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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최근 점유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2015년 기준 무려 7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이어 말레이시아의 국민차인 ‘프로톤(Proton)’이 10.3%, 유럽 차종이 8.7%, 한국 차종이 3.2%, 중국 차종은 불과 0.2%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무모하다시피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분명 이들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기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화상태로 진입하고 있는 중국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자체적인 판단인 것으로 진단된다. 언젠가 중국 브랜드 차종이 해외 시장에서 일본 혹은 한국 차와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기세가 가히 파죽지세다.
2016년 기준 중국산 완성차의 해외 수출 규모는 70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중국 자동차의 해외시장 진출은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전기차를 위시한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해 선진 기업 인수 혹은 제휴의 방식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남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후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수출시장 확대 노력과 동시에 현지 생산거점 확보로 장기적 시장 선점 의도를 분명하게 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 대해서는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일본차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을 통해 중저가 차종으로 중·하류층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의 자본(차이나머니)과 기술로 세계 시장을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장악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Made in China’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현지 생산을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 완성차 업계의 해외 진출 선두주자 격인 ‘지리(Geelyㆍ吉利)자동차’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 최근 말레이시아 국민차인 프로톤의 최대 주주 DRB-하이콤의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동남아 시장 진출 기반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리’는 스웨덴의 ‘볼보’에 이어 말레이시아의 ‘프로톤’과 이의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의 지분 50∼75%를 추가로 확보하게 될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1983년 당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정권이 의욕적으로 설립한 ‘프로톤’은 동남아 유일의 로컬 브랜드 차종이다. 1990년 한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말레이시아 시장의 74%를 차지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차의 공세에 밀려 현재는 15%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기업을 내놓은 말레이시아로서는 크게 자존심을 구겼지만 기업을 살리겠다는 궁여지책에서 나온 결정으로 이해된다. 2018년부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내에서는 역내 생산 자동차에 대해 무관세 수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투어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자칫하다 동남아 등 신흥국 유망시장을 중국 브랜드에 고스란히 내준다
‘상하이(上海) 자동차’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며, 빠르면 2018년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국 GM과 공동으로‘우링(五菱)’이라는 브랜드 차종을 곧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 자동차’그룹은 태국에 1만대의 픽업트럭 생산 공장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에서도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중국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첫 관문인 동남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에서 기인한다.
더불어 동남아 전역에 산재해 있는 유력한 화교 유통망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지역에 강하고 불고 있는 일본의 입김이나 판세를 한번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중국의 동남아 공세는 IT와 섬유 등 경공업 제품에서 시작되고 있으나 이제 자동차까지 치고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겨날 것임은 싫든 좋든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우리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과 인도, 러시아, 터키, 브라질 등의 신흥국 시장에는 생산거점이 구축되고 있지만 동남아 현지에는 전무하다. 중국 이후의 세계의 공장으로 가장 빠르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장에 대해 등한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틈을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 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무려 70%를 넘어서고 있지만 동남아 시장에는 아직 거점이 없고, 향후 계획도 그리 뚜렷하지 않다. 최근 우리 차종의 해외 판매 실적이 미국 혹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다른 신흥국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서둘러 동남아에 생산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갈수록 동남아 이외의 지역에서도 중국 완성차 업계의 현지 진출이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린다.
이란, 러시아, 브라질 신흥 거대 시장을 위시해 중동부 유럽,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거대한 벨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를 비롯한 선진국 차종들이 잘 먹혀들지 않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시장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목표는 일차로 한국을 잡고, 다음으로 일본의 아성을 넘보는 것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중국의 ‘한국 따라잡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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