 때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세대와 출신 지역에 따라 보수·진보의 편차가 크면서도 부동층이 가장 많아 여론 동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대선을 앞두고 2000만표가 걸려있는 수도권 민심이 안갯속으로 숨어들었다.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은 매 선거때마다 민심을 예측할 수 없는 최대 격전지로 뽑히는 곳이다. 세대와 출신 지역에 따라 보수·진보의 편차가 크면서도 부동층이 가장 많아 여론 동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을 주춤하게 만들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최근 열린 3차 TV 토론 이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가 소속된 바른정당 의원들이 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유 후보와 함께 안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합쳐 ‘3자 단일화’를 촉구하면서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 수원, 인천 등의 유권자들에게 누굴 뽑을지 질문했을 때 그들의 대답을 하나로 모을 순 없었다. 그러나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다른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정권교체 열망 확실한 20·30대…정책·공약·토론에 관심 많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가에서 만난 20대 청년들에게 지지하는 후보, 선호하는 후보,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물었을 때 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달랐다.
지지하는 후보는 주로 양강인 문재인·안철수 후보, 선호하는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하고 주요 정당 후보가 모두 한 번씩은 언급됐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전날 TV 토론의 영향 때문인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조차도 문 후보를 언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인터넷과 친숙한 세대인 만큼 정책과 공약을 많이 찾아보고 후보자들이 출연하는 TV 토론을 많이 챙겨보는 경향을 보였다. 지지후보가 출신 지역에 따라 나뉘는 경향은 중장년층에 비해 적었다.
전남 광주가 고향인 김세환(19·남) 씨는 “토론을 보기 전에는 문-안의 차이를 몰랐으나 안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 중에는 ‘적폐세력’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 선호하는 후보를 묻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라고 답했다. 그는 “젊은 층이 지지하는 보수 후보라는 점과 유 후보가 주장했던 ‘중부담 중복지’ 기조에 동의하기 때문”이라며 “토론을 보면 가장 정책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수도권의 20·30대들은 대체적으로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었다. 지지하는 후보는 주로 양강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언급됐으며 지지후보 출신 지역에 따라 나뉘는 경향이 중장년층에 비해 적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진성(25·남·가명) 씨는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문 후보한테 투표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며 “주변에서 생각보다 안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많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충북 청주시가 고향이라고 밝힌 이규식(21·남) 씨가 지지하는 후보는 심 후보다. 이 씨는 그 이유로 ‘핵발전소 폐지 공약’을 들었다.
그는 “사실 우리들도 몇 년 뒤엔 다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사회생활을 하게 되지 않냐”며 “정권은 5년 하면 그만이지만 그 영향은 10~20년 간다. 다른 후보들은 비정규직·학자금 대출 등에 대해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심 후보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준석(19·남) 씨는 “14살 때부터 안철수 후보를 좋아했다. 사실 유승민 후보도 마음에 갔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선에 있었던 경험으로 국정운영을 잘 할 것 같은 안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김 씨는 “안 후보가 마음에 들었던 점은 북한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등의 안보 문제”라며 “다만 옆에 햇볕정책이 진행됐던 시절에 업무 최일선에 있던 박지원 의원이 있어 다소 불안하긴 하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올라와 10년째 서울에서 거주하는 이대형(29·남·가명) 씨는 “홍 후보에게 ‘성범죄 방조자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심상정 후보의 태도가 속 시원했다”며 “완주 의지를 보여줘 진보 정당이 집권을 못해도 유의미한 득표를 얻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투표는 문 후보한테 할 것 같다”고 밝혀 지지 후보와 선호 후보가 다름을 드러냈다.
중장년층 “문재인으로 정권교체” vs “그래도 안철수가 대안”
청년층의 민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중장년층 민심은 오리무중이었다. 20·30대에 비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바로 답하지 않는 부동층이 많았으며 이들 세대에서는 문 후보 지지와 안 후보 지지가 비등했다.
노년층은 안 후보와 홍 후보로 나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대선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홍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봉천동에 거주하는 김주석(54·남·가명) 씨는 “문 후보는 안보관이나 대북관이 명확하지 않아 나도 싫고 나이 든 사람들이 싫어한다”며 “주변에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안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보수 후보가 안 될 바에는 가능성이 높은 안 후보를 지지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사실 냉정하게 말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보수정당이 집권하는 건 어렵게 됐다고 본다”며 “홍 후보도, 유 후보도 힘들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 수도권의 중장년층 및 노년층은 젊은 세대에 비해 문 후보의 지지도가 낮았다. 특히 문 후보의 대북 정책·안보관 등을 문제 삼아 안 후보나 홍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대선 유세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장지원(45·여·가명) 씨도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장 씨에게 이유를 묻자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 중 옆에 인재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라며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자꾸 강조하는 안 후보의 발언이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서울 대학동에 거주하는 최영자(69·여) 씨는 처음 지지후보를 물었을 때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화를 이어가자 “사실은 홍 후보를 지지한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씨는 “지금 한반도가 위기인 상황에서 문 후보와 같이 국가관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집권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 후보는 옆에 DJ와 가까웠던 박지원 의원이 있고 대북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인천에 살고 있는 직장인 민여진(45·여) 씨는 “처음엔 정권교체를 위한 마음에 문 후보를 지지했으나 최근 토론회나 행사에서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못한 모습에 불안함을 느꼈다”며 “안 후보를 뽑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홍 후보를 지지한다는 장민철(63·남·가명) 씨는 ‘돼지흥분제 논란’에 대해 “그거 철없던 대학생 시절에 있었던 일이고 심지어 본인이 직접 한 것도 아닌데 물고 늘어지는 게 보기 싫더라”며 “유 후보나 안 후보가 토론회에서 사퇴하라고 대놓고 말하고, 얼굴도 안 쳐다보는 걸 보니 코미디 같고 속 좁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홍 후보의 지지자인 오관석(65·남·가명) 씨는 “나는 처음엔 홍 후보가 당선이 안 될 거라고 여겨서 안 후보에게 투표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저번 일요일(23일) TV 토론을 보니 안 후보의 토론 태도가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투표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아무리 억울하고 싫은 사람이 있어도 그렇지,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나와서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라고 말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안 후보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그런 의미로 홍 후보가 그나마 외교 무대에서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23일 TV 토론 이후 10%p가량 하락한 26.4%를 얻어 40.4%를 얻은 문 후보와 14.0%p 차이가 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10.8%를 얻었다.
이에 대해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 후보에게 갔던 중도·보수 유권자 일부가 TV 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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