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디지털 플랫폼 시대…노동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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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마틴 포드의 <로봇의 부상>

학습하는 인공지능 허물리는 노동의 경계…길잃은 노동, 어디로 가는가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5-27 13:17:17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지난 대선에서 대선 후보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대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1차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었고, 2차 대량생산 체제에 기반한 20세기 초 포드주의 혁명이었다. 3차는 잘 알려졌다시피,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한 디지털 혁명인데, 그렇다면 4차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수없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해 노동의 사회적 네트워킹을 바꾸고, 산업과 산업 간 경계를 근본에서 재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이 <로봇의 부상>이지만, 이런 점에서 로봇의 의미는 좀 더 포괄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지능이 인간의 기계적 발명품 속에서 자체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신경망을 기계적으로 모방하고자 했다. 뇌가 사물에 반응하는 디테일한 방식들을 연구하며, 기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조정하는 수많은 시도들이 나타났다.

예컨대, 바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세돌을 키운 건 스승의 가르침이었다. 바둑은 어떤 원리로 둬야 하는지, 바둑의 전략 중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이세돌은 충분히 배운 후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간 지능의 기본적인 출발은 원리에 대한 학습이고, 그 학습 이후 인간은 직관에 기반해 다양한 추론을 전개해 나간다. 이세돌은 바둑의 원리를 학습하고 실전에서 상대의 수를 읽으며 진행될 흐름들을 직관적으로 예측해 갔다. 반면, 알파고가 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은 스승의 가르침이 아니라 기존 프로바둑 기사들의 16만 대국이었다.

이른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고 불리는 것이 인공지능 실험의 거대한 변혁을 가져왔다. 16만개의 대국을 두고 알파고는 비교, 분류 등의 과정을 반복하며 심화학습을 해간다. 하나의 대국이 완성되기 위해 어떠한 확률적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무한한 경우의 수를 통해 반복 학습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사고가 인간의 사고를 앞섰다는 점이다. 새 시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흉내내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인공지능적 사고의 패러다임을 따라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노동은

이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사고의 변화는 노동의 변화를 수반했고, 문제는 그 변화가 인간의 노동환경을 그 근본에서부터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 기업 아마존에는 이미 물류 창고의 거대한 인력 감축이 진향됐다. 로봇이 물류를 나르고 사물인터넷이 전체 물류시스템들을 연결해 마치 인간이 지휘하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아마존이 기업에서 노동력을 배제하는 패턴으로 나아갔다면, 우버 택시는 ‘노동’의 경계를 허물며 고용 형태의 현대적 원리들을 붕괴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버 택시는 현직 택시기사가 아닌 일반인들까지 임시 택시기사로 호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카카오 택시처럼 소비자는 아무곳에서나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데, 문제는 기사자격이 없는 일반인들이 일종의 ‘호출형 노동’의 형태로 순간 택시기사의 역할을 대리한다는 점이다.

근로계약이 없는 노동이 진행되면서 나타날 몇 가지의 변화가 있다. 하나는 모든 이들의 프리랜서화다. 근로계약서의 개념이 사라지고, 상시업무라는 관념 역시 무너진다. 나는 지금 노트북에 글을 쓰고 있지만, 어느 순간 우버 앱의 호출에 응해 택시기사로 변신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의 개념, 실업급여, 산업재해의 개념 등이 일시에 무너진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기존 택시업체나 택시기사들과의 이해충돌의 문제도 불거졌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가 이슈로 타오르고 있다. 우버는 최근 자율주행차 도입을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이미 구글의 자율주행차 시장 개척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들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 상황이기도 하다.

우버, 구글 등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 산업 체계를 본인들의 거대 플랫폼 하에 병합하는 새로운 자본 모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기존 노동의 개념이 혼란에 빠지면서 노동의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위한 새로운 요구가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본소득의 도입 등을 새로운 시대 과제로 제안한다. 물론 기본소득에도 여러 디테일한 갈래가 있기에 다양한 방향을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우리가 알던 과거의 그 노동에 많은 변화가 도사리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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