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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국민들의 호의적인 시선과 평판을 듣고 있다.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이 70~80%를 넘나든다. 대통령 득표율의 두배에 달하는 호감도가 이례적이다. 선거 후 국론분열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됐지만 오히려 국민통합이 이뤄지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출발이 매우 좋다.
국민들의 기대감은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이는 파격행보와 탈 권위에 있다. 국민에 다가가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행보는 예전에 보기 힘든 대통령상이다. 국민들에게 상당한 친근감을 준다. 영부인의 소탈한 행동도 국민들 사이사이를 지향한다. 청와대 회의도 일방주의나 하달식이 아닌 일반 기업의 회의장 같은 토론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좌클릭 일변도의 행보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된 것도 문재인 정부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 중에서도 주변 강대국들과의 발 빠른 외교행보가 보수의 근심을 일단 덜었다. 국가의 정책기조를 기둥째 빼서 흔들 것이라는 보수들의 우려가 수면 밑으로 점차 내려가면서 오히려 기대감으로 반전 분위기를 보이고 있기까지 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시하는 입장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빠르게 강경기조 입장을 내놓은 것 또한 이른바 ‘반문’을 외쳤던 보수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을 향한 수평적 정책기조와 그에 화답하는 국민적 기대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영욕을 보면 정권 초기 출발이 산뜻했지만 퇴임에 임박해 그 기대감이 물거품이 되며 실망감으로 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5년의 임기동안 대한민국의 국운을 피우도록 하려면 소위 ‘국민적 기대감’의 실체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기대감은 사실 수시로 변한다. 특히 기대감이 크면 그만큼 돌아서는 속도가 빠르다. 국민여론은 이처럼 일견 단순하고 변화무쌍하다. 이른바 민심은 단 꿀이 없으면 일단 대통령부터 삿대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의 이런 민심이 우매해 보이지만 숱한 역사의 전례를 보면 고도의 정치역학이 녹아든 천심이란 것을 곱씹어 봐야 한다. 이런 천심을 보는 것이 단 한사람만이라도 퇴임 후 국민적 존경을 받는 성공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만들어질 환경이다.
우리 국민들의 천심은 어떤가를 보자. 우리 국민들은 국호 ‘대한민국’을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운 용어로 많이 붙여 부른다. 각종 신 개발품이나 다양한 특산품 등에는 특히 대한민국이란 말을 유독 많이 붙인다. 우리나라 최고 또는 일반적인 자부심이나 책임감의 뜻으로 국호를 생활용어로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은 그만큼 대한민국이란 애국주의에 강한 측면을 보인다. 권력기관인 입법·사법·행정부에서도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한민국 판사·검사, 대한민국 공무원 등으로 곧잘 부른다.
국호가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을 지칭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민심 전반이 국가를 생각하는 책임의식이 강한 기조를 반영한다. 이런 돕고 돕는 천심(상호부조)을 역대 대부분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위한 토양으로 삼다가 부메랑을 받았거나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의 민심이 유달리 ‘민의’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면 그것이 진정 민주주의라고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그리고 국민이 스스로 주인이라는 공화제 시스템이 온 국민의 가슴가슴에 들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한민국이란 국호에 국민주권주의의 상징인 ‘민국’이란 용어가 스며들어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국민국가의 주인이 바로 ‘대한 사람’임을 우리는 늘 생활에서 애용하고 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큰 대(大)를 국호의 앞머리에 붙여 스스로 큰 사람, 큰 국가, 큰 민주주주를 지향한다. 과거 대영제국도, 대일본제국도 사라졌지만 대한제국의 흔들렸던 영혼은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따라서 훌륭한 대통령의 조건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 민심이 서려 있고 그것이 천심임을 읽는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청와대에 입성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한 대통령의 방점은 정확히 5년 후 퇴임할 때에 두어져야 한다.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5년의 기간 동안 국운상승의 기조를 높여 가려면 새판짜기를 최소 5년의 설계로 잡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어 이후 대통령들이 이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10년, 20년 후까지도 보는 새판짜기가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영예로운 퇴진과 함께 국민적 존경을 받는 대통령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그 밑그림의 방점은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일을 하는 인사들의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진정성은 대한민국 국호가 생활이 된 국민적 민심을 천심으로 읽는 일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 권력 적폐의 기조였던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절대 하지 않는 것이 권력 지근거리 인사들의 해야 할 진정성의 시작이다. 시쳇말로 호랑이 등에 타 권력을 휘두르는 인사들이 우리 대통령제에서 늘 만연해 왔다. 결국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는 순간 함께 그들도 비운의 인물이 됐다. 국민들은 결국 호가호위 인사들이 탄 호랑이가 죽기를 바랐고, 죽으면 호랑이 가죽을 벗겨 왔다. 그만큼 퇴임 후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은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보에 전적으로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인선 내용을 보면 일단 관심을 끈다. 적폐청산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인물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과거의 잘잘못을 엄정히 가리는 것은 중요하고 그것이 미래의 행보와 운명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적폐청산을 맡을 인물들의 면면은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으로 강력히 무장해야 한다. 호가호위는 이를 방해하고 비극적 결말을 맺게 한다. 이런 인사들은 대통령을 위험으로 내몰기도 하지만 호랑이 등에서 내려 올 때 자신의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모습을 본다.
문재인 정부의 첨병에 선 인사들은 적폐청산이 청산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5년 후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닦은 주춧돌 위에 후임 대통령이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얹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신설계’가 적폐청산에 반드시 결부돼야 한다. 386으로 대변되는 운동권이 문 대통령의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적폐청산은 기대를 해보겠지만 이후 밑그림은 솔직히 걱정이 많다.
민주주의의 공든 탑을 만든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주변에 많을수록 새로운 국가설계는 더욱 치열해야 한다. 그들의 적폐청산은 투쟁적 이미지로 ‘현재’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적폐청산까지 감안한 국가설계는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끼고 사는 국민들의 천심을 제대로 보는 일이다. 우리 국민들의 민심은 이기주의에 변화무쌍한 듯 보이지만 대한민국을 옆에 둔 큰 그림으로 변화무쌍하기에 그야말로 천심이다. 나보다 이웃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화두를 즐겨 쓰는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주변의 권력을 휘두르는 인사들의 호가호위에 반드시 준엄함 심판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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