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에 짓밟힌 ‘내 집 마련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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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보연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4-28 00:33:03

▲ 하보연 기자(금융부)

‘안전불감증’. 안전한 상황이 아닌데도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안전 수칙 등 안전에 대한 기본 상식에 무지한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안전불감증이라고 생각될 만한 사건·사고가 수도 없이 많이 발생했다. 지난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붕괴사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등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문제는 3년 전 침몰한 ‘세월호’ 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지난 2015년 정부는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뜨는 신문·방송 등의 뉴스 소식을 보면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문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 기자는 용인시 수지구 내에 신축되고 있는 테라스하우스 ‘성복아이비힐’과 ‘광교산한양수자인킨더포크’에 다녀왔다. 두 곳은 각각 올해 3월과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곳이었다. 입주예정자들은 저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들 모두 사전점검 당시 발견된 ‘부실 공사’ 정황으로 인해 입주예정일이 잠정 미뤄진 상태다. 시공사 측에서 새로운 입주예정일을 제안했지만, 상당수 입주예정자들은 “기한 내에 안전한 입주가 가능할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아파트에서 발생한 부실공사 정황이 모두 ‘안전’과 직결된 탓이다. 공통적으로 세대 내·외 누수가 심각한 데다 전깃줄까지 노출돼 있어 화재 및 감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해달라”며 시정 사항을 요구했지만, 시행사와 시공사 측은 “입주예정일 전에 하자 부분이 발견된 것이 오히려 잘된 것 아니냐”는 다소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이쯤에서 ‘안전(安全)’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편안할 안(安)과 온전할 전(全)이 합쳐져 ‘편안하고 온전하다(安全)’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안전이다.

또한 안전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다. 결국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 없이 편안하고 온전하게 지내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하지만 부실공사가 즐비한 아파트에서 안전함을 누리며 산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입주예정자들이 꼬집는 부분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편안하게 지내야 할 내 집에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까, 전전긍긍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하소연이 입주예정자들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누가봐도 안전한 상황이 아님에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안전불감증’이 퇴치되지 않는다면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불안에 떨며 살 수 밖에 없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도 손실을 끼칠 수 있는만큼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에 대해 다시 한 번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한 회사의 부주의한 안전물감증이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리는 무수히 목격해 왔다.

“그 정도 문제는 괜찮다”는 식의 태도 대신 과연 염려 없이, 편안하고 온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인지 점검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안전에 대한 정확한 ‘인지(認知)’가 안전(安全)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하보연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