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호화로운 대기업 회장들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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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호화로운 대기업 회장들 묘지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정성문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4-26 15:08:05

▲ 정성문 팀장(부동산부)

지난주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재벌가 창업주들이 묻혀 있는 묘지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1938년 ‘삼성상회’라는 조그마한 가게로 시작해 삼성그룹을 일궈낸 이병철 창업주 묘지는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안에 있다. 우리나라 1등 기업답게 이 창업주 묘지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다. 또 CCTV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 창업주의 묘지 면적은 4886㎡(약 1478평)다.

삼성그룹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일대에 고이 잠들어 있다. 정 창업주의 묘지는 입구부터 문이 잠겨 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항상 통제된다. 정 창업주의 묘지 일대 토지 면적은 9917㎡(약 2999평)에 달한다.

국내 재벌기업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그룹 박두병 창업주의 경우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일대에 묻혀 있다. 앞서 밝힌 다른 창업주와 마찬가지로 박 창업주 선영 일대 역시 펜스로 둘러쳐져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박 창업주 선영 일대 토지면적은 1만2694㎡(약 3839평)다.

트럭 한 대로 출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물류기업으로 성장한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일대에 묘지가 조성돼 있다. 다른 창업주와 달리 조 창업주는 나지막한 산에 묻혀 있다. 조 창업주 묘지 토지면적은 1888㎡(약 571평)다.

이외에도 구인회 LG그룹 회장(부산광역시 동래구), 박인천 금호그룹 회장(광주광역시 북구), 김종희 한화그룹 회장(충남 공주시), 이재준 대림그룹 회장(경기 화성시) 등 전국 곳곳에 재벌가 선영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선영 대부분의 공통점은 적게는 수백 평 많게는 수천 평에 이르는 거대한 땅을 묘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는 왕의 무덤과 비교될 만큼 호화롭게 조성된 곳도 있다.

개인의 무덤을 조성하는 데 크기와 호화로운 게 무엇이 문제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지로 구성돼있으며, 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극히 드물다.

이용할 수 있는 토지의 양이 극히 적기 때문에 1990년대 말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화장 문화를 권장하기도 했다. 화장 문화의 빠른 확산을 위해 정부는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가 정책인 화장 문화에 현재까지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 납골당, 납골묘, 수목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상의 유골과 부모의 시신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돈과 권력, 명예를 가진 집단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달리 매장문화를 선호하고 있다.

매장문화는 국토 잠식과 자연훼손이라는 2가지 절대 풀지 못할 숙제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대형 호화 묘지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형 호화 묘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성문 mooni@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