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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한국호(號)’가 최근 10여년 간 계속 표류하고 있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가능하다. 우리 경제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좀처럼 성장 동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 채 진입하기도 전에 경제가 빠르게 늙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목표가 뚜렷했고, ‘하면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경제적 성취도가 컸다.
소위 말하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경쟁에서 경쟁국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성취도가 높았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을 비롯해 중국 이후의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는 후발 국가들이 벌떼같이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2등 혹은 모방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만들어져야만 돌파구가 생겨날 것이라는 데에는 대다수가 공감한다.
경제 성장의 3대 요소라고 하면 물적 자본, 인적 자본 그리고 사회적 자본이다. 우리 경제가 한창 잘 나갈 때에는 이 3개의 자본이 효율적으로 결합돼 남보다 나은 결과물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사회적 자본이 점점 더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된 나라일수록 국민 간의 신뢰가 높고 이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잘 구축돼 있어 거래비용이 적고 효율성은 높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축적된 물적 혹은 인적 자본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자본이 재결집 되지 않는다면 결코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다. N포세대 등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에다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회복시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하고 주저하거나 미룬다면 국가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냉엄한 글로벌 경쟁에서의 패퇴하기란 시간문제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주는 관계의 규범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개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자본이 다시 축적되려면 우선 국가의 리더십이 제대로 회복이 돼야 하고, 사회 지도층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선행돼야 한다.
윗선이 낮아지거나 맑아지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국가의 비전이 만들어져야 한다. 황당하거나 비현실적이지 않고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비전이 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그런 것이 돼야 한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개인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포용하면서 끌고 가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악재도 있지만 호재도 많으며, 우리 하기 나름이다
현실적으로 어떤 대안을 만들어갈 것인가. 명실상부한 일류 선진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 혹은 중장기 전략과 로드맵을 구성하여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밖으로 나가는 경제가 아닌 안으로 들어오는 경제가 꽃 필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틀을 갖추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도 형식적인 시늉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결국 기업이 해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웃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기업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나야 하고, 그들이 보따리를 싸서 해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도록 고민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자기주장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반대편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어야 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책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걸림돌이 아닌 조력자가 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경제가 회복 기조를 타고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젖줄이라는 점에서 청신호가 켜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오랜 글로벌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Post) 차이나 등 세계 경제를 긍정적인 모드로 견인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들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동남아와 인도 등 중국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되려는 국가들의 활력이 넘쳐난다.
대부분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이다. 6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도 이러한 흐름을 잘 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악재도 늘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 FTA 재협상,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핵 위협 증가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협상 여하에 따라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호재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 호재는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악재는 빠른 시간 내에 걷어내는 리더십과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신생 정부의 참모, 캐비닛 인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면면을 보면 개혁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질까 우려된다. 특히 경제 관련 인사는 가급적 실무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대거 등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폴리페서나 정치인들이 전면에 포진될 경우 자칫 경제 회복의 흐름을 놓치거나 글로벌 트렌드에 역주행하는 악수를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이고, 분위기를 타야 한다는 점에서 개혁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를 대폭 개혁하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 최소한 발목에 족쇄를 채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경제 회복에는 좌우가 없고, 보수와 진보의 논리도 필요하지 않다. 풀어야 숙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그래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국익이 우선이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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