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닥친 대선…프레임 전쟁과 정치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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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

부유하는 중도층과 양극화되는 정치지형을 이해하는 법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5-06 17:03:51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대선이 막바지로 가며 열기를 올리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기존 대선들과 달리 표가 여러 후보에게 분산되고 있다. 1위 후보를 제외하고는 마치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한다. 둘째, TV토론회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 뜨겁고 토론회를 거듭할수록 지지율이 오르는 후보와 지지율이 급락하는 후보로 양분화 된다는 점이다.

TV토론회는 후보들을 대중 앞에 세우는 거대한 정치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정치적 퍼포먼스에도 전략이 있고 그 전략은 후보마다 판이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프레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유권자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할 것인가가 TV토론회 전략이 된다. 최근의 사드 배치 논쟁, ‘중부담·중복지’ 등 복지 재원 논쟁 등이 이러한 주요 프레임 이슈가 됐다.

중도란 없다

정치적 프레임 대결의 핵심 중 하나는 ‘중도층’이라는 막연하고 순수한 중간층 유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가설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에게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대중들은 자기만의 주요 입장을 갖는다. 중도층을 마치 ‘입장이 없는’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는 것이다. 다만, 각 이슈별로 입장들이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교차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예컨대, 이럴 수 있다. 첫째, 경제적으로는 ‘증세’에 기반 한 복지를 지지하지만 안보에서는 기존 보수층의 입장을 선호하는 입장. 둘째, 경제적으로는 경제와 안보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소수자 인권 등에서는 단호하게 진보나 보수적 입장 한 쪽만을 택하는 입장. 셋째, 경제는 보수적이지만 안보는 대화와 타협 중심의 진보적 의제를 수용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입장들은 현재의 한국 정치지형에서 입지가 매우 모호하다.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안보에서는 진보적인 이들의 입장은 기존의 보수․진보 프레임으로 묶기에 어려움이 있다.

여론조사는 지지후보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러 정치적 입장이 모호하게 교차되는 이러한 투표층은 대체로 부동층 혹은 중도층으로 파악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정치적 선택이 애매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중도층을 향한 정치적 구애의 전략들이 실패한 많은 역사가 있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의 복지 논쟁은 진보진영의 ‘우클릭’과 함께 보수진영의 정책적 ‘좌클릭’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좌우 클릭들이 지지층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존 지지층을 떠나보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문제는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정책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선명한 프레임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후반기의 좌우 지지층의 이동

이번 대선 국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TV토론회를 진행하고 여러 네거티브 공방이 진행되면서 지지율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기본적으로 제3지대를 주장하며 여러 정치색들을 중도층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하고자 했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급락이 눈에 띤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급락의 반대편에서 지지율 급상승을 일으킨 것은 각각 좌와 우의 이념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후보들이었다. 프레임 대결은 상대 후보의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여러 정치 색깔들이 모호하게 결합된 안철수는 그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TV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제기된 주요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사드 배치에 대해 왜 자꾸 말을 바꾸나 ▲대북 햇볕 정책을 아직도 계승하나 ▲경제 정책에서 사장님 마인드만 있고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다 ▲안철수의 상왕이 박지원인가 등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호남 지지층으로부터 안철수의 지지율 이탈을 불러오는 전략적 질문들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과 햇볕 정책은 그 이미지에서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박지원에 대한 언급은 안철수 지지층에서 보수층을 빼내오기 위한 홍준표의 전략적 질문이고, ‘사장님 마인드’를 언급한 세 번째 질문은 역으로 중도·진보층을 이탈시키고 ‘4차 산업혁명’을 ‘노동’의 프레임으로 다시 접근하고자 하는 심상정의 전략이었다.

선거 후반으로 오면서 여러 지지층들이 자기만의 방향을 찾아 떠나는 형상이다. 모호한 중도 프레임보다는 노동 이슈와 안보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운 심상정과 홍준표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아마도 ‘중도란 없다’는 레이코프의 가설이 적절함을 방증하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고태경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