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회계법인 제재, 조사·감리 역할 ‘부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경제사건

안진·삼빛 감사업무제한 조치…기업 분식회계 방치 심각

이상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12 17:21:26

▲ 금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회계법인이 부실 감사를 벌인 사실이 잇따라 발각돼 감독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기업 감시 역할이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1일 제9차 회의에서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한 삼빛회계법인에 대해 3년간 19개사에 대한 회사 감사업무제한, 시정요구 등의 제재를 내렸다.

삼빛이 5000만원 상당 손해배상공동기금 기본적립금과 900만원 상당 연간적립금을 미적립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지난달 금융위는 딜로이트안진이 1년 동안 상장사와 증선위의 감사인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 신규 계약 업무를 맡지 못하게 했다.

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같은 날 증선위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공시한 STX건설에 대해 오는 2019년 말까지 지정감사, 내년 3월 10일까지 10개월간 증권발행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공사현장의 사업수지 분석자료를 임의 조정해 거짓 수치를 적었다가 적발됐다.

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주권상장법인,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신규감사업무를 맡을 수 없게 됐다.

지난 1일 열린 관련 재판에서 검찰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게 징역 3년∼5년을 구형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회계사의 윤리성과 전문성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국의 중징계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배후에는 감사 업무 특유의 관행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감사 대상 기업이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을 선택하는 ‘자유수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회계업계 경쟁을 유도해 감사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였지만 기업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고르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대부분은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회계법인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유선임제를 택하고 있다. 이는 감사위원회가 독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회계사 회원은 2만여명에 달하고 상장법인은 2천여개에 달한다. 또한 모든 회사는 법적으로 자산규모 120억원 이상이면 의무감사를 받게 돼있다. 하지만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자기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적정하다는 판단을 받으려면 감사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며 “피감기관이 여러 가지로 꼼꼼하게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회계사들이 자료협조도 잘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가끔 안진 건과 같은 회계법인 부실 사태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sewoe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